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25 07:00 | 수정 : 2019.01.25 10:50
[아파트멘터리×땅집고] “오피스는 바른 자세로 일하는 곳? 집처럼 편해야 효율 올라”
“올해 오피스 인테리어 트렌드의 핵심은 ‘홈라이크 오피스(Home like office)’가 될 겁니다. 사무실을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미는 것, 하루의 절반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솔루션이 아닐까요.”
김준영 아파트멘터리 이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피스 인테리어 의뢰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이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멘터리는 그동안 아파트 인테리어 시공을 주로 맡아온 인테리어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서울에서 아파트 인테리어 시공 횟수가 가장 많은 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무실을 집처럼 꾸며달라’고 의뢰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오피스에 ‘내 집같은 감성’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2년에 한 번 오피스 솔루션을 제시하는 국제 사무가구 박람회 ‘오가텍(ORGATEC)’이 지난해 10월 ‘홈라이크 오피스’라는 새로운 사무 환경 개념을 제시하면서다. 홈라이크 오피스란 말 그대로 사무실을 집처럼 꾸미는 오피스 인테리어 기법이다. 유연한 분위기를 연출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홈라이크 오피스의 특징이다.
땅집고가 아파트멘터리의 김준영 이사와 심지후 공간디자이너를 만나 홈라이크 오피스 트렌드에 대해 더 알아봤다. 둘 모두 아파트멘터리에서 홈라이크 오피스 관련 의뢰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홈라이크 오피스 트렌드가 생긴 계기가 뭘까.
▶심지후(이하 심): 최근 공간 쓰임이나 공간끼리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입니다. 예전에는 거실에 TV나 소파를 고정했다면 요즘엔 ‘TV 없는 거실’을 만들어 다이닝 테이블이나 장식장을 대신 두는 집이 많이 생기는 식이죠. 마찬가지로 이제는 오피스를 꾸미는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은 딱딱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근무할 수 있게 돕는 홈라이크 오피스가 주목받게된 거죠.
▶김준영(이하 김): 화분·가습기·그림액자 등 자잘한 소품들을 사무실에 들여봤자 심신이 지치는 건 꾸미기 전과 마찬가지인 경험, 다들 해 보셨을 겁니다. 이게 다 사무실이 우리 인식 속에 ‘바른 자세로 일 하는 곳’이라고만 박혀 있도록 인테리어했기 때문입니다. 공간 구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거든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을 아예 안락한 집처럼 꾸며 직원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하는 거라고 봅니다.
-사무 공간을 확 바꾸는 것이 다소 파격적이어서 대기업보다는 주로 스타트업이 홈라이크 오피스 인테리어를 많이 선택할 것 같은데.
▶김: 아파트멘터리에 홈라이크 오피스 시공을 의뢰한 업체 비율을 따져보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반반 정도여서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업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미리 인지하고 시공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죠. 그런데 대기업도 이제는 사무실 인테리어 방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능률을 더 높이려면 경직된 공간 분위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또 홈라이크 오피스로 바꾸면 공간 재활용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지금까지 아파트멘터리가 홈라이크 오피스로 시공한 기업들 중에는 ‘보수적인 회사’라고 인식하는 제조회사나 금융업 등 업종이 다양했습니다.
-그럼 어떤 자재·소품들로 꾸며야 홈라이크 오피스가 되는 건가.
▶심: 홈라이크 오피스 시공 목적이 업무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완화하는 것인 만큼 부드러운 색감과 내추럴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을 긴장시키는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의 소재, 예를 들면 여닫을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로 온 사무실을 울리는 철제 캐비넷같은 소품은 지양해야겠죠.
재밌는 점은 그 동안 주거 공간에만 쓰던 자재나 소품 등이 이제 오피스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패브릭이 대표적입니다. 패브릭은 세탁이 어렵고 보풀이 일기 쉬워 사무실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자재였죠. 그래서 사무실에 두는 소파나 의자는 어두운 컬러의 인조 가죽으로 된 제품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홈라이크 오피스 트렌드에 맞춰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내는 패브릭이 사랑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요즘에는 기능성 패브릭으로 된 제품이 많아 공용 공간에서 쓰기에 관리가 어렵지도 않고요.
-홈라이크 오피스로 바꾸면 직원들 만족도 역시 높아지나.
▶김: 실제로 저희 사무실도 홈라이크 오피스로 인테리어 했는데요, 직원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인테리어 기업 특성상 미팅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는 편인데, 집 거실처럼 꾸며진 회의실에서 대화하니 팀원들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의견을 내는 걸 실감하거든요.
최근 입사한 직원은 ‘전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도 회의 때마다 긴장되고 재미가 없었는데, 부드러운 공간에서 업무를 보니 일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밤 늦게까지 회사에 있어도 무섭다기보다 집에서 아늑한 조명을 키고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아파트멘터리 사무실에 적용한 홈라이크 오피스 인테리어를 소개해달라.
▶심: 저희는 2017년 10월 이 사무실에 입주했는데요. 우선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사무공간에는 6인 책상을 여러 개 배열했습니다. 다른 사무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형태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업무를 보는 공간이어서 다른 공간보다 집같은 느낌이 덜 나긴 하지만 의자를 가정용 다이닝 체어로 마련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딱딱한 사무용 의자보다 직원들의 긴장감을 덜어주는 효과를 내거든요.
눈을 찌르는 쨍한 빛의 형광등 대신 화이트 컬러의 펜던트 조명을 달아 부드러움을 더했습니다. 펜던트 조명은 최근 카페 인테리어에서도 많이 쓰이는 편이죠. 여기에 보조 조명으로 레일등을 써서 조도를 충분히 확보했어요.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라운지 공간은 정말 가정집 거실처럼 꾸몄습니다. 패브릭 소파와 러그에서 내집같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죠. 이 곳에서 캐주얼 미팅을 주로 하는데요. 별 다른 의자나 책상 없이 바닥에 모여 앉아 의견을 나누기에 직원 모두 회의 거부감이 없는 편입니다. 노트북을 쓰는 직원들은 라운지 소파에서 편하게 일하기도 해요.
회의실·상담실로 쓰는 공간은 유리창으로 구분해 안이 비치게끔 만들었습니다. 불투명한 가벽(假壁)으로 공간을 분리할 때보다 사무실이 더 넓어보이고, 세련된 느낌도 나죠. 프라이빗 미팅을 할 때는 커튼을 치면 됩니다. 역시 일반 가정에서 많이 쓰는 뉴트럴 컬러의 패브릭 커튼을 달았습니다.
책상과 의자 역시 가정용 다이닝 테이블과 다이닝 체어에요. 바닥에는 부드러운 느낌의 원목 마루를 깔아 고객들에게는 인테리어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직원들에게는 집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 아파트멘터리 사무실을 보면 아시겠지만 홈라이크 오피스라고 해서 모든 공간을 집처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업종과 기업 특징을 살려 공간을 구성하되 어떤 가구나 소품을 활용해야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도 직원들에게 내집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