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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던진 한마디에…집짓기에 첫 도전한 CF감독

    입력 : 2018.05.22 07:31 | 수정 : 2018.05.22 08:23

    집짓기는 평생의 꿈이다. 하지만 ‘집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땅집고는 예비 건축주들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개설한 ‘제1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의 주요 강의 내용을 엮은 건축 지침서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감씨)를 최근 출간했다. 건축계 드림팀으로 불리는 5인의 멘토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건축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 나와 내 가족의 집이 완성되기까지와 내 가족의 집이
    완성되기까지

    “집을 짓기 전에 좋은 클라이언트이자 건축주가 되면 좋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을 지은 이형주 CF감독은 자신의 집짓기 사례를 진솔하게 소개했다. 그는 “광고 만드는 일을 하면서 즐거웠던 분도, 정말 힘들게 끌고 와서 일이 마무리된 고객도 있었다”면서 “건축이라는게 모든 직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고 유리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처음 내집짓기에 도전했던 이형주 CF감독의 '고개집' 전경. /ⓒ신경섭
    그는 사실 내집짓기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던진 한마디에 생각을 바꿨다. “우리는 언제쯤 마당있는 집에서 강아지 키우면서 살아?”라고 묻길래 “돈 좀 벌고, 쉰 살 정도 되면 슬슬 한번 해볼까?”라고 무심히 답했다. 그러자 아내는 “인생은 연말정산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통 미래를 위해서 뭔가 원하는 것을 참고, 하고 싶은 것을 누르고 살지만 그게 행복은 아니라는 거였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은 경사지가 많고, 건축 관련 법규도 까다롭다. /ⓒ신경섭

    그는 당장 살던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팔고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에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대지 130평, 마당이 50평 정도 됐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내 집을 짓고 싶어졌다. 그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생활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전세나 월세로 먼저 살아보기를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이후 1년여 동안 경기도 파주, 양평, 양주, 용인 등지를 돌아다녔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게 됐다”고 했다. 결국 우연히 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평창동 땅(103평)을 소개받은게 인연이 됐다.


    사실 그가 선택한 땅은 제약이 많았다. 좌우가 경사지인데다 평창동은 건축 법규 자체도 까다로웠다. 고심이 컸다. 하지만 건축가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쪽 벽이 대지에 묻혔지만 겉보기엔 지상같은 지하층을 만들고 지상 2층을 올린 것. 이 감독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게 건축가”라며 “너무 이쁜 땅을 고집하기 보다 조금 부족해 보여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집짓기 초기부터 건축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사무실 바로 옆에 건축사무소가 있었던 것. 땅을 구입하기 전부터 건축가와 상담했다. 토지 조사와 해당 지역 건축 법규도 전문가와 함께 꼼꼼히 살폈다.

    고개집 내부 1층과 마당. /ⓒ신경섭

    문제는 건축사무소가 집을 딱 한 채 지어본 게 전부였다는 것. 아내는 불안해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건축가를 집으로 초대하고,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았다. 그는 “건축가를 고를 때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가라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건축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집을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어찌보면 CF 감독이 광고의 핵심 콘셉트로 작업하는 것과 비슷했다. 새 집의 콘셉트는 간단했다. ‘사람 두 명, 개 두 마리, 고양이 두 마리, 이렇게 총 여섯 개체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집’이 전부였다.

    고개집 2층 난간과 2층에서 내려다본 1층과 마당. /ⓒ신경섭

    이 감독의 집은 1층에서 생활하는 개들을 2층 난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가운데가 뚫린 형태로 설계했다. 천장이 높은 일종의 복층(復層) 구조인 셈이다. 1층 바닥도 개의 특성을 고려해 콘크리트 폴리싱을 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돌이 깔려 개들이 따뜻하게 지낼수 있기 때문이다.


    전구는 모두 LED등으로 달았다. 개들의 동체 시력까지 배려한 것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펫도어, 수도꼭지 높이까지 꼼꼼한 설계가 완성됐다. 물론 개를 싫어하는 손님을 위한 슬라이딩 도어도 설치했다.

    이형주 감독이 새로 지은 집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 /감씨 제공

    이런 디테일을 위해 기존 생활 패턴과 새로 지은 집에서 꿈꾸는 삶을 발표하듯이 정리한 게 도움이 됐다각각의 공간에서 펼쳐질 모습을 상상하면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그는 “건축가나 시공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말로 하게 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문서로 주고 받으면 더 명확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감독도 뜻밖의 시련을 겪었다시공사와 갈등이 빚어져 결국 소송까지 하게 됐다젊은 친구들의 열정을 보고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결국 속사정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던 것그는 “시공사에 지급한 돈이 제 집에 쓰이지 않고 다른 현장에 들어간 정황을 발견했다”면서 “많은 시공사는 자금 회전이 좋지 않다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당초 시공기간을 7개월로 협의했지만 실제로는 13개월 걸렸다. 그는 “시공사나 건축가와 계약할 때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계약서를 변호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식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면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소송까지 가는 건 아니어도 집짓는 과정에 크고 작은 문제가 안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착공하기 전에 이웃한 여섯 집에 편지를 썼다. 처음 편지를 보낸 뒤에도 공사 일정을 알리며 지속적인 양해를 구했다. 그는 “집 지을 때 시끄럽다는 민원은 일상적”이라며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하는 데 편지가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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