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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나 공무원 말만 믿고 덜컥 건축했다간 큰일나죠"

    입력 : 2019.03.18 05:00 | 수정 : 2019.05.01 20:26

    김영환 변호사 “무리한 약속 믿고 계약하면 낭패보기 십상”

    “건축주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자 돈이 많이 드는 토지 계약을 할 때 주변의 소문을 맹신(盲信)하거나 공무원 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김영환 법무법인 아시아 변호사(53)는 ‘건축·부동산 소송의 달인’이라고 불릴만하다. 2001년 변호사 개업 이후18년여동안 건축 시공과 부동산 관련 소송만 1년에 20~30회씩 처리한 베테랑이다.

    김영환 변호사. /김리영 기자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와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창원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경매담당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관재인을 거쳐 지난해부터 법무법인 아시아에서 부동산·건축시공·경매 분야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건축 시공 과정에서 ‘확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건축주는 지인이나 소문을 믿어서는 곤란하다”면서 “다양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분쟁이나 소송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건축허가 난다고 했는데…”

    김 변호사는 건축의 첫 단계인 토지 구입부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사례를 들었다. 한 건축주가 건물 지을 땅을 사기 위해 관할 구청에 전화를 걸어 “집을 지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담당 공무원은 “대지니까 가능하다”고 답했다. 건축주는 이 전화 한 통을 믿고 땅을 샀다.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 반려됐다. 대지가 급경사지라는 이유에서였다. 급경사지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축대(築臺)·계단 축조 등 형질(形質) 변경 공사가 설계에 반영돼야 했다.

    경사진 땅에 건축하려면 법적으로 필요한 토목 공사가 설계안에 반영돼야 한다. /픽사베이

    건축주는 공무원의 언동에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판단해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에서 졌다. 법원은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상식 수준이었을뿐 해당 땅에 건축 허가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공무원이 말한대로 건축허가가 나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뢰보호 원칙의 범위는 다소 좁은 편”이라며 “만약 건축주가 미리 토목 공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땅을 사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땅 구입 전 더 많은 전문가들과 상담을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무리한 약속은 반드시 확인해야”

    건축사와 계약을 잘못해도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김 변호사는 “설계안을 검토하다보면 건축사별로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거나 무리한 설계안을 가져올 수 있어 정확히 검토한 뒤 계약서에 날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다시 사례를 들었다. 경계가 얽힌 두 필지의 땅이 있었다. 건축사인 A토지 지주는 B토지 지주에게 서로 땅을 일부 교환해서 경계선을 직선으로 만들자고 했다. 이후 본인 땅에 원룸을 지으려고 하는데, B지주에게도 똑같이 원룸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솔깃한 제안에 B토지주는 땅 경계 변경과 원룸 시공에 동의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건축이 진행되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A토지와 B토지의 설계안이 달랐고 B토지주에게는 어딘가 불리하게 느껴졌다. A토지주는 공사 지연과 설계안 변경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B 토지주는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A토지주가 설계 비용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해 분쟁으로 비화됐다.

    김 변호사는 “알고보니 A토지주는 본인의 의욕만 갖고 불가능한 부분을 약속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원룸 허가가 나지 않는 지역인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건축 후 골치아픈 하자분쟁…설계안대로 건물이 나오는지 잘 살펴야

    시공사가 가격이 더 싼 제품으로 자재를 변경해 시공한 경우 건축주는 시공사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건축주는 다양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철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조선DB

    실제 한 건축주는 건물에 본인 동의없이 저렴한 가격의 엘리베이터를 달았다는 이유로 시공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규격이나 성능은 똑같았지만 브랜드와 가격이 떨어지는 제품이었다. 시공사는 “규격이 같고 가격도 싸면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런데 때마침 해당 엘리베이터 회사가 부도나면서 지속적인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

    건축주가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시공사에게 가격이 저렴한 엘리베이터 시공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엘리베이터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건축주와 상의없이 시방서와 다른 제품을 쓴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규격이 같아도 건축주 동의없이 자재를 바꾸면 하자에 해당할 수 있다. /셔텨스톡

    김 변호사는 “해당 건물은 시공 후 다행스럽게 큰 고장은 없었지만 ‘하자 분쟁의 범위’가 단지 건물 일부가 고장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계약서에 적힌 대로 정확한 제품을 쓰고 규격과 품질을 동일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축주는 설계와 시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현장을 확인하면서 설계대로 건축이 진행되는지 챙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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