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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옆에 냉장고 달린 집…기발한 미래 주택들

    입력 : 2018.03.31 07:15 | 수정 : 2018.04.02 18:33

    무인양품 아트디렉터인 하라 켄야.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집에는 모든 산업이 담겨 있다.”

    일본 디자인센터 대표이자 무인양품(MUJI·無印良品)의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하라 켄야(原 硏哉). 그는 지난 24일 서울디자인재단 주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하우스비전-서울’ 세미나에 참석해 “건축 디자이너는 멋지고 아름다운 집을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활 양식을 제안하고 여기에 결합할 수 있는 산업과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하라 켄야는 2011년부터 건축가와 산업계가 협력해 ‘미래의 집’을 제안하는 ‘하우스비전(House Vis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해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거쳐 최근 서울에서도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2016년에 열린 일본 하우스비전 전시회 현장.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일본 하우스비전에서 전시했던 미래의 집들을 소개했다.

    1. 냉장고 하우스: 택배의 혁명

    일본 택배회사인 야먀토와 디자이너 시바타 후미에가 설계한 ‘냉장고 하우스(House with Refrigerator)’는 대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달려 있다. 바로 냉장고다. 집 밖에서 문을 열 수 있는 이 냉장고는 택배함 역할을 한다.

    대문 옆에 냉장고 택배함이 달린 '냉장고 하우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전 세계적으로 택배가 활성화하고 있는데 1인 가구의 경우 집을 비우면 물건을 받기 어려울 때도 많다. 건축가는 이런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이 집을 설계했다.

    식료품까지 신선하게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단순히 문만 달린 것이 아니다. 냉장고 문에는 집주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보안시스템이 장착됐다. 소비자는 그동안 배달이 힘들었던 식료품이나 세탁서비스, 약 배달 등 더 다양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보안 기술,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산업과 서비스가 이 집에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2. 스파이어럴 하우스: IoT와 주택의 만남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나선형 구조의 집.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전자제품 기업 파나소닉과 건축가 나카야마 유코가 협력해 지은 ‘스파이럴 하우스(Spiral House)’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가득 담긴 집이다. 이곳은 달팽이처럼 돌돌 말린 원형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하얀 벽면 전체가 하나의 스크린이 된다. 집 안에서 영화를 보고, 쇼핑도 하고, 날씨도 확인할 수 있다.

    스파이럴 하우스 내부의 하얀 벽은 스크린으로 활용된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지붕 꼭대기에 달린 센서는 집 외부 상태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의 각종 첨단 장치들이 집을 외부와 연결해 외딴 곳에 있어도 도심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개인 공간인 주방, 욕실, 침실 등은 집 한 가운데 모여 있다.

    3. 삼나무 하우스: 시골 민박 살리기

    동네 마을회관을 개조한 민박집으로 개조한 '삼나무 하우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글로벌 숙박공유 회사인 에어비엔비와 젊은 건축가 하세가와 고가 제안한 ‘삼나무 하우스(Yoshino-sugi Cedar House)’도 눈길을 끈다. 이 집은 임업이 발달한 일본 나라현 요시노 마을에 지어졌다. 하지만 유명한 도심과 달리 이곳은 인구도 적고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건축가는 이곳에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1층은 마을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2층은 민박집으로 운영한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삼나무로 된 민박집 1층에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2층엔 여행객을 위한 민박 시설을 넣었다. 전시회가 끝나고 일본 내 7개 마을에서 삼나무 하우스를 본뜬 건물이 만들어졌다.

    4. 테라스 오피스: 농사와 업무의 결합

    각종 농사 용품으로 꾸민 '테리스 오피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과 아틀리에 바우와우(Atelier Bow-Wow) 건축사사무소가 함께 한 ‘테라스 오피스(Terrace Office)’도 재밌다. 이 건물은 모든 인테리어 아이템을 농촌 도구를 활용해 꾸민 사무실이다.

    요즘 농촌은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하다, 노동력의 핵심인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스 오피스는 농촌 일터 한가운데 지어져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업무를 보면서 농사도 도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을 적용한 이 건물은 전통을 어떻게 미래 자원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1층에는 농사에 필요한 도구들이 전시됐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실제로 치바시에 지어진 테라스 오피스. /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전시가 끝난 후 치바시에 실제로 테라스 오피스가 설치됐다. 무인양품 직원들은 일주일에 3~4일은 이곳에서 쉬면서 농사일을 돕는다.

    5. 제3의 거실: 차에서 에너지 얻는 집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에너지를 얻는 주택.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에너지를 얻는 주택도 선보였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TOYOTA)와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가 함께 만든 ‘제3의 거실’은 에너지가 부족한 오지에서도 자동차를 통해 전기를 얻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쿠마 켄고는 앞으로 전기 자동차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상당한 용량의 전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배터리가 충분히 유지되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면 외부 공간에서도 전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시에서는 하이브리드 에너지를 통해 바람이 부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글램핑이나 캠핑이 활성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주택, 카페, 각종 건물들이 지어질 수 있다.

    6. 임대주택 타워: 케이크 같은 건물

    케이크처럼 이뤄진 임대주택 타워.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리츠 회사인 다이토 신탁 공사(Daito Trust Construction)와 건축가 후지모토 소(Sou Fujimoto)가 합작해 만든 ‘임대주택 타워(Rental Space Tower)’는 마치 케이크처럼 생겼다. 일반적인 임대주택에서는 공용 공간은 볼품이 없고 개인 공간에 집중된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 집은 개인 공간보다 공용 공간을 더 멋지게 만들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아름다운 커트러리가 가득 찬 부엌, 넓은 욕조가 있는 욕실, 공동으로 가꿀 수 있는 넓은 정원, 도서관 같은 서재 등 공용 공간을 멋지게 꾸미는 데 초점을 뒀다.

    7. 오픈하우스: 자유자재로 변신

    공간의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일본 타일 회사 릭실(LIXIL)과 건축가 반 시게루(Ban Shigeru)가 함께 한 ‘오픈 하우스(Open House)’다. 화장실·주방 등 수도 배관설비를 집 바닥에 깔지 않고, 기둥처럼 한 곳에 묶는 라이프코어(Life Core) 기술로 지어졌다. 천장과 벽 자재를 지퍼로 고정하고 창과 천장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

    간편한 조작으로 창과 천장이 전면 개방된다. /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간편한 설비로 이뤄져 집주인이 내부 공간의 레이아웃과 너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하라 켄야는 일본과 한국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빈집’ 문제도 나쁘게만 여기지 않았다. 늘어난 빈집과 마을의 황폐화는 관광 산업으로 연계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봤다.

    “그동안 일본은 제조업 사회였지만 요즘은 인바운드(Inbound)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구가 줄더라도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다. 일본도 유럽 못지않은 관광·문화 자원이 있다. 빈집을 개조하고 새로운 관광산업 자원으로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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