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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부르는 좋은 건물, 시공사 손끝에서 태어난다

    입력 : 2019.07.03 03:06 | 수정 : 2019.07.04 14:05

    [땅집GO]
    '건축 명장' 김효일 대표가 말하는 건물 잘 짓는 법

    김효일 대표
    김효일 대표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석촌호수 옆에 지은 '마이크로하우징'(micro housing). 이름처럼 전용 12㎡짜리 작은 집 14채가 한곳에 옹기종기 모인 지상 5층 건물이다. 각각의 집은 조그만 다리와 발코니로 서로 이어진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꼬아 만든 가느다란 구조물에 둘러싸인 외관도 눈에 띈다. 워낙 튀는 건물이어서 주변에선 모르는 이가 없다. 공실(空室)도 거의 없다. 이 건물을 시공한 김효일 기로건설 대표는 "설계가 아무리 좋아도 시공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집은 2014년 완공 후 미국 뉴욕건축가협회(AIANY) 등 미국과 한국에서 주는 5개의 건축상을 휩쓸었다.

    김 대표는 서울 서교동 '젠틀몬스터' 사옥 등 독특한 건물을 잘 짓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건축가연합이 선정하는 '건축 명장'에도 2013년부터 6년 연속 뽑혔다. 김 대표를 만나 '좋은 건물을 합리적으로 잘 지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좋은 건물은 시공사 손끝에 달려"

    김 대표는 경기도 파주에 지은 '운정스퀘어'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 8월 준공한 지상 10층 빌딩이다. 지상 1~2층은 붉은색 벽돌을 아치 모양으로 쌓아올렸다. 4층 이상은 부식에 강한 컬러 강판을 썼다. 주변 건물들이 전형적인 박스 모양이어서 이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김 대표는 "건물을 잘 지었더니 세입자들에게도 입점 희망 1순위로 꼽힌다"고 했다.

    건축비가 비싸지는 않았을까. 운정스퀘어의 건축비는 3.3㎡(1평)당 300만원 정도로 자재를 감안하면 주변 건물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다.

    흔히 건축의 핵심은 설계이고, 시공사는 설계한 대로 지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정스퀘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결국 좋은 건물은 시공사 손끝에 좌우된다.

    전용 12㎡짜리 작은 집 14채가 모여 있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마이크로 하우징'.
    전용 12㎡짜리 작은 집 14채가 모여 있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마이크로 하우징'. 미국 뉴욕건축가협회(AIANY) 등 국내외 5개 건축상을 받았다. /SsD건축사사무소 제공
    운정스퀘어도 그저 그런 빌딩이 될 뻔했다. 건물주가 싸게 지어 싸게 임대하려고 했다. 수익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엔 제대로 지어보자"며 건축주를 설득했다. 건축가에게도 특별한 디자인을 주문했다. 기로건설은 2등보다 20억원 정도 낮은 최저 입찰가로 화답했다.

    ◇"최저가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냐"

    김 대표는 "최저가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시공사가 약속한 금액에 제대로 된 품질로 공사를 마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는 "최저가로 공사를 따낸 뒤 나중에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거나 아예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난도가 높거나 특수 공법이 필요한 공사는 비용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도면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최저가를 써냈다가 도중에 공사를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시공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2~3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다 보면 심신이 지치고 금전적으로도 결국 손해다.

    김 대표는 "작은 공사는 3곳, 100억대 이상 큰 공사는 5곳 정도 견적을 받아보라"면서 "대체로 중간 가격을 써낸 업체가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수억원 싸게 해주겠다는 최저가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힘들지만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금액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함께 일했던 건축주와 건축가 의견 중요"

    건축에서는 하자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김 대표는 "하자가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하자가 문제"라고 했다. 지붕에 빗물이 샐 수도 있지만 계속 고쳐도 누수가 반복되면 잘못 지은 집이다. 공사 도중 예기치 못한 추가 비용도 건축주에겐 큰 골칫거리다. 이때 건축주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다투는 일이 다반사다. 김 대표는 "견적 총액만 보지 말고 부문별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설계자나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공사만 잘 고르면 공사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 좋은 시공사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김 대표는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 해당 시공사에 공사를 맡겼던 건축주나 함께 일했던 건축가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김 대표는 "흔히 좋은 시공사를 만나는 건 '운(運)'에 달렸다고 말한다"면서 "운도 노력하는 건축주에게만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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