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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쏟는데 '알아서 지어주세요'…그럼 망합니다"

    입력 : 2019.03.12 04:00 | 수정 : 2019.05.01 20:43

    현상일 구도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으로 건물도 얻지만 인생도 바뀔 수 있어”

    건축주의 목표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내 건물’을 갖겠다는 생각만으로 건축에 나서면 낭패를 볼 확률이 높습니다. 건축물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건축주가 정확히 이해했을 때 설계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현상일 구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후진적 건축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가는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최윤정 기자
    배우 이영애씨의 집을 설계해 건축계에서 화제가 됐던 현상일(56) 구도건축사사무소 대표. 1998년부터 구도건축사사무소를 이끌며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꼼꼼하게 반영한 설계로 인정받아 왔다.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광주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에 지은 ‘파티오 하우스’ 단독주택으로 2016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했다.


    그는 “우리나라 개인 건축 시장은 아직도 후진적인 시스템이 남아 있다고 건축주는 건설회사를 ‘철근이나 빼먹는 회사’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건축주대학과 건축매칭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선진 건축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목조주택 건축상을 받은 경기 성남 판교의 '파티오 하우스' 단독주택. /구도건축사사무소

    현 소장은 돈버는 건물 만들기에 성공하기 위한 첫 단추로 ‘터(Site)와 용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당한 땅을 찾아 돈이 될만한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을 넘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까사무지카' 단독주택. /구도건축사사무소

    ―“건축주의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건축주를 처음 만나 설계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어떤 용도로 건물을 지으려고 하느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설계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의 조언에 따라 건축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가에게만 의존하면 설계 과정이 허술해질 수 있다.

    건축주가 수익형 주택을 짓는다면 ‘1~2인 가구가 많이 찾는 집’, 상가라면 ‘거리에서 가장 튀는 상가 건물’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건축주가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현장 조사도 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종합해 자신에게 적합한 땅과 용도를 설정하는 것이 먼저다.”

    ―초보 건축주가 자신의 기준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과정인만큼 준비 단계에 드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평소 갖고 싶던 건물이 어떤 모습인지, 누가 사용할지 차근차근 항목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품을 파는 것이다. 염두에 두고 있는 설계사무소가 작업한 건물이나 비슷한 건물을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길 권한다.”

    '갤러리 브릭스' 상가주택. /구도건축사사무소

    ―좋은 건축가를 찾는 방법은.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곧 실력이다. 건축주가 전달하는 의견의 핵심을 파악해서 기술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까지 조율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다. 설계에 들어가면 계획안을 여러 차례에 걸쳐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건축가는 건축주와 충분히 소통해서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실제 건축에서 오차를 줄여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선 말이 잘 통하는 건축가를 찾는게 중요하다.”

    서울 이태원이 지은 배우 이영애씨 소유 상가주택. /구도건축사사무소

    ―건축주의 요구 사항이 많으면 설계 비용이 늘어나지 않나.

    “설계 단계에서 시간이 더 든다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계획안에 충분한 노력을 쏟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하면 나중에 설계를 바꾸고 현장 관리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헤리티지 산후조리원 청담점' 상가주택. /구도건축사사무소

    ―수익형 건물 설계의 최근 트렌드는.

    “최근 수익형 건축 시장에서 단순한 형태와 컬러를 강조하는 추세다. 소형 건물은 요소가 많으면 복잡하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단순함은 밋밋함과는 다르다. 이목을 끄는 요인이 필요한데, 카페를 예로 들면 안과 밖을 연결하는 테라스, 발코니 같은 공간이 눈길을 끄는 포인트다. 테라스에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 자체가 건물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예비 건축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건축주라면 건물을 지어서 돈을 버는 것 외에도 다른 인생의 의미도 찾았으면 한다. 대다수 건축주에게 건축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입해 벌이는 ‘일생 일대의 빅 이벤트’다. 건축을 통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건축주에게 내 건물을 설계한다는 것은 인생 목표를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건축주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건물을 지을 지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만드는 과정을 즐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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