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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디자이너 말도 들어봐야 한다" 인테리어 담당자가 겪은 일

  • 아파트멘터리 FIVE팀

    입력 : 2019.01.17 17:16 | 수정 : 2019.01.17 17:28

    새 인테리어로 예쁘게 변신한 우리집. 그런데, 우리집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을까요. 땅집고가 인테리어 솔루션 기업 아파트멘터리의 파이브(FIVE)팀 디자이너들이 전하는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어떤 하루]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피해를 줬으면, 인사 떡이라도 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피해를 줬으면, 인사 떡이라도 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추석 연휴 전, 인테리어 공사를 거의 마치고 있던 와중, 세대 공용 엘리베이터에 다음과 같은 A4 용지가 붙었다. ‘XXXX 세대 분, 인테리어 공사 하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으면 최소한 떡이라도 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래 빈 칸에 O 또는 X로 그 의사를 표현해주세요.’

    그 글을 붙인 사람의 인적사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번호라도 적는 순간 앞으로 이웃이 될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는 것이기에 감췄으리라. 하지만 ‘저격’ 당한 세대가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또렷하게 남겨놓은 빈 칸은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연 그 글의 당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내가 맡은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처음 집을 장만한 신혼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던 고객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O’에 체크하자니 모든 주민들에게 인사를 돌려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X’라고 하자니 온 단지를 소음으로 몰아넣고 모른 척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면,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양심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게 뻔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민원 관리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시공 담당자라고 해서 일부러 소음을 만들고 싶었을까. 쉬는 날 윗집에서 망치질 한 번만 해도 깜짝 놀라 쉬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한명으로, 그 고충을 누구보다 이해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모두가 먼지, 소음에 둔감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란 불가피하게 소음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일. 유일한 해결 방법은 발품을 팔아 사람들에게 진정을 다해 양해를 구하는 것 뿐이다. 인테리어 진행자는 고객의 대리인이기에, 고객이 입주일에 이웃에게 얼굴 붉혀가며 쓴 소리 듣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인사를 돌리곤 한다. 예상 공사 기간과 특히 소음이 심한 날짜를 적은 종이를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고, 부재 중일 경우 두 세 번 정도 재방문하며 공사 진행을 알린다.

    물론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대신하기 위해 인테리어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 담당자들은 이웃들, 관리사무소, 경비 직원, 청소 직원에게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동서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소음공해 때문에 못 살겠다며 칼부림을 부리겠다는 익명의 민원부터,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까지 상대하다보면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지치고 힘들긴 마찬가지. 이 와중에 민원 관리를 못한다는 고객의 오해라도 생기는 날엔 한없이 슬퍼지고 기운이 빠지곤 한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누구나 1년에 몇 번씩 인테리어 공사 소음으로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인테리어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노련하고 진정성 있게 고객을 대신하는지가 업체의 실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싶다. 이런 태도를 갖춘 회사에 일을 맡기게 되었을 때, 현장 근무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를 더해준다면 그들은 더 나은 인테리어 결과로 보답할 것이다. 집주인과 인테리어 회사는 결국 같은 목표를 위해 한 배를 탄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점점 이웃과 왕래가 없어지는 현대사회이긴 하지만, 공사 전후로 이웃들을 만나 직접 인사하고 사정을 설명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나에겐 새 집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소음에 시달리는 힘든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웃들에게 직접 양해를 구했던 집들은 민원이 적고 공사도 수월하게 진행돼 좋은 인테리어 결과가 나오는 편이었다. 물론, 이웃과 얼굴 붉히지 않고 새출발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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