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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골조 빼고 다 뜯어고친 복층 주택

    입력 : 2018.01.24 06:50 | 수정 : 2018.01.24 09:23

    [국형걸의 건축 레시피] ⑤ 35년만에 처음 손댄 항동 그린빌라

    ‘타운하우스’는 서구의 전통적인 집합주택 유형 중 하나로 주택 여러 채를 이어 붙인 형태다. 공동으로 지으면 아파트처럼 단지를 이루고 녹지와 편의시설을 함께 쓸 수 있다. 단독주택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게 장점이다. 아파트처럼 밀도 높은 개발을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예가 적었다.

    국내 최초의 타운하우스인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 전경./ 에너세이버썬팅 제공

    국내 최초 타운하우스는 1982년 준공된 서울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다. 그린빌라는 당시 새로운 개념의 주거 단지로 주목받아 예술인과 연예인들이 좋아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총 35개 동 137가구의 대단지로 정통 미국식 고급 타운하우스를 닮았다. 지상 2~3층짜리 복층(復層) 단독주택이 2~3채씩 무리지어 있었다. 풍부한 녹지와 다양한 편의시설은 덤이다.

    기존 주택 거실(왼쪽)과 계단실. /HG-Architecture 제공

    지은 지 35년 이상 지난 지금, 그린빌라는 낡고 열악한 공간이 돼버렸다. 준공 당시 신선한 기법이었던 스킵플로어(층 높이) 방식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노후한 냉난방 시설과 외풍(外風) 유입, 일반아파트 평면처럼 공간을 나눠버려 공간적 장점이 사라졌다.

    주택내부 공간을 하나의 면으로 둘러싸며 동선과 시선을 이어준다. /사진=신경섭

    이 프로젝트는 35년 동안 한번도 수리하지 않은 그린빌라 한 채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스킵플로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간의 개방감과 입체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했다. 반 층씩 차이나는 공간의 천장, 수납벽, 계단벽, 천장을 연계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현관문을 열면 마주치는 스킵플로어 계단실. /사진=신경섭

    건물 입구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완전 개방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다소 폐쇄적이던 기존 콘크리트 계단을 철거하고, 열린 계단을 만들어 각 스킵플로어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좌측으로는 주방, 반층 아래로는 거실, 반층 위쪽으로는 침실과 휴게공간이 한눈에 보인다.

    주방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시선의 흐름. /사진=신경섭

    공간의 흐름은 주방에서 시작해 천장면을 타고 거실로 흘러내려 간다. 기존 벽체는 주방과 거실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구조체만 남기고 모두 없애니 마당까지 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으로 변신했다.

    주방에서 보이는 거실과 마당 정원. /사진=신경섭

    주방에서 거실과 마당 정원이 훤히 보인다. 거실은 구조 보강을 통해 층고를 높이고, 마당 쪽으로 확장했다. 그린빌라의 장점인 세대별 마당 정원은 거실을 확장해 만든 공간이다. 거실과 시각적,ž동선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공간처럼 조성했다.

    주방과 거실, 계단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사진=신경섭

    주방 천장을 타고 내려온 흐름은 거실 천장면과 수납형 벽체로 이어진다. 거실에서 계단실, 현관, 주방, 다용도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여서 반 층 차이가 나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다양한 수납공간을 담아내는 거실 벽면. /사진=신경섭

    거실 천장은 수납장을 갖춘 벽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수납형 벽체는 모듈형 디자인으로, 정사각형의 개방형과 폐쇄형 단위 모듈이 서로 반복되며 배치되는 형태다. 벽면은 계단으로 이어지며 계단 벽을 따라 3층까지 연결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75% 이상은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등 집합주거 형태로 살고 있다. 반면 단독주택을 희망하는 비율이 50%나 된다고 한다. 즉 많은 이에게 집합주거는 이상적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인 것이다.

    이제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단독주택 같은 집합주택을 만들거나 기존 노후 집합주택을 단독주택처럼 만들어 보는 방법은 어떨까. 획일적인 우리 주거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형걸 이화여대 교수.
    국형걸은 미국건축사(AIA)로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다.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를, 미국 컬럼비아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뉴욕 와이스/맨프레디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2년부터 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2016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했고 2017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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