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11 05:51
“올 상반기에 아파트를 사기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거래량이 뚝 떨어지고 시장 가격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가 아파트 사기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현명한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남들이 안할 때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관심갖는 순간 매물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2019년, 하반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투자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신규 아파트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 청약 당첨 쉽지 않을 것”
이 연구위원은 “올 1분기 아파트값이 지지부진하다 6월 이후 반등했는데, 지금은 아파트를 사기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이 아파트를 사기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가격이 다시 반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기가 힘들어진 게 원인이라고 했다.
아파트 잠재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기존 주택 시장의 경우 각종 규제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상반기가 오히려 신규 분양에 적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반기 분양 시장에서는 가점이 낮아도 충분히 당첨될 수 있었고, 무순위 청약 등 기회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하반기는 상반기처럼 낮은 가점으로 청약에 당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규 공급 감소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무주택자는 청약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기존 아파트 구입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신안산선·동북선·별내선 변두리를 주목하라
이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정부 규제나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집값 강세를 보일만한 지역을 꼽았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서울 중심지와 지리적으로 멀었지만 새 철도망이 곧 착공한다는 점이다. 8호선(별내선) 연장 역사 주변과 신안산선, 서울 경전철 동북선 역사 인근 지역의 입지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철도교통망 효과를 분석할 때는 종점 지역만 볼 것이 아니라 노선의 중간지점, 서울 중심부와 가깝지만 교통이 크게 좋지 않았던 지역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라면 인천 송도나 파주에만 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재역이나 광운대역처럼 종점이 아닌 중간 경유지도 교통 중심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신안산선이 서남권 교통 체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노선 역시 종점 주변만이 아니라 금천구 등 서울 외곽지역이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북선 경전철 주변은 그동안 서울이면서도 교통 측면에서 도심 접근이 힘들었지만 철도망 개통으로 장위뉴타운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신안산선이 서남권 교통 체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노선 역시 종점 주변만이 아니라 금천구 등 서울 외곽지역이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북선 경전철 주변은 그동안 서울이면서도 교통 측면에서 도심 접근이 힘들었지만 철도망 개통으로 장위뉴타운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봤다.
8호선 연장선(별내선) 역시 강남 출근 실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교통 오지였던 구리시는 올해 경기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별내신도시 옆에는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왕숙신도시가 만들어지지만 공급에 관계없이 집값 강세가 유지되는 곳”이라며 “4·8호선 연장, GTX-B노선 등 교통 입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하반기 매매가격·전세금 동반 상승할 것”
이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전세금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이 아파트 구매를 포기해서 전세금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이들이 줄어들면 전세금이 오르게 된다”고 했다. 투자목적 아파트 구입 사례가 늘어나면 전셋집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세자금 대출 요건마저 해마다 까다로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셋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작년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로 주변 전세금이 요동칠 것으로 우려했지만 입주 여파가 장기간 지속하지 않고 금방 끝났다”며 “올해 예정된 강동구 고덕동 대규모 입주 물량도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입주 물량이 1만가구를 넘지만 입주 시기가 9월, 12월 등으로 분산된다.
이 연구위원은 “헬리오시티 입주자 대부분이 경기도 등 외곽지역에서 이사해온 경우가 많아 오히려 송파구 인접 경기도권 전세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서울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 경기도권 전세금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