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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돌 아닌가…" 수천가지 얼굴을 가진 석재

  •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

    입력 : 2017.12.17 06:31

    집 지을 때 쓰는 건축 재료는 눈에 보이는 것만 50가지가 넘습니다. 건축주가 재료 특성과 시공법을 모두 꿰기는 힘들지만 기초 지식만 알고 있어도 마음고생할 확률은 줄어듭니다. 땅집고는 3년 연속 건축명장에 뽑힌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와 함께 건축 재료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주의 사항을 살펴봅니다.

    [김양길의 재료를 말한다] ② 구석기 시대부터 사용된 석재(石材)

    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석재를 사용했다. 음식을 담는 석기(石器)로부터 신을 숭배하거나 조상을 기리기 위한 석조물도 만들었다. 신석기 시대의 돌멘(Dolmen), 스톤 헨지(Stone Henge)부터 B.C 2000년 건설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세의 교회건축에 이르기까지 석재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한국 건축의 구조재는 목재가 주종을 이루고 석재는 이를 받치기 위한 주춧돌과 디딤돌, 경사지의 흙을 막아주기 위한 석축 등으로 사용됐다. 석재만 사용한 건축물 가운데 신라의 석굴암, 다보탑, 첨성대와 백제의 미륵사지 석탑이 현존한다. 비석, 석등, 물확 등 기타 민예품에도 석재가 사용됐다.

    B.C 438년 완선된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픽사베이

    우리나라의 지질은 변성암과 화강암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퇴적암과 기타로 구성돼 있다. 화강암이 주로 쓰였는데, 이유는 석질이 제일 단단하고 입자가 균일하며 대량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변성암은 다양한 외관과 색상을 가지고 있지만 성질이 무르고 일정한 패턴이 없어 주로 수입품을 쓴다. 이탈리아와 동(東)지중해 등지에서 생산되는 대리석이 상품(上品)에 속한다.

    천연재의 특성상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경기도 포천의 포천석, 전북 익산의 황등석, 경북 문경의 문경석, 경남 거창의 거창석, 전남 고흥의 고흥석 등이 대표적이며, 수입되는 변성암(대리석)도 생산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도입된 현대 건축물에서 석재는 내·외장재로 사용되며 원석을 일정한 두께와 크기로 가공한 판재를 쓴다. 벽돌과 함께 건물 외장재로 가장 많이 쓰인다. 생산 지역별로 무늬, 색상 등 고유 특성을 갖는다. 표면 가공 방법에 따라 수천가지 연출이 가능하다.

    ■재질에 따른 질감과 사용 목적

    석재는 지역, 기온, 지각의 움직임에 따라 특성이 다르지만 크게 아래와 같이 구분된다.

    [화강석(Granite)]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며 견고하다. 내마모성·내구성이 강하고 외관이 비교적 아름답다. 조직에 방향성이 없고 균열이 적어 대형재를 얻을 수 있다. 산출량이 많고 가공하기 쉬워 건축물에 다양하게 쓰인다.

    ▶장점: 재단 후 특별한 보완없이 쓸 수 있다. 변형이 없어 외장재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

    ▶단점: 미려한 무늬결을 갖는 다른 석종에 비해 미관이 뛰어나지는 않다. 현장에서 가공하려면 단단한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강석(사비석, 고흥석)이 사용된 판교의 주택. /제이아키브 제공

    [변성암·대리석(Marble)]
    결정질의 석회암으로 결정이 작고 혼합물이 없는 백색의 것을 양질이라고 하나 혼입된 금속 성분의 종류와 양에 따라 여러가지 무늬와 색채를 보인다. 중국 윈난성 다리(大理)에서 많이 생산돼 대리석이라고 한다. 표면을 연마하면 따뜻한 광택을 내기 때문에 조각, 건축, 장식의 소재로 널리 쓰인다.

    ▶장점: 다양한 무늬와 색상을 갖고 있으며 건축마감재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단점: 강도가 약하다. 결에 따라 쉽게 부서지기도 해서 판재 뒷면에 보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서리면의 강도가 약해 시공할 때 주의해야 한다.

    대리석을 사용하여 건축된 위례지구의 주택. /제이아키브 제공

    [퇴적암·사암(Sand ston)]
    물과 바람에 의해 이동된 모래 등의 광물이 낮은 곳에서 딱딱하게 굳어 버린 암석이다. 주로 사암이 건축에 쓰이며 대리석처럼 무늬결을 갖는 경우도 있다. 모래알갱이의 단면이 보이는 형태로 가공해 쓰는 경우도 있다.

    ▶장점 : 대리석과 비슷한 수준의 무늬와 색상을 나타내 외장재 쓸 수 있다.

    ▶단점 : 강도가 약하다. 코너와 모서리 부분은 가공할 때 주의해야 한다.

    라임스톤을 사용하여 건축된 판교의 주택. /제이아키브

    [기타 석재]
    현무암은 분출된 용암의 표면이 굳어진 암석이다. 가스가 빠져나간 표면에 구멍이 있다. 제주도의 현무암은 반출이 안되거나 어려워 중국 하이난 지역과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석재가 주로 사용된다. 천연석재의 단점을 보완한 인조석도 쓰인다.

