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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제주도 내려와 꿈에 그리던 집에 살아요"

  •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입력 : 2019.03.30 05:09 | 수정 : 2019.03.31 09:19

    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내가 진정으로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땅집고가 국내 최고의 건축가들과 함께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주택을 소개합니다.

    [내가 꿈꾸는 집] 부드러운 제주의 빛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판포주택

    풀숲 한복판에 세워진 제주 판포주택. /김주영 작가

    몇 년 전부터 제주도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면서 거처를 옮기는 이들이 늘었다. 이 중에는 제주의 풍광(風光)에 반해 관광처럼 몇 번 오간 뒤 성급하게 이주를 결정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문제는 몸소 발품을 팔아 주거 환경을 조사하거나 ‘1년 살이’처럼 제주 환경을 미리 체험하는 경우보다 정착에 애를 먹는다는 것. 심지어 일부는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육지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건축주는 달랐다. 그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퇴직한 후 아버지를 모시고 조용하게 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제주 판포리에 집을 짓기로 하고 건축 공부도 열심히 했다. 제주도 기후와 문화를 익힌 부부는 제주 현지에 꼭맞는 집을 짓기를 바랐다.

    ◆건축 개요
    위치: 제주도 제주시 판포리
    규모: 지상 2층
    연면적: 198 ㎡
    준공시기: 2016년
    설계·감리: 에이라운드건축
    사진: 김주영 작가

    판포주택 정면도. /에이라운드 건축사무소

    판포주택 평면도. /에이라운드 건축사무소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그동안 몇 건의 제주도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제주도가 갖는 특징과 특수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익숙했다. 특히 제주 기후에 맞춘 설계는 고객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이었다.

    제주에 흔한 돌담. /김주영 작가

    제주도는 본래 바람이 강하고 습기가 많다. 특히 판포리는 바람이 가장 강한 제주 서쪽이다. 그러다 보니 대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이 많았다. 제주 풍습을 한껏 살려 이 집의 담장도 돌담으로 만들었다. 이 집이 바다 근처에 있어 주변 건물 높이도 대부분 낮았다. 또 마당을 원하는 건축주의 바람을 반영해 2층 집으로 설계하는 대신 건물과 마당은 도로 보다 70㎝쯤 낮춰 설계했다.

    재료를 최대한 줄여 단순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내부 공간을 연출했다. /김주영 작가

    건축 재료는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했다. 이 집에 들어올 가구와 사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비우면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과 활동이 들어오게 된다. 절제된 공간과 재료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 발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한적한 진입로

    도로에서 대지의 한쪽 면을 따라 담과 벽을 만들었다. 아래로 점점 내려가면 집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진입로는 검은 현무암 담장과 검은색 콘크리트로 마감해 다소 어두운 배경에 하늘이 뚫린 골목처럼 연출했다. 마감 재료의 매질이 단단해 집으로 들어갈 때면 발소리가 크게 울린다.

    집으로 들어가는 경사 진입로. /김주영 작가

    1층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건축주를 위해 작업실을 만들고 부엌과 건축주 부부의 아버지 방으로 구성했다. 부엌과 거실 창밖으로는 돌담이 마치 액자처럼 눈에 들어온다.

    주방 바깥 창으로 돌담이 마주보인다. /김주영 작가

    ■ 집안으로 퍼지는 제주도의 부드러운 햇살

    북측 공간들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을 감안해 도로 쪽으로 높은 벽을 만들고 건물은 1.5m 정도 떨어트렸다. 그 사이로 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북측 벽에 해가 곧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부부 침실과 서재가 있는 반대편 2층 내부에는 은은하고 편안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판포주택의 북측 공간. /김주영 작가

    2층에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온다. /김주영 작가

    도심지가 아닌만큼 테라스 같은 반외부 공간도 굉장히 유용했다. 방이 서쪽을 향하고 있어 처마를 만들어 빛을 가리고 비 오는 날에도 쓸 수 있게 옥외 테라스로 꾸몄다. 2층 각 공간 앞에도 전용 테라스를 만들어 활용도를 최대한 높였다.

    2층 처마와 야외 테라스. /김주영 작가

    테라스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주영 작가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는 경기대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학석사, 동대학원 건축학 박사를 수료했다. <SKMS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고, 2013년 ‘에이라운드건축’을 설립해 <아틀리에 나무생각>, <삼일문고>등을 설계했다. <조은사랑채>로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고, 2015년에 <제주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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