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저렴하지만 싼티 안나는 인테리어가 대세"

    입력 : 2018.06.02 06:00

    “한남동이나 서래마을, 방배동 같은 부촌에서 쇼룸을 운영하면서 돈있는 고객들을 많이 만나봤죠. 그들도 인테리어에 큰 돈 쓰는 걸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아요. 부자들도 멀쩡한 가구를 자주 바꾸지는 않아요. 한 두가지 소품만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알뜰한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최근 인테리어 시장에 이른바 ‘홈드레싱’으로 불리는 시공없는 홈스타일링이 뜨고 있다. 특히 시간없고, 돈없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홈스타일링 전문가로 17년째 활동 중인 강은정 백석대 교수는 인테리어에 큰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정 백석대 인테리어학과 교수.
    그는 “시공은 물론 집안의 모든 가구를 완벽하게 새로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정해진 예산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테리어 아이템을 구입하는 행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는 강 교수로부터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저렴한 인테리어에 대해 들어봤다.

    ■ “부자들도 집꾸미기에 헛돈 쓰지 않는다”

    무작정 돈을 들여 집을 꾸미는 시대는 가고,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인테리어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강은정 교수 제공

    -저렴한 인테리어가 확산되는 이유가 뭘까.
    “디자이너들이 마진을 생각해 개별 공간 인테리어 의뢰는 받지 않고, 집 전체로 의뢰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물론 소품도 비싸고 고급스런 것 위주로 추천하는 편이었어요. 이런 작업 방식이 과연 보통 사람들의 삶에 적합한 것이냐는 의문이 ‘저렴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만든 계기죠.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예쁘게 꾸며도 아이 낳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집은 엉망진창이 되곤 하죠. 결국 고객이 가진 예산 범위에서 필요 공간만 홈스타일링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라죠.
    “요즘 1~2인 가구 비율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죠. 그들 대부분이 젊죠. 이들에게 주택은 소유가 아닌 공유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어요. 젊은이들은 집을 예쁘게 꾸미고 사는 데 관심이 많죠. 하지만 자기집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보통 월세나 전세집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데, 인테리어에 맘먹고 투자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전체 공사보다 최소 비용으로 홈스타일링을 진행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죠.”

    -돈이 없으니까 저렴한 인테리어를 하는 건 아닐까요.
    “언제 질릴 줄 모르는 홈스타일링에 큰 돈을 쓰는 것은 소득과 관계 없이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실제로 한남동, 서래마을 등 부촌에서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해 봤는데 생각과 달랐어요. 집 전체를 한꺼번에 바꿔달라는 의뢰보다 서재, 아이방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알뜰하게 인테리어 해달라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쓰던 가구를 전부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지도 않아요. 공간에 꼭 필요한 한 두가지 아이템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저렴하게 마련하는 방법으로 인테리어를 합니다.”

    -저렴한 인테리어는 아무래도 ‘싼티’가 나지 않나.
    “툭 치면 망가지는 싸구려 아이템으로 집안을 채우라는 게 아닙니다. 예산을 적게 잡아도 꼭 필요한 아이템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대신, 곁다리 소품들은 저렴하고 탄탄한 것들로 구입하는 것이죠. 저렴한 인테리어는 외국에서 더 빨리 나타났어요. 대표적인 것이 ‘이케아’의 등장입니다. 젊은 세대가 부담없는 가격으로 자기 취향을 반영해 집을 꾸미는 데 매우 좋은 솔루션이죠. 가구 전체를 바꾸지 않아도 소품이나 패브릭 같은 저렴한 아이템을 이용해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간단하고 저렴한 공간별 인테리어 꿀팁

    그렇다면 저렴한 인테리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강 교수는 거실과 침실, 주방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별 인테리어 방법을 소개했다.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작은 소품을 마련하는 등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공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Tip1. 거실: 벽면 꾸미기, 암체어 활용하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디자인 벽지로 꾸민 거실. /강은정 교수 제공

    거실은 아무래도 침실이나 주방보다 자잘한 가구가 적고 여백이 많아 벽면에 변화를 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전체 도배가 부담스럽다면 디자인 벽지를 활용하면 됩니다. 인터넷이나 소품 시장에서 몇 만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고, 요즘엔 풀이 미리 발라져 나오는 제품도 많아 붙이기 편리해요.