    왼쪽부터 네로마퀴나, 보티, 비얀 대리석. /제이아키브 제공

    왼쪽부터 대리석인 트래버틴, 갤럭시블랙 화강석, 거창석(화강석). /제이아키브 제공

    왼쪽부터 마천석(화강석), 사비석(화강석). /제이아키브 제공

    ■표면 가공 방식에 따른 변화

    석재는 표면의 처리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돌로 보여질 만큼 색상과 무늬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

    물갈기

    물갈기(Grinding): 재단된 거친 표면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문지르는 과정이다. 톱날 정도만 없앤 거친갈기, 매끄러운 광택을 낸 물갈기(Polishshed)), 연마재로 무광택의 면을 연출한 본갈기(Honded) 등이 주로 사용된다.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오염이 덜되고, 광택이 적을수록 마모에 강하다.

    도드락

    버너구이(Burner treatment): 고열의 불꽃을 이용해 석재 표면을 구워 약한 부위를 떨어뜨려 내는 방식으로 잔다듬의 표면과 비슷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논슬립(Non-slip) 효과가 있다.

    물다듬

    물다듬

    물다듬(Water jet): 고압수를 이용해 질감을 표현한다. 다양한 무늬를 연출할 수 있고 거칠거나 부드럽게 조절할 수도 있다.

    샌드브레스트(Sand blast): 석재 표면에 모래(금강사)를 고압으로 분사해 깎아내는 마감 방식이다. 고무판 따위로 모양을 붙이고 깊이를 조절해 무늬를 새겨 넣을 수 있다. 유리에도 사용된다.
    손다듬기(Hand tool finish): 손망치나 정을 이용해 타격횟수나 날의 크기, 간격에 따라 무늬를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잔다듬, 도드락 다듬, 정다듬, 혹두기 등의 순으로 표면의 질감이 커진다.

    ■시공은 어떻게 하나

    구조체에 부착하는 방법에는 습식 작업과 건식 작업으로 나뉜다. 건식시공 방식이 없었을 땐 시멘트 모르타르를 이용해 외부 벽면에 붙였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벽면에는 건식 시공법만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물을 사용하여 시공되는 방식을 습식시공이라 부른다. 사진은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하여 바닥에 석재가 취부되는 과정. /제이아키브 제공

    습식 시공방식: 시멘트, 모래, 물을 섞은 모르타르를 이용해 부착하는 방식이다. 주로 바닥석재를 붙일 때 쓴다. 벽면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접착제 등을 사용하여 시공되는 방식을 건식시공으로 표현한다. 각종 철물과 화학약재인 에폭시를 사용하여 시공되는 방식. /제이아키브 제공

    건식 시공방식: 구조체에 철물(앵커, 앵글, 조정판, 고정핀)을 이용해 석재용 본드로 붙이는 방식이다. 석재가 변하거나 백화(白化) 현상이 없고, 상부 판재의 하중이 일정한 간격으로 벽에 전달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시공이 끝나면 실리콘 등으로 실링 작업을 하는데, 석재 종류와 디자인에 따라 오픈조인트(줄눈 간격을 일정히 하고 매지 작업을 안하는 방식)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 창호는 먼저 시공 후 방수 작업을 필수로 동반해야 한다.

    단열재 두께와 석재 하중에 따라 계산된 철물을 쓰고 열교환을 방지하는 철물 사용도 고려해 볼만하다. 구조물이 석재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형태이거나 목조, 경량스틸 구조의 건축물에서는 트러스(금속 구조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석재를 붙이는 방식)를 사용하기도 한다.

    조체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구조(목조주택 등) 에 설치하기 위해 별도의 철골 구조를 만들고 석재를 붙여 내는 방식이다. /제이아키브 제공

    철물로 인한 열교(내부의 열이 철물을 통해 외부로 빠져 나가는 현상)의 방지를 위해 단열재를 손상시키지 않고 석재를 설치하기 위한 철물의 디테일. /제이아키브 제공

    화강석은 청소 외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지만 공극이 크거나 성질이 무른 석재라면 특성 테스트를 거쳐 발수 처리하면 관리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

    ■가격과 수량 산출법

    가격: 종류가 워낙 다양해 재료 가격을 알려면 1·2단계(선호하는 석종, 무늬 등을 선택)로 나누어 석재를 결정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인 화강석이라면 3만~7만원, 대리석은 7만~15만원 선이다. 국내 생산보다 수입석재를 주로 사용하는 만큼 생산 기간과 운송 기간을 감안해 주문해야 공기에 차질이 없다.

    사용량 산출: 건축 마감재 대부분은 ㎡(제곱미터)를 쓰는데, 석재도 사용 면적을 ㎡ 단위로 계산하면 된다. 가로X세로의 값에 현장에서 절단돼 버려지는 로스율(Loss)을 적용하면 된다. 형태가 특이하지 않은 일반적인 건물의 로스율은 3%정도다.

    시공비: 현재 민간 건설현장에서 적용되는 현실적인 시공비는 습식 바닥시공의 경우 ㎡당 3.5만~4.5만원 선이고, 건식시공의 경우 ㎡당 4.5만~5.5만원이다. 여기에 오픈조인트로 시공하면 1만~1.5만원이 추가된다. 현장 난이도에 따라 증감요인은 있다.

    총 공사비= 석재구입비(자재·운임·관세) + 시공비(취부·줄눈) + 부자재(시멘트 또는 철물, 이때 철물은 단열재 두께나 석재 하중에 따라 증감)

    석재는 종류가 수천가지에 이르고, 새로운 가공법이 개발되고 있어 전문가들도 완벽히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내·외장재로 석재를 고려한다면 다양한 시공사례를 살펴보고, 본인의 취향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건축주가 만족하는 건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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