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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끼려 공사 급하게 진행했다간 '유령 빌딩' 될 수도"

    입력 : 2019.10.10 06:34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노휘 디디스튜디오 대표 “공사 빨리 끝내려다 유령빌딩 된다”

    신축 뿐 아니라 리모델링도 빌딩을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노휘 디디스튜디오 대표. /이지은 기자

    "상황에 따라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했을 때 건축의 가치가 더 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건축사와 함께 기획안을 꼼꼼히 검토한 후 진행한다면, 리모델링은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신축보다 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노휘 디디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미국 UCLA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은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며 도시계획부터 주거·상업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리모델링 건축도 그의 전문 분야 중 하나다. 2018년 한국리모델링협회에서 ‘SH공사 사장상’을 수상했다.

    노 대표는 오는 22일 개강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10기 강좌에서 ‘죽어가는 빌딩을 살려내는 리모델링’ 강의를 맡았다. 그에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모델링 건축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이유는.
    "건축주가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할 때는 크게 두가지 상황이 있다. 첫째, 신축했을 때 용적률 손해를 입게되는 경우다. 20~30년 전에 비해 용적률이 낮아진 지역이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지은 건물이 연면적 500평인데, 새로 지으면 300평으로 확 줄어드는 식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신축과 달리 예전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건축주 입장에선 용적률 감소폭이 생각보다 크다면 신축 대신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둘째, 도로와 접해있는 건물을 신축할 때, 도로 쪽 땅을 기부채납 등의 방식으로 나라에 기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 도시계획으로 지어진 도로만으로는 현재 교통량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관청에서 도로 폭을 늘리기 위해 건물주를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구도심에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건물 반대쪽에 있는 땅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는 이상 건물이 지어지는 대지 면적이 줄어드니, 건축주 입장에선 손해다. 이런 경우 역시 신축 보다는 리모델링이 낫다.

    ―리모델링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특정 업종만을 겨냥해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는 안된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업종은 계속 변한다. 따라서 어떤 임차인이 들어와도 수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설계를 적용해야 또 부수고 새로 짓는 등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직접 리모델링 설계한 건물들을 소개한다면.
    노 대표가 리모델링한 서울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 근처 빌딩. /네이버 로드뷰

    고급 실내 골프 연습장이 있던 4~5층을 리모델링하는 모습. /디디스튜디오

    “서울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강동구 천호동) 바로 옆에 있는 지하 6층~지상 8층 빌딩이다. 지상 3층까지는 대형마트가, 4~5층에는 고급 실내 골프 연습장이 있었다. 그런데 운동시설이 지나치게 고급이었던 탓에 모객이 잘 안됐다. 건물주가 과감하게 이 부분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역세권 입지여서 C영화관 측에서 입점 의사를 밝혀왔다. 동네에 문화시설이 생기자 건물 분위기도 활기를 띠게 됐다. 그동안 대형마트 방문객만 쓰던 지하 주차장을 영화관 고객들도 함께 쓰면서 건물 전체 활용도가 올라가는 이점도 생겼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호텔 포레 프리미어' 리모델링 전 모습. /디디스튜디오

    리모델링으로 기존 단점을 개선한 포레 프리미어 호텔. /디디스튜디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호텔 포레 프리미어(HOTEL FORET PREMIER)’도 리모델링해서 성공한 케이스다. 2015년 '도로의 사선 제한’ 법이 폐지됐다. 건물과 접해있는 도로 폭에 비례해 건물 높이를 정하는 법이다. 호텔이 대로변에 난 작은 이면도로와 접해 8층 규모로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 해당 건축법이 폐지되면서 11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호텔인만큼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손해보기 때문에, 건물주가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했다.

    증축하면서 기존 호텔이 갖고 있던 단점도 개선했다. 대로변 큰 건물 뒤에 있어 그동안 호텔이 잘 안보였던 점을 감안해, 22.6m였던 건물 높이를 37.3m로 15m 높였다. 큰 길에서도 건물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뒷골목에 숨어 있던 건물이 대로변 건물로 드러나면서, 건물 가치가 올라가고 객실 수도 45실에서 62실로 늘었다.”

    ―수익형 빌딩 리모델링을 앞둔 건축주들에게 당부한다면.
    “건축주 중에는 ‘옆 건물이 리모델링을 몇 개월만에 끝냈다던데, 나도 이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공사 기간 몇 달 중에는 임대료가 나오지 않으니 건물주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이라고 공사기간, 비용을 줄이는 것만 생각하고 달려들면 건물이 유령 빌딩으로 바뀔 수도 있다. 건물 용도, 주변 지역 상권 형태, 예산, 기간을 충분히 검토하고 건축가와 논의해 리모델링 해야 좋은 건물로 재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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