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도넛처럼 생긴 유치원, 인기 폭발한 이유

  •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입력 : 2018.02.24 06:31 | 수정 : 2018.08.22 10:18

    건축은 인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왔다. 건축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 불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건축을 잘 모른다. 의외로 관심도 없다. 땅집고는 쉽게 건축에 다가설 수 있도록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와 함께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국내외 건축물을 찾아간다.

    [양진석의 교양 건축] ③ 아이들의 천국이 된 일본 후지유치원

    일본 도쿄 후지유치원. 건축가 테즈카 타카하루는 '하나의 마을을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도넛 모양의 유치원을 설계했다. /와이그룹 제공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그란 ‘도넛’ 모양의 재미있게 생긴 건물이 있다. 일본 도쿄도 다치카와시에 자리한 후지유치원은 중정(中庭)을 품고 있는 원형 건축으로 마치 UFO(미확인비행물체)를 연상시킨다. 이 독특한 건물은 생김새뿐 아니라 건물에 담긴 ‘의미’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후지유치원은 도심 외곽인데도 대기자가 줄을 이을 만큼 모든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한다. 이 유치원은 테즈카건축사무소 작품이다. 건축가 테즈카 타카하루는 “하나의 마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유치원을 설계했다고 한다. 후지유치원은 전체적으로 나지막한 단층 건물로 4800㎡ 대지에 건물은 1420㎡, 중간의 마당은 약 1650㎡ 규모다.

    유치원 옥상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올라가서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졌다. /와이그룹 제공

    후지유치원은 마치 아이들이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하며 도는 것 같은 형태다. 교실은 옆으로도, 위로도 개방감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돼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 배치는 기존 유치원과 확실히 다르다. 어떤 교실에서나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이 보이고, 어떤 교실에서나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오는 구조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공간 안에서 어우러져 마치 유치원 배경 음악처럼 들리고 공명까지 되기 때문에 특이한 공간 경험도 할 수 있다. 건축을 의뢰한 유치원 원장은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도 기억할 수 있는 유치원을 짓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건물이 되려면 건축에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야 했고, 아이들이 그 공간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이 유치원은 원장의 바람대로 지어졌다.

    이 유치원의 백미(白眉)는 바로 옥상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옥상 위로 올라가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바닥에 나무 소재를 사용했다. 옥상에 올라가면 신기하게 건물을 관통해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25m 높이의 느티나무 세 그루를 그대로 살려 이 유치원은 오랜 시간 그 동네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유치원 내부에서도 아이들이 느티나무를 오르내리면서 놀 수 있도록 했다. /와이그룹 제공

    아이들이 느티나무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놀 수 있도록 밧줄을 안전하게 설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것 역시 건축가의 아이디어였다.

    옥상 바닥에는 여러 채의 천창(天窓)도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유치원이라는 놀이공간 안에서 아래 위로 쳐다보면서 놀게 하려는 것이다. 창의 주요 기능은 채광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놀이요소까지 부가한 일석이조의 디지인인 셈이다.

    마당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눈여겨볼 만하다. 흙으로 작은 언덕을 만들어 아이들이 쉽게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기보다 나무 같은 소박하고 친근한 자재를 주로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교실은 중간 마당과 바로 접해 있어서 개방감이 느껴진다. /와이그룹 제공

    5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후지유치원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대기자도 많고, 멀리서도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신청한다. 아마도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도록 배련한 유치원 공간 덕분일 것이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천국이 돼야 한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기억속에 오랜 시간 살아 있는 공간과 건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이렇게 당연한 생각을 충실하게 건물에 재현한 곳이 바로 후지유치원이다. 물론 이 공간은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 부모들 역시 이 유치원에 오면 언제든지 자신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양진석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안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와이그룹 대표이며 건축교육프로그램 NA21과 파이포럼 주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교양건축’, ‘건축가 양진석의 이야기가 있는 집’ 등이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