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8 05:58
정부가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토지 매입 가격에 기본형 건축비 등을 적용해 건설사나 시행사가 적정 이윤 이상의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인데요.
결과적으로 아파트 개발 이득을 시행사뿐만 아니라 청약 당첨자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과연 시행사와 건설사만 손해를 보는 것일까요.
■ “상한제 시행해도 실수요자는 혜택 못 볼 것”
지금까지 민간 택지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시행사가 시장 가격을 감안해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했습니다. 분양가가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합니다. 시장가격보다 싸면 분양가에 프리미엄(웃돈)이 붙는 구조였죠. 시행사는 미분양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가장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사업 이윤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세와 관계없이 정부가 규제하는 가격으로 시장에 팔아야 합니다. 결국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생기고 그 이득은 분양계약자가 가져가는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싸게 나오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자가 실제로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을 보면 신규 아파트 청약 기회는 우선적으로 무주택자에게 돌아갑니다. 신혼부부나 다자녀 등 부양가족이 많은 세대주 역시 특별공급 방식으로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 해당하는 세대주가 아니라면 상한제를 적용한 싼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요즘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당첨 평균가점은 50점이 넘습니다. 이 청약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 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정해집니다. 청약가점 50점은 부양가족 3~4명에 무주택 기간이 최소 10년쯤 돼야 받을 수 있죠. 게다가 대출 규제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사실상 본인 자금으로 미리 준비해야 하는 탓에 청약자격을 갖춘 유효수요층은 실제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소비 줄고, 경제 활력 떨어져…상가 분양가 오를 수도”
장기적으로 볼 때 분양가 상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개발 이득을 시행사가 가져가면 이른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소비를 늘리는 경제 효과)로 그 돈이 시중에 풀릴 수 있죠. 그러나 당첨자가 이득을 전부 가져가면 이들은 은행에 대출이자 등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소비를 오히려 더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건축·재개발 등 재정비사업 조합은 손해보며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신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상가 등을 통해 이득을 극대화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상가 분양가가 오를 수 있는 것이죠. 실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던 세종시나 판교·위례신도시 상가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매우 높습니다.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장사라도 하겠다며 위례신도시 등에 상가를 구입해 음식점을 차렸다고 가정해 보죠. 특별히 음식이 맛있거나 고급 식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서울 골목길 맛집보다 밥값이 비싸다면, 과연 장사가 될까요.
최근 서울 강남이나, 판교·위례신도시 등지에서 한 끼 밥값이 7000원 이하인 음식점을 찾기 힘들죠. 라면에 김밥 한 줄이라도 더 하면 한끼 식사값은 7000원을 훌쩍 넘깁니다. 우후죽순 늘어난 점포에 상권은 갈수록 위축되는데 비싸게 상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는 임대료를 낮게 내놓을 수가 없죠. 그런 상가에 입점하는 세입자도 어쩔 수 없이 음식값을 올리면서 밥값도 오르는 것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엉뚱하게 투기과열지구에서 장사하는 임차인과 그곳에서 밥을 사먹는 직장인만 손해보는 이른바 ‘나비 효과’를 일으키는 셈입니다. 이런 분양가 상한제,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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