입력 : 2019.11.12 18:30
[땅집고] 정부가 고가주택 매입자 혹은 고액 전세 거주자들 중 자금 출처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 220여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특히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배우자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아 고가주택을 매매하거나 전세로 얻은 30대 이하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번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부동산 취득 과정 역시 낱낱이 들여다 볼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최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금을 활용해 고가 아파트·오피스텔을 취득했거나 고급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사례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22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 224명 중 30대 이하가 165명(73%)이다. 미성년자는 6명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의 과세 정보,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주택 취득 시 제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동원했다. 고가 아파트 취득자, 고액 전세입자의 소득·재산·금융 자료와 카드 사용내역 등을 바탕으로 입체적 PCI(자산·지출·소득) 분석을 거쳐 탈루 정황을 파악해냈다.
혐의 유형별로 보면, 30대 이하 사회 초년생이라 본인 자산은 거의 없지만 부모 등이 편법 증여한 돈으로 서울·지방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사례가 많았다.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이 10년 동안 5000만원(증여재산 공제 한도)을 넘을 경우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하지만, 이들은 탈루한 것. 또 고가 전셋집에 살면서 전세금을 부모 등에게 편법 증여받은 의심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부담부증여를 통한 조세 회피나 증여가액 축소를 통한 증여세 탈루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최근 보유세 부담과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자녀 등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라서다. 부담부증여란 임대보증금 등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집을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부담부증여할 경우 증여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해당 채무 부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신고를 고의로 빠뜨리거나 임대보증금 등 채무를 부모가 대신 갚아 증여세를 탈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여 대상 아파트의 재산가액을 평가할 때, 유사매매 사례 금액이 있는데도 공시가격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축소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주택·상가 등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실거래가를 적는 대신 업·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거래당사자와, 개발 호재를 땅을 헐값에 사서 허위·광고로 판매한 기획부동산 업체 등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조사대상자 본인 뿐 아니라 부모 등 친인척 간 자금흐름과 사업자금 유용 여부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만약 취득한 부동산의 자금원이 유출된 사업자금인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세무조사하고, 차입금으로 자산을 취득했다면 향후 부채 상환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지난달 11일 착수한 ‘서울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통보되는 탈세 의심 사례에 대해서도 자금출처 등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