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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세계 최고 70층 목조빌딩 추진, 과연 안전할까

    입력 : 2018.03.01 06:50 | 수정 : 2018.03.01 08:39

    2008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 국내 최초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가 등장했다. 길이 1.6㎞, 높이 56m에 달했다. 레일 일부를 제외한 전체가 목재로 만들어졌다. 나무로 만든 건축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사용한 목재는 핀란드산 전나무 9겹을 압축한 라미네이트 우드(Laminated Wood)라는 신소재였다. 15개월 공사를 거쳐 완공된 이 시설에 들어간 나무만도 670t, 사용 목재 총길이는 110㎞에 이른다.

    그렇다면 목조로 아파트나 빌딩을 지으면 얼마나 높게 올릴 수 있을까.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목조 건물은 생소하다. 화재나 안전에도 취약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박문재 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과장은 “목조빌딩에는 일반 목재를 쓰는 게 아니라 단단하게 압축한 특수 목재를 사용한다”면서 “강도와 내연성에서 철근, 콘크리트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했다.

    세계 최고(最高) '목조' 주상복합 건물 조감도. 일본 스미토모린교가 6조원을 들여 2041년까지 도쿄 도심에 높이 350m, 지상 70층의 목조빌딩을 완공할 계획이다. /스미토모린교 홈페이지 캡처

    ■도쿄에 350m 초고층 목조 주상복합 추진

    지난 8일 일본에서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스미토모린교(住友林業)가 2041년까지 도쿄 도심에 높이 350m, 지상 70층 초고층 목조 빌딩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것. 목조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지상 7층 이상 목조 건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빌딩은 상가·오피스·호텔과 주거공간이 결합한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뤄질 예정이다. 목재 비율이 90%인 목강(木鋼) 하이브리드 구조로 건설된다. 목재를 주로 쓰지만 일부 내진(耐震) 보강재로 철골을 사용하게 된다.

    총 공사비만 6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술을 축적하며 진행해야 하는 탓에 기존 초고층 건물 공사비보다 2배 정도 더 든다.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3시간 동안 화재에 견디는 내화(耐火) 목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국내외 목조빌딩들 어디까지 왔나?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목조 건축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목재 고층 빌딩은 2009년 영국 런던에 세워진 ‘슈타트하우스(Stadthaus)’. 골격부터 외벽, 계단까지 모두 목재다. 높이 29m, 지상 9층짜리다. 2010년 국제초고층학회로부터 ‘올해의 고층빌딩’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영국 런던에 들어선 세계 최초의 목재 고층빌딩'슈타트하우스'. /Mapolismagazin

    2016년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이 들어섰다. 높이 53m, 지상 18층짜리 기숙사로 학생 400명이 입주했다. 1주일에 2개 층씩 올려 70일 만에 완공했다. 토대와 엘리베이터 통로를 제외하고는 건물 대부분이 나무 벽과 기둥으로 지어졌다.

    2016년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 들어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 70일 만에 완공됐다. /조선DB

    같은 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건축학과 연구팀은 높이 300m, 지상 80층짜리 목조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보다 50m 이상 더 높다. 미국 시카고(80층), 스웨덴(40층), 오스트리아(24층), 노르웨이(17층) 등 목재 선진국들도 초고층 목재 빌딩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2016년 건축승인을 받은 영국 런던의 높이 300m, 80층짜리 초고층 목조 건축물 '오크우드' 조감도. /조선DB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9월 경북 영주에 가장 높은 목조빌딩이 들어선다. 국립산림약용자원연구소 빌딩으로 높이 19.12m,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사업비는 37억원이 든다. 현재 가장 높은 국내 목조건물은 경기도 수원시 산림과학원 연구동(높이 17m)이다. 건축계 관계자는 “영주에는 최고(最古) 목조 건축인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어 그 의미가 더 깊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조빌딩(국립산림약용자원연구소) 조감도. /국림산림과학원 제공

    건물에 사용될 나무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낙엽송이다. 이를 CLT(Cross laminated timber·구조용 면재료)로 가공해 시공할 계획이다. 내화(耐火) 구조 인증을 위한 사전 테스트 결과, 2시간 내화 성능을 갖췄다. 이론적으로 화재 발생 후 2시간 동안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목재 빌딩, 규모 7.3 지진과 화재에도 버텨

    목조 고층 빌딩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해답은 CLT라는 목재 가공기술에 있다. CLT는 나뭇결이 서로 수직이 되도록 나무판을 번갈아 쌓은 것이다. 이러면 나무의 단점인 휨과 뒤틀림이 없고, 가로와 세로 방향 압력에 모두 강해진다. 수분과 공기를 빼는 압축 과정을 거치면 강도가 25% 정도 더 높아진다. 콘크리트의 5분의 1 무게로 같은 강도를 낼 수 있다.

    구조용 면재료(Cross laminated timber, CLT) 이미지. /구글 캡처

    CLT는 의외로 화재에 강하다. 나무판을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한데다 불이 나도 바깥층만 타고 안쪽으로 잘 번지지 않는다. 표면은 내화 코팅까지 했다. 지진에도 강하다. 지진이 나서 땅이 흔들리면 건물은 무게에 비례하는 힘을 받는데, 목조 빌딩은 철근콘크리트 빌딩보다 훨씬 가벼워 지진 피해를 덜 입는다. 이탈리아 임업연구원이 2007년 실시한 7층 목조 건물에 대한 내진 실험 결과, 7.3 규모의 고베 지진에 해당하는 충격을 견뎌냈다.

    무엇보다 나무가 차세대 건축 재료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철광석과 석회석을 불로 녹이고 굽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는 1㎥당 이산화탄소 1t을 저장한다. 실제로 2011년 호주 멜버른에서 완공된 10층 목조 아파트는 콘크리트로 지은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1.6% 적었다. 관리에 필요한 에너지도 20% 가량 절약된다. 밴쿠버 기숙사의 경우, 이산화탄소 2432t을 줄인 효과가 있다.

    ■목조빌딩 황금 시대 열리나

    최근 새로운 목재 건축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목조 건물에서 벽돌,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변화한데 이어 다시 목재건축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박문재 산림과학원 과장은 “건축가들은 목재 건축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21세기를 목조의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목조빌딩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2년까지 대도시에 지상 10층 목조 아파트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 아파트가 등장하면 목재 건물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 외에 경제적 여유, 친환경 건축 재료와 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한몫했다.

    그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황룡사 9층 목탑도 높이 81m로 지금으로 보면 지상 27층 건물 수준이었다. 앞으로 지어질 목조빌딩은 지진과 화재에 강하고, 온실가스도 줄이는 친환경 건축 기술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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