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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그 자체" 전문가들도 감탄한 공정위원장의 청약 전략

    입력 : 2019.10.14 05:22

    ‘1인 가구는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 당첨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부양가족이 없는 사람은 청약 가점을 쌓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 지역에선 최근 5~6년 사이 분양하는 단지마다 경쟁률이 폭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선 신혼부부 특별 공급이 아닌 이상 1~2인 가구는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1인 비혼 가구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월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에 청약 당첨됐다. /땅집고

    하지만, 최근 이런 정설을 뒤집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달 임명된 조성욱(54) 공정거래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독신 여성으로 1인 가구지만, 지난 7월 서울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 청약에 당첨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으로부터 배우는 1인 가구의 서울 아파트 청약 노하우를 소개한다.

    조 위원장은 청약 가점을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끌어모았다. 이 아파트를 당첨 받을 당시 그의 청약 가점은 총 54점. 서울 아파트 당첨을 위해서는 보통 60점 전후가 나와야 한다고 보면 조금 모자란 점수였다. 그럼에도 당첨 받을 수있었던 것은 1인가구로서 그의 청약 전략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들은 조 위원장의 청약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 청약 가점제에서 만점은 84점으로, 총 3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무주택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이다.

    청약 가점에서 부양 가족 수 항목. /땅집고

    우선 미혼인 조 위원장은 부양가족수 항목에서 최저점인 5점을 받았다. 부양가족은 배우자, 직계존속(부모· 조부모·배우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자녀, 손자녀)를 포함한다. 조 위원장의 부양가족수는 0명이었다.

    청약 가점에서 무주택 기간 항목. /땅집고

    대신 그는 나머지 두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본인 명의로 주택을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무주택자라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2005년 3월부터 지금까지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84.9㎡(이하 전용면적)에 전월세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5년 동안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해당 주택의 전세 보증금도 1억4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고, 2017년부터는 30만~35만원의 월세까지 붙었지만 그는 계약을 연장하며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했다. 그 결과 무주택기간 항목에서 32점 만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청약 가점에서 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 /땅집고

    조 위원장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에서도 만점인 17점을 획득했다. 입주자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청약 통장에 최초 가입한 기간으로부터 15년이 지났을 경우 만점을 부여한다. 주택 업계에선 “조 위원장은 말 그대로 청약 가점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경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번째 전략은 ‘강남 포기’다. 누구나 강남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지만, 조 위원장은 강북의 ‘될 만한 단지’를 고른 덕에 청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보통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다른 고위공직자들과는 다르게, 조 위원장은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강북 단지를 골랐다. 실제로 그가 청약한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의 평균 경쟁률은 16.53대 1이었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역세권 입지라 총 청약자 수만 1만9754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하지만, 가구 수가 1195가구에 달해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비슷한 시기 청약을 받은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경쟁률은 낮은 단지는 42대 1(서초 그랑자이), 높은 단지는 115대 1(래미안 라클래시)을 기록했다.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조 위원장의 주택형 선택 전략이다. 그는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의 15개 주택형 중 펜트하우스인 172.6㎡에 청약해 1순위로 당첨됐다. 총 5가구를 모집하는 데 39명이 지원, 경쟁률이 7.8대 1을 기록했다. 만약 그가 이 아파트 84㎡H(74대 1), 102㎡ (39대 1), 177㎡(29대 1) 등 다른 주택형에 지원했더라면 당첨 확률이 그만큼 낮아졌을 것이다. 조 위원장은 대형 주택형을 선택한 데 대해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기 위해 큰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전략은 ‘돈 많은 독신’에게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이 한계다. 조 위원장이 택한 아파트 형의 분양가는 20억3000만원이다.

    필명 ‘월용이’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민 청약컨설팅전문가는 “조 위원장의 사례는 1~2인 가구나 비혼 가구도 청약으로 내집 마련을 노려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20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라는 점이 일반 가구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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