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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타이틀 얻은 천사대교의 탄생비밀

    입력 : 2019.04.23 05:09

    [세상을 뒤흔든 新랜드마크] '국내 최초' 타이틀 얻은 천사대교의 탄생비밀

    8년 7개월여만에 개통한 천사대교./신안군

    지난 4일 전남 신안군에서 ‘천사대교’가 정식 개통했다. 섬 ‘1004개’로 이뤄진 신안군에 놓인 해상 교량이다. 신안군 암태면(자은·암태·팔금·안좌도)과 압해읍 사이 7.22 ㎞를 잇는다. 길이로 따지면 인천대교(21.38㎞), 광안대교(7.42㎞), 서해대교(7.31㎞)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넷째로 길다. 2010년 9월 착공해 완공까지 8년7개월여가 걸렸다. 왕복 2차로로 사업비는 5814억원이 들었다.

    처음엔 ‘새천년대교’로 시작됐던 천사대교는 이름만큼이나 우리나라 토목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는 랜드마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최초로 사장교(斜張橋)와 현수교(懸垂橋) 공법을 동시에 적용한 교량이기 때문이다. 땅집고가 천사대교 탄생의 비밀과 신공법을 알아봤다.

    천사대교 위치. /심기환 기자

    ■ 사장교와 현수교 결합 이유는…

    일반적인 현수교와 사장교 비교. /심기환 기자

    다리를 짓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쓰는 두 가지가 바로 사장교와 현수교다. 사장교는 케이블을 주탑에 바로 묶어 다리 상판을 지지하는 방식. 내풍(耐風) 성능이 좋고 상판이 높아 선박이 지나가는 항로에도 지을 수 있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 상판을 묶어두는 방식이다. 수심이 깊은 곳에 유리하고 다른 교량보다 주탑 거리를 길게 설정할 수 있어 초장대교량을 건설할 때 주로 쓰인다.

    현수교와 사장교가 결합한 천사대교. /신안군

    천사대교에 현수교와 사장교가 결합된 이유는 뭘까. 땅집고가 국토교통부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확인한 결과, “운 좋게 ‘최초 타이틀’을 얻었지만 사실 계획 당시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공식 답변 치고는 의외였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수교 구간과 사장교 구간 비교. /심기환 기자

    천사대교는 2개 공구로 나누어 발주한 다리다. 각 공구는 ‘턴키(Turn-key)’, 즉 발주처가 건설회사에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1공구를 맡은 건설사는 2주탑 사장교를, 2공구를 맡은 회사는 3주탑 현수교를 각각 제안했던 것. 이런 이유로 천사대교는 두 종류의 교량을 병렬로 배치한 첫 해상대교로 탄생할 수 있었다.

    ■ 3주탑 현수교도 처음 적용

    일반적으로 사장교와 현수교가 가진 단점을 보완해야 할 때 두 종류를 합한 교량을 짓는다. 터키의 ‘보스포루스 제 3대교’(연장 2164m)가 대표적. 이 다리는 가운데에 복선 철로를 놓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일정 개수의 주탑이 필요한 사장교로만 짓기에는 너무 길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현수교로 지으면 다리 흔들림이 커져 안전 문제가 우려돼 복합교량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사대교는 국내 최초의 3주탑 현수교이기도 하다. 통상 현수교는 2주탑으로 짓는다. 신안군은 바람이 워낙 심해 3주탑으로 설계해 안전성을 높인 것. 중앙 주탑 중심으로 영어 ‘W’자 모양으로 대칭을 이뤄 보기에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사대교 건설 현장 모습.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천사대교에는 PPWS(Prefabricated Parallel Wire Strand·조립식 평행선 스트랜드)라는 첨단 케이블 가설 공법도 활용해 눈길을 끈다. 공장에서 생산한 길이2㎞ 케이블을 다발로 묶은 후 현장으로 운반해 바로 연결하는 공법이다. 기존의 AS(Air-Spinning) 공법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교량 안전을 책임지는 케이블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AS 공법은 ‘에어스피닝’이라는 기계가 주탑과 주탑 사이, 주탑과 육지 사이를 반복적으로 왕복하면서 케이블을 만드는 방식이다.

    ■ 배타고 1시간→차로 15분으로 단축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임시개통한 천사대교를 통행하는 차량들. /신안군

    신안군 주민들은 천사대교 개통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육지와 연결된 압해읍으로 가려면 배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렸는데, 이마저도 날씨가 험하거나 늦은 밤에는 왕래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천사대교가 생긴 후 암태면 주민 5000여명과 관광객들은 차로 10분이면 육지에 닿는다.

    다리 개통 이후 지역 경제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천사대교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1만3000여대. 당시 지역 식당들의 식재료가 바닥나 귀성객과 관광객을 맞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천사대교 인근 암태면 신석리 10만㎡ 부지에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33m 높이 전망타워도 2023년까지 완공해 신안군 일대 관광객 유치 효과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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