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08 06:00 | 수정 : 2019.03.08 08:09
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땅집고가 국내 최고의 건축가들과 함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주택을 소개합니다.
[내가 꿈꾸는 집] 산꼭대기에서 음악과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
[내가 꿈꾸는 집] 산꼭대기에서 음악과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
지난해 준공한 이 집은 경남 함양의 지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마을 꼭대기에 있다. 지리산 둘레길과 이어진 곳이어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50여 가구가 모여 있는 마을을 통과해 2㎞ 쯤 올라가면 나지막한 산중턱에 단순한 박공 지붕의 외관을 가진 이 집이 보인다.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는 이 집을 ‘함양 카메라타’라고 이름 붙였다.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카메라타(Camerata)’는 오늘날로 말하면 ‘음악 클럽’과 같은 의미다. 건축주는 은퇴 후 지인들과 함께 음악과 문학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집을 그런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건축 개요
건축가: 최재철
위치: 경남 함양
규모: 지상 2층
대지면적 : 659㎡
연면적 166.75㎡
준공년도: 2018년
사진: 함영인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은퇴를 앞둔 건축주는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될 집을 짓기 위해 적당한 터를 수년 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발견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집이 완성되기 전 1년 간 부부는 매주 이곳에 내려와 근처에 작은 소형주택을 빌려 지내면서 집터와 친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집은 외관 디자인을 철저하게 단순화했다. 시공할 때 하자 요인을 줄여 공사비를 낮추고, 입주 후에도 유지·관리가 어렵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음악을 듣고 대화할 수 있도록 안락하고 분위기 있는 내부 공간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건축주 부부는 외부 디자인도 화려하기를 바랐지만 보다 친환경적인 재료로 건강하고 아늑한 실내 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설득했다. 건축주는 흔쾌히 동의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 지리산 사계(四季)를 감상할 수 있는 창
건축주 부부는 입주 후 한동안 매주 손님을 치렀는데, 마당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가도 손님들이 현관문을 열고 중문(中門)을 지나면 감탄을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외관은 평범했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부의 취미 생활을 위해 작은 방 2개를 층고가 낮은 2층에 배치하고 1층은 거실, 주방과 같은 공용 공간으로 설계해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했다.
사계절 달라지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남측으로 거실을 가운데 두고 좌우측으로 안방과 게스트룸을 배치했다. 전망과 채광을 위해 다양한 크기의 창으로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 친환경 재료로 다채롭게 꾸민 내부
외관을 단순화해 절약한 돈으로 내부 인테리어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오크 원목마루, 벽에는 친환경 종이 벽지, 거실과 주방 천장에는 소나무 루바, 화장실 천장에는 히노끼 루바, 침실 문에는 홍송도어를 각각 사용했다.
1층에는 개방형 거실과 주방이 있다. 이 공간은 2층을 감싸고 있는 지붕에 창을 달아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다.
거실 코너에는 장작 벽난로와 건축주의 로망 중 하나였던 책꽂이를 놓아 계단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최재철 플레이서스 대표는 국내 목조건축 전문가다. 1996년 경량 목조주택 설계를 시작해 1999년 뉴질랜드 목조건축학교에서 공부했다. 2004년엔 영국 목조회사(Beb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했으며 2010년 이후 6년 동안 전국 23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5년엔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