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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 늦었던 한국, 이유는 온돌에 있다"

    입력 : 2019.08.17 05:38

    유현준 홍익대 교수 "건축기술이 경제 발전 좌우…한국은 온돌 때문에 근대화 늦어져"

    “일찍 근대화를 이룬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건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근대화를 이루기 전 도시에 ‘고층 빌딩’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한말 한양은 어땠을까요. 대부분 1층짜리 주택뿐입니다. 1894년 조선에선 동학농민운동이 벌어졌는데, 실패했습니다. 10층 이상 고층아파트가 서울에 등장한 1980년대 이후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운동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강연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 부동산트렌드쇼 사무국

    최근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우리가 만들고 만날 미래도시’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건축 기술이 각 나라의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커다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온돌 때문에 근대화 느려졌다”

    한옥 구조. / 네이버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방시스템인 ‘온돌’이 엄청난 발명품이고, 첨단 시스템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유 교수는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나라 온돌 구조가 고층 건물을 만들 수 없었던 장애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떼 밥을 짓고 바닥 아래 있는 구들장으로 온기를 집안 전체에 전하는 시스템이다.

    과거 구들장은 무거운 돌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목구조인 한옥 2층에 올리기 힘들다. 그 결과 온돌이 일반적이던 조선시대에는 단층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18세기 말 한양의 풍경을 찍은 옛 사진에도 단층 건물이 펼쳐진다.

    1911년, 동대문 문루에서 바라본 종로. / 서울역사박물관

    반면 근대화를 빨리 이룬 서양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일찍이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섰다. 유 교수는 “런던에는 17세기쯤, 파리에는 18세기 이후 4층 이상 건물이 들어섰다”고 했다. 미국은 앤드류 카네기(Carnegie)가 건축자재인 강철을 대량 생산하고, 엘리샤 오티스(Otis)가 엘리베이터를 발명하면서 20세기 초 뉴욕에 20~30층짜리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8세기 파리의 풍경이 담긴 장 밥티스트 니콜라 라그네의 '파리, 퐁뇌프와 사마리텐' 그림(위). 1931년 지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풍경. / 네이버. 셔터스톡

    1980년대 이후 들어선 강남 아파트단지. / 유현준 교수

    기술적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유 교수는 “고층 건물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소유해 새로운 계층이 발생하도록 했고, 한 건물 안에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에 물류비를 절약시키며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고층 건물이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산업 발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국도 온돌과 아궁이가 분리해 2층 이상 주택을 짓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부터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졌고\ 산업화와 근대화가 진행됐다.

    고층 건물은 땅의 확장을 의미했다. / 유현준 교수

    ■ 집 짓는 시간, 이제 하루면 충분해

    철강·엘리베이터·난방 시스템의 기술 혁신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현대 도시가 발전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건축 기술이 도시 발전을 이끌까. 유 교수는 미래를 바꿀 건축 기술로 ‘3D프린터’를 꼽았다.

    작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비영리 사회적기업 ‘뉴스토리(New Story)’와 3D프린터를 설계하는 건설회사 아이콘(ICON)이 미국에서 첫 허용된 3D프린터 주택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공사비 4000달러(약 484만원) 이하로 24시간 만에 55㎡ 규모 주택을 지었다. 지금은 단층 건물에 3D프린터가 적용되는 수준. 하지만 앞으로 고층 건물 등 다양한 건축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사회적 기업 뉴스토리와 건설회사 아이콘(ICON) 협력해 3D 프린터로 지은 집. / 뉴스토리 인스타그램

    유 교수는 “건축에서 엘리베이터와 철강 등장 이후 100여년 시간 동안 의미 없는 기술 혁신이 없었고 그 결과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앞으로 건축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 변화가 다양한 도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유 교수는 전망했다.

    ■ 좋은 도시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 많아

    뉴욕 센트럴 파크. / 위키백과

    유 교수는 “진정한 소셜믹스(Social mix)란 부자인 트럼프와 가난한 월급쟁이가 뉴욕에 대한 비슷한 추억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가면 지금 미국 대통령이지만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부동산 갑부와 최저 임금을 받는 월급쟁이 회사원이 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이게 쇼셜 믹스의 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경제적·사회적 차이가 있는 이들이 아무런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과 공공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뉴욕과 서울의 공원 수와 공원 사이 간격. / 유현준 교수

    유 교수는 소셜 믹스를 위해 임대주택을 더 짓는데만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획일적으로 비율만 늘리는 임대주택 공급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고층 건물 꼭대기에 비싼 펜트하우스를 짓도록 하고, 여기에서 남는 수익으로 모두가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투입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건물 한번 올리고 나면 10년은 늙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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