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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없는데…" 밤마다 공원에서 자체 발광하는 쉼터

    입력 : 2017.12.27 07:00 | 수정 : 2017.12.27 09:52

    [국형걸의 건축 레시피] ③ 태양광 맞춤 쉼터 ‘솔라파인’

    전통적으로 건축은 장소성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하나의 건축물이 반드시 하나의 장소에서만 소비되는 특성 때문이다. 시공 여건에 따라 건축물의 품질도 천차만별이다. 노동집약적인 현장 시공에만 의존하다보니 그렇다.

    건축업계에서도 맞춤형 양산 시스템과 모듈형 공장 생산이 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HG-Architecture 제공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 산업계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공장 생산 시스템으로 건축 디자인을 보급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로봇·3D 프린팅 같은 IT(정보기술)를 활용해 맞춤 생산을 시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건축은 건축주를 위한 건물 설계 차원을 뛰어 넘어 쉼터나 전기차 충전소, 태양광 발전시설, 가로등, 벤치 등 다양한 공공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태양광 쉼터 구조물인 ‘솔라파인’은 공간과 장소에 따라 변형 가능한 맞춤형 건축 디자인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품성도 갖췄고 첨단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미래 지향적 건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솔방울 닮았네” 인천 청라지구 ‘솔라파인’

    솔방울에서 찾아낸 기하학적 디자인 패턴. / HG-Architecture 제공

    솔라파인은 자연의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솔방울이나 꽃잎은 중력에 저항해 수직으로 자란다.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기하학적 패턴도 갖고 있다. 햇빛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서다.

    태양을 활용하는 친환경에너지 쉼터의 낮과 밤 가동 원리. / HG-Architecture 제공

    이런 자연의 기하학적 패턴을 활용해 솔라파인이 탄생했다. 솔라파인의 상부는 태양을 향해 기울어진 형태다. 낮에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만든 전기를 하부 벤치에 저장하고, 밤에는 이 전기를 활용해 주변을 밝히는 조명이 된다.

    인천 청라지구에 설치된 솔라파인. / 사진=신경섭

    직경 7.2m 원형구조체 지붕에는 시간당 1200W의 자체 발전을 하는 태양광 패널 54개가 달려있다. 이 태양광 패널과 여러 장치들이 천장 가운데 구멍을 중심으로 솔방울처럼 퍼져나가도록 디자인했다. 식물에서 따온 디자인 덕분에 솔라파인은 삭막한 철제 구조물이 아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솔라파인은 천장에 태양광 패널이, 하부에는 벤치가 설치돼 있다. /사진=신경섭

    천장 아래에는 시원한 그늘이 생겨 쉼터 기능도 톡톡히 해낸다. 그늘은 시간에 따라 위치와 모양이 달라진다. 벤치에는 태양 에너지를 충전하는 배터리가 내장돼 실시간 에너지 발전량이 표시된다.

    ■휴대폰 충전, 와이파이 기능까지

    중앙구멍을 사이에 두고 천장에는 크고 작은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다. /사진=신경섭

    모든 재료는 ‘포스맥 (PosMAC®)’이란 내식성 강한 포스코의 첨단 자재를 썼다. 포스맥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공장 자동화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단 며칠 만에 현장 조립을 통해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포스맥 모듈 하나하나가 조립되고 합쳐진 전체 짜임새를 파악할 수 있다.

    솔라파인은 포스맥이란 내식성 강한 재료로 만들었다. /사진=신경섭

    솔라파인은 세 가닥의 휘어진 프레임을 지지대로 삼고 있다. 일반적인 수직 기둥이 아니라 넝쿨같이 엮인 모습이다. 이 구조체의 크기와 길이, 높이는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변형될 수 있고 맞춤 생산도 가능하다. 스마트한 디자인 기술과 첨단 가공·제작 기술을 사용한 덕분이다.

    솔라파인은 주변이 어두워지면 자체 발광을 시작한다. /사진=신경섭

    어스름이 질 때 솔라파인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자.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솔라파인은 빛 감지 센서를 통해 태양광 발전을 종료한다. 그리고 낮에 충전해둔 전기로 자체 발광해서 주변을 밝힌다. 남는 전기는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휴대폰 충전, 무료 와이파이,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두 번째 솔라파인은 내년 상반기 서울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야외체험장 설치를 앞두고 있다. 현재 유럽·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도 설치 문의가 온다. 건축은 이제 대지에 종속된 고정 자산이 아니라 대중에게 공급 가능한 보편적 공공재이자 혁신 상품으로서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전략 산업이 될 것이다.

    국형걸 이화여대 교수.
    국형걸은 미국건축사(AIA)로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다.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를, 미국 컬럼비아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뉴욕 와이스/맨프레디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2년부터 HG-Architecture 건축디자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2016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했고 2017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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