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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빨리 지을수록 이득? 돈 버는 법은 따로 있죠"

    입력 : 2018.09.21 06:47 | 수정 : 2019.06.27 16:58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감은희 단감건축사사무소 대표
    "중요한 건 건축가와의 대화…'옆집처럼 해달라' 절대 안돼"

    “어차피 건축가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똑같다면 시간과 품을 들여 건축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세요. 대화를 통해 내가 정말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좋은 집을 짓는 왕도(王道)입니다.”

    건축에서 시간은 돈이라고 한다. 빚이라도 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불어나고 건축이 늦어질수록 임대 수익도 줄어든다. 그런데 ‘시간은 돈’이란 고정관념을 거꾸로 말하는 건축가가 있다. 감은희 단감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가와의 대화는 길어질수록 오히려 돈을 번다”고 했다.

    그는 중목(重木·무거운 나무)구조 건축 전문가로 매스컴을 탔다. 단독주택 중심으로 건축 설계와 감리, 시공 등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현장형 건축가다. 목조주택을 주로 지어 ‘친환경 목조주택 전도사’로 꼽힌다. ‘단독주택 전시장’으로 불리는 경기 판교신도시 주택단지에도 그의 작품이 여럿 있다.

    감은희 단감건축사사무소 대표.
    -돈 버는 대화법이라는 게 있나.
    “집을 지을때 건축가와 나누는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 건축주와 건축가 각각의 머릿속에 있는 집이 다르고 이를 맞춰나가는 과정이 건축 과정의 절반이다. 그런데 많은 건축주들이 건축가를 만나면 ‘유행에 맞춰 지어달라’ ‘옆집처럼 해달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게 지은 집은 결국 건축주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주가 만족하지 못하면 돈을 낭비한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만큼 건축가와의 대화법은 정말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건축가와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을 짓는 목적을 말하는 것이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좋은 설계가 나올 수 없다.

    자세하고 구체적일수록 더욱 좋은 설계가 나온다. 수익이 목적인지, 거주가 목적인지 분명해야 한다. 수익이 목적이라면 예산은 얼마나 될지, 수익률은 얼마나 원하는지 등이 필요하다. 거주가 목적이라면 누구와 함께 살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주로 살 집인지, 세컨하우스인지 등을 미리 그려놓는 것이 좋다.

    감 대표는 가장 애착이 가는 건축물로 인천 강화도 불은면에 지은 딘독주택을 꼽았다. 조부모 때부터 살던 100년 가까이 된 집을 중목 구조로 다시 지었다. /단감건축사사무소 제공

    하지만 건축은 객관식보다 주관식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건축주 모두가 건축 지식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건축가와의 대화가 중요하다. 여러 집을 지어본 건축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주에게 답을 이끌어낸다. 집을 짓는다고 할 때, 가족은 몇명인데 거주할 사람은 몇명인지를 묻는다. 규모가 감이 오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좁은지, 넓은지 등을 묻는다.

    설계 기간도 중요하다. 통상 설계에는 3~4개월 걸린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6개월, 길면 1년까지 본다. 그만큼 건축주와 건축가의 생각이 많이 반영돼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 물론 시간은 돈이다. 그러나 좋은 건축물이 나오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건축가에게 내는 돈이 같다면 건축가를 좀 더 괴롭혀 좋은 건물을 짓는게 돈을 버는 것이다.”

    -건축주가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는.
    “시공 과정이다. 설계할 때는 재밌다고 하는 건축주가 많다. 하지만 시공할 때 갑자기 머리 속에 없는 공간이 발생한다. 그러면 건축가와 갈등이 생긴다. 주변에 소위 훈수두는 이들도 많아진다.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하면서 다투게 되면 건축이 산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설계 과정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 건축주가 도면을 본다고 모든 공간을 머릿속에 그릴 수는 없다. 건축가는 모형이나 3D 그래픽으로 그 공간이 왜 생겼는지 건축주를 이해시켜야 한다.”

    감 대표는 '단독주택 전시장'이라고 불리는 판교신도시에 10여채의 중목구조 주택을 설계·시공했다. 사진은 중목구조로 지은 판교 단독주택 내부. /단감건축사사무소 제공

    -어떤 사람이 훌륭한 건축가, 훌륭한 건축주라고 할 수 있나.
    “훌륭한 건축가와 일반 건축가 차이는 소통 능력 차이다. 소통없이 본인 영감을 바로 넣어 지은 건축물을 주인에게 무조건 살라고 하는 건축가는 그 건물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건축주는 자기 생각이 명확한 사람이다. 건축가가 모르는 것을 공부시키는 사람이다. 건축가도 서비스업 종사자이다보니 건축주가 물어보면 답하는 것이 의무다. 건축가를 잘 이용하는 것이 훌륭한 건축주다.

    최근에 만난 건축주 가운데 유체역학 교수가 있었다. 집이 완공된 후 본인이 직접 공기질을 실험하고 결과를 알려줬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적정 건축비는 어느정도 봐야 하나.
    “절대적인 ‘적정 건축비’라는 건 말이 안된다. 집짓기는 재료, 구조, 설계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통상 과하지 않은 범위로 이야기하는 금액은 단독주택 기준 3.3㎡(1평)당 550만~700만원 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 이하로 짓는다고 하면 고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올해 준공한 제주도 조천흡 선흘리 단독주택 내부. /단감건축사사무소 제공

    이 정도 건축비는 건축면적 165㎡(50평) 지을때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건축주들이 단독주택으로 가장 많이 짓는 규모다. 148~165㎡가 방 세 개, 설계 잘하면 게스트룸까지 방 네 개가 나온다. 아파트 전용 84㎡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소가족으로 추세가 변해 더 작은 집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99㎡ 이하로 지으면 건축업체들이 수익성 때문에 짓기를 꺼려한다.”

    -건축주가 고려할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꼽으면.
    “우선 공법이다. 어떤 공법으로 짓느냐에 따라 잘하는 건축가가 달라진다. 둘째, 예산이다. 예산이 없으면 좋은 건축가라도 크고 좋은 집을 짓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소통이다. 소통의 중요성은 두번, 세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중목구조는 기둥(post)과 보(beam)가 되는 나무를 블록처럼 연결하는 구조다. 이때 무거운 목재를 사용한다. 연결부위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앵커나 볼트 등 결합에 쓰이는 철물을 사용한다. /단감건축사사무소 제공

    -중목 구조가 무엇인가.
    “중목구조는 ‘무거운 나무(重木)’로 짓는 건축방식이다. 아직 국내 목조 건축물은 얇고 가벼운 경량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생소한 편이다. 경량목구조는 벽으로 상부의 하중을 받는 반면, 중목구조는 두껍고 무거운 목재를 기둥과 보 중심으로 연결한다.

    아파트에 비유하면 판상형이 경량목구조, 주상복합 타워형이 중목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옥도 기둥과 보가 중심이 되는 중목구조다. 산업화를 거치며 목조주택 전통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최근 내구성과 친환경성이 좋은 중목구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고급주택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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