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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살아도 온가족이 만족할 만한 집 지어요"

    입력 : 2019.01.17 04:00 | 수정 : 2019.06.17 10:13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가족의 개성과 스토리를 공간에 담아야”

    “부모와 자녀가 얼굴 마주보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집의 기본이죠.”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우리의 일상이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기 이전에 경제 논리가 우선되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제부터인가 좋은 집의 기준도 콘크리트 구조물의 면적과 주택 가격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집은 비싼 집’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혔다고 지적했다.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유타건축사사무소

    그는 현재 경기 성남의 판교신도시 운정동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 서울 동대문구에서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았다. 하지만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이 8000만원 인상을 요구하자 고민에 빠졌다. 2000만원을 더주면 전셋집을 아예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2016년 지금의 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있는 김창균 대표의 자택. 김 대표는 "세 가족 10명이 함께 어우러져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건축사사무소

    장인 장모와 처제네 가족까지 세 가족 10명이 함께 산다. 집 이름도 자녀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서 ‘도시채’라고 지었다. TV를 없애면서 거실 개념도 바뀌었다. 초등학생인 큰 아들은 집에 거실이 10개라며 자랑한다. 공간을 느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흔히 말하는 부자동네에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연이 많았다”면서 “팔리지 않던 땅에 빠듯하게 자금을 보태 집을 짓고 사니 가족 모두가 행복해한다”고 했다.

    김 대표와 처제 가족의 아이들까지 그물망에 뒹굴면서 노는 모습. 집안 곳곳이 상황에 따라 놀이터, 혹은 거실이 되기도 한다. /유타건축사사무소

    ―좋은 집의 첫째 요건으로 눈맞춤을 들었다. 또 다른 요건은.
    “개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마다 삶의 방식과 스토리가 있다. 모든 고객의 요구가 다르다. 아빠의 취미, 엄마의 희망사항, 자녀의 관심사가 다양하다. 이를 설계에 꼼꼼히 반영해야 한다. 같은 50평이라도 공간 구성이 달라지는 이유다. 편리함은 기본이다.

    다음으로 네이밍(naming, 이름짓기)이 아니라 맵핑(maping, 공간만들기)이 중요하다. 아파트처럼 큰방, 작은방, 화장실 등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3년 뒤 가족 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면 이제 곧 성인이 되는데 공간도 변화의 여지를 둬야 한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위치한 '봄날의 곰'. /유타건축사사무소

    ―공간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 집을 직접 짓는 사람들은 누구나 20~30년 계속 살 것으로 계획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 경우 리모델링이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좋다. 벽식 구조보다 기둥식이 공간 변화에 대처하기 쉽다.”

    ―이런 세가지 조건에 대한 건축주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 하고 싶어한다. 익숙지 않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가장 좋았던 점은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구성원끼리 서로를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씀하신다. 한 주부는 배우자와 아들만 둘이었는데, 세 남자가 집에 일찍 들어 올 정도로 바뀌었다고 했다. 가족의 스토리를 공간에 반영하는 것은 어렵지만 큰 보람을 느끼는 작업이다.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창작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소방관인 건축주 요청에 따라 설치한 출동봉. 아이들이 출동봉과 미끄럼틀을 내려오며 신나게 놀고 있다. /ⓒ진효숙

    ―가족 구성원별 공간의 예시를 든다면.
    “자동차를 좋아하는 건축주는 식사하면서도 차가 눈에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주방과 차고를 연결시켰다. 집에서 타로점 강연을 하는 고객도 있었는데 계단을 이용해 마치 객석 또는 강의실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놀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현직 소방관인 아빠가 집에 출동봉을 설치한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의 직업을 매일 체험하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 바로 옆에 계단과 미끄럼틀도 마련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과 스토리를 공간에 담으면 행복해진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도 있겠다.
    “가끔씩 ‘집인데 왜 이렇게 하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기존의 집 공사와 분명 다르기 때문에 작업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건축재료와 공법이 발달했고 시공사의 정성과 마인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건축주는 시공사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공사측에 건축재료 단가 싸움이 아니라 정성껏 잘 지어야 다음 공사 수주에도 도움이 되고 이윤도 남는다고 설득한다.”

    경기 분당구 판교에 지어진 작품 '산책하는 집' 내부. 긴 복도를 따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타건축사사무소

    ―최근 설계 작업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건강한 집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앞서 강조한 눈맞춤의 개념을 가족에서 벗어나 외부로 확장시키고 싶다. 자연, 이웃과 교감할 수 있어야 건강한 집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집 내부와 외부 경계에 중간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 우리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대청마루와 같은 개념이다. 관계를 통해 사람들이 풍성하게 느끼는 집이 될 것이다. 그러면 물리적 공간 개념이 사라지면서 평수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향후 계획은.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 됐다. 돌이켜 보면 딱 하나 느낀 건 사람이다. 사람이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멋진 디자인에 초점을 뒀다. 이제는 사람의 가치를 반영하는 디자인이 좋은 설계라고 생각한다. 결국 건축이 담아야 할 것은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 함께 하는 원동력, 에너지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디테일 하나하나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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