    거실 벽면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아트 액자를 걸면 좋다. /강은정 교수 제공

    벽에 아트 액자를 걸어두면 텅 빈 거실이 채워져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품으로 공간을 메우려고 이것 저것 사다 보면 소품끼리 구색 맞추기가 어려워 인테리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죠. 간단한 그림이 담긴 액자 몇 개만 걸면 거실 분위기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색깔 있는 가구가 부담스럽다면 액자 안 그림에 포인트 컬러를 넣는 것도 좋습니다.

    소파와 직각이 되는 위치에 암체어를 놓으면 가족들과 대화하기 훨씬 편해진다. /강은정 교수 제공

    거실은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일(一)자형 소파를 둬 가족들이 모여도 TV만 바라보게 됩니다. 이럴 때 소파와 직각 위치에 암체어 하나만 놓아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Tip2. 침실: 침대 중앙에 배치하기, 베드러너와 헤드샴 활용하기

    침실 중앙에 침대를 놓으면 공간이 더 넓어보인다. /강은정 교수 제공

    우리나라는 온돌 문화여서 바닥을 넓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집이 침대를 구석에 밀어넣죠. 외국이나 고급 호텔을 보면 침대를 침실 정중앙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대를 벽에서 조금 떨어뜨리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듭니다. 부부 침실의 경우 침대를 벽에 붙여놓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넘어가야 합니다. 침대 양쪽에 공간을 만들면 그런 불편이 없죠.

    베드러너와 헤드샴은 침대를 풍성해 보이게 한다. /강은정 교수 제공

    우리집 침대를 풍성해 보이게 하고 싶다면 베드러너와 헤드샴을 활용하면 됩니다. 베드러너는 이불보다 작은 천조각이지만 생각보다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나죠. 별도 제품을 구매해도 좋지만 집에 굴러다니는 담요나 침구 커버를 침대에 걸쳐놓아도 새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헤드샴이란 배게 뒤쪽에 세워서 세팅하는 장식용 쿠션인데 침실을 꽉 차 보이게 하죠. 쿠션감이 넉넉한 제품은 침대에 기대 책을 읽거나 영화 보기에도 편리합니다.

    간접 조명으로 침실 분위기를 은은하고 아늑하게 만들 수 있다. /강은정 교수 제공

    침실 분위기를 완성하는 ‘끝판왕’은 다름 아닌 조명이죠. 거실처럼 형광등을 쓰기 보다 스탠드나 무드등같은 보조 조명을 달면 아늑하고 은은한 침실이 됩니다. 잠들기 몇 시간 전부터 쨍한 형광등 대신 간접 조명을 켜두면 숙면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생체 리듬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Tip3. 주방: 조명, 테이블 매트 더하기

    주방은 가스렌지와 싱크대 등이 있어 바꾸기 가장 어려운 공간이에요. 실제로 싱크대에 직접 페인트를 칠하거나 시트지를 바르는 등 셀프 인테리어하다가 실패해 이전보다 더 지저분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죠.

    식탁 위 천장에 디자인 조명을 달았다. /강은정 교수 제공

    조명은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인테리어 방법이에요. 주방에서 조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식탁 위 천장. 작은 펜던트 조명 하나만 걸어도 효과가 큽니다. 강한 인테리어 효과를 내고 싶다면 볼륨감 있는 큰 조명을 달거나 중간 크기 조명 2~3개를 동시에 달면 됩니다.

    테이블 매트를 깐 후 식기를 올려두면 고급스런 분위기가 난다. /강은정 교수 제공

    식탁에 테이블 매트 하나만 깔아도 주방이 고급스럽게 변하죠. 식탁에 바로 식기를 놓기 보다 테이블 매트 위에 접시를 두면 좀 더 신경쓴듯한 느낌도 줄 수 있죠. 테이블 중앙에 둥근 테이블 매트를 깔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려놓거나 다양한 크기의 양초를 두면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됩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