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5 06:30 | 수정 : 2019.02.05 09:47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꽃모양 벽돌과 바나나잎 무늬벽으로 꾸민 주택
[세계의 주택] 꽃모양 벽돌과 바나나잎 무늬벽으로 꾸민 주택
◆건축 개요
건축가: 응아 건축사무소(Nghia Architect)
위치: 베트남 남딘
건축면적: 78㎡
준공년도: 2017년
사진: 투안 응아 응우엔(Tuan Nghia Nguyen)
베트남의 해안가 마을 남딘(Nam Dinh)에 위치한 이 주택은 일정한 패턴의 붉은 벽돌이 특징이다. 단순히 벽돌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내부로는 자연광을 받아들이고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도록 꽃모양 벽돌로 지어졌다.
이 지역 날씨는 예측 불가하며 큰 태풍이 자주 지나간다. 이러한 상황 탓에 주택 입면(立面)은 여러 소재로 지어졌다. 가장 바깥쪽은 꽃 모양 벽돌로 만들어 자연광과 신선한 공기를 집으로 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벽돌 안쪽 면은 강화 유리로 창을 내 어머니가 태풍이 불어도 쉽게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나이드신 어머니는 평생을 이 집에서 살아왔다. 건축주인 아들은 도시에 정착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어머니를 위한 집을 고향에 짓고 싶어했다. 전통 가족의 생활방식과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곳은 유년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건축가가 건축주와 이야기할 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애정을 갖고 있던 바나나 나무를 기억한다. 그 기억은 친숙한 이미지와 정신적 유대감을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도록 건축가에게 영감을 줬다.
설계는 남딘 지역의 시골 전통주택 양식과 철저한 재료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주거의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휴 기간에 할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손자들을 위한 공간도 고려했다. 이런 이유로 주택은 손님들이 지낼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어야 했다.
꽃모양 벽돌은 내부의 빈 공기를 잡아두기 위해 만들었다. 벽돌의 빈 공간은 보온층 역할을 해 뜨거운 직사광선의 온도를 낮춰준다. 시골의 공예 기술이 현대 기술로 다듬어져 전통과 과학의 장점들을 접목했다. 예를 들면 가족 침실의 벽은 하이브 스톤(hive stone)으로 불리는 홍토석을 사용했는데, 이는 하노이 지역의 자연 재료다. 이 지역의 석조 장인을 초청해 건설 현장에서 함께 작업했다. 그들은 아치형 창문이 있는 벽을 만들었고, 이는 침실과 거실공간을 이어준다.
또 바나나 잎의 아름다움을 콘크리트 표면에 옮기기 위해 손으로 누르는 음각 방법을 사용했다. 기존에 집이 있었던 곳이 바나나 농장이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설계 개념이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설계에 담기며 이 곳에서의 역사가 거주자들의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시골의 전통과 현대의 편안함을 합쳐 어머니와 손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지역 건축재료를 통해 옛 추억과 이 지역 문화의 풍부함을 설계에 반영했다. 이곳에서 가족의 기억은 각각의 벽돌에 기록될 것이며 세대를 이어져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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