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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를 지배한 2명의 가구 거장

  •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

    입력 : 2017.11.17 06:30

    인류 역사와 함께한 나무는 가구 재료로 나날이 주목받고 있다. 특유의 친근함과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목가구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다음 세대에 대물림할 만큼 정이 든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와 함께 목가구가 우리 삶의 안식처로 자리잡기까지 거쳐온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정은미의 木가구 에피소드] ⑥따뜻한 기능주의를 선보인 알바알토

    파이미오 암체어 41. /ⓒ인노바드/www.innovad.co.kr

    알바 알토(Alvar Aalto)는 합판 곡목(曲木) 기술로 북유럽의 자연을 우아한 곡선으로 형상화해 기능주의에 접목했다. 우아한 선의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자연 소재인 목재를 이용해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충분히 기능적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알바 알토의 성공은 높은 수준의 가구를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알바 알토. /조선DB
    20세기초 디자인계는 독일 바우하우스(Bauhaus)의 강철 튜브(Steel Tube) 가구에 몰두했다. 반면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는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합판곡목 생산 기술을 연구했다. 차가운 느낌의 강철 튜브를 받아들이기 주저했던 계층을 겨냥해 독특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을 제작했다.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은 기능주의를 토대로 하면서도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꾀한 휴머니즘이 묻어난다. 핀란드 파이미오(Paiomio) 요양소, 러시아 비퓨리(Viipuri) 도서관 등의 공공디자인에서 선보인 의자들에서 그의 인간중심적인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난다.

    ■의자의 고정관념을 깬 바실리 체어

    1919년 독일에 문을 연 조형학교 바우하우스에서는 혁신적인 실험들이 이뤄졌다. 가구분야 교수였던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는 자신이 타던 자전거 손잡이에서 영감을 얻어 20세기 최초로 강철튜브를 의자에 사용했다.

    강철튜브를 크롬 도금해 의자 프레임으로 쓰고, 가죽이나 캔버스천으로 등받이와 좌판을 만들어 새로운 개념의 가구를 탄생시켰다. 소재의 사용과 구조가 이루어내는 외형이 혁신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자에 앉았을 때는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줘 의자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단번에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기능주의 가구로 떠올랐다.

    바실리 의자. 브로이어가 바우하우스의 동료였던 바실리 간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위해 디자인 한 의자로 알려졌다. / 출처ⓒ인노바드 /www.innovad.co.kr


    ■합판 곡목기술과 접목된 스칸디나비안 모던(Scandinavian Modern)

    마르셀 브로이어가 강철튜브로 첫 실험을 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는 합판(Plywood) 성형기술이 가구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끌었다. 합판은 1차대전 중 수요가 급증해 기술 향상으로 이어졌고 전쟁 이후에는 베니어드 우드(Veneered Wood)라 알려지며 가구 제작 방식에 혁명을 가져왔다.

    알바 알토는 1928년 가구제작 멘토였던 오토 코르호넨(Otto Korhonen)과의 만남을 계기로 핀란드산 자작나무와 너도밤나무로 적층기술과 성형기술을 연구했다. 이 기술은 얇게 켠 합판을 원하는 사이즈만큼 여러 장 겹쳐서 틀에 넣어 압력과 열을 가하여 구부리는 방식으로서 골재(骨材)를 구부리는 것보다 강도와 탄력성면에서 뛰어났다. 더욱 우아한 곡선효과를 얻기 위해 3년간 실험 끝에 일명 ‘무릎굽히기(Bent knee)’기법으로 1933년 특허를 받기도 했다.

    벤트우드부조(The bent-wood reliefs). /ⓒAlvar Aalto Foundation/www.alvaraalto.fi

    ■환자들의 심신(心身)을 치유한 파이미오 의자

    알바 알토가 개발한 합판 곡목 생산기술과 디자인은 새로운 형식의 가구에 적용됐다. 1929년 아내 아이노(Aino)와 함께 핀란드 남서쪽에 지어질 파이미오 결핵 요양소(Piomio Sanatorium) 설계 공모전에 당선됐다.

    1933년 완공된 요양소는 건물 전체가 치유 과정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그들은 인테리어, 가구는 물론이고 문 손잡이부터 조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건물과 유기적으로 디자인했다. 요양소에는 당시 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이던 휴식, 맑은 공기,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옥상 테라스 외에도 층마다 남향 발코니를 설치했다. 이들 공간에 놓일 의자가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 ‘팔걸이 의자 41’, ‘파이미오(Paimio)’다. 이 의자는 그와 핀란드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줬다.

    파이미오 요양소(Piomio Sanatorium) ./ 출처: ⓒ Photography by Tim Ashley/www.tashley1.zenfolio.com


    마르셀 브로이어가 바실리 의자에 탄성을 이용한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무의 자연탄성을 응용한 최초의 의자였다. 4분의 1인치(약6.3mm)짜리 얇은 합판 한 장으로 등받이와 좌판을 구성했다. 이는 견고했을 뿐만 아니라 앉을 때 좌판이 밑으로 휠 정도로 탄성도 좋았다. 강철 튜브 대신 선택한 자작나무 합판은 침울한 요양소 환자들에게 목재의 자연스러움과 따뜻함을 주기 위함이었다. 직선과 곡선이 자연스럽게 결합돼 시각적 편안함도 선사했다.

    파이미오 암체어 41. /출처 ⓒ 인노바드/www.innovad.co.kr


    헬싱키에 있는 알바 알토 스튜디오 / 출처 ⓒ www.joelix.com

    환자를 위한 인체공학적인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실험을 통해 여러 위치에서 적정 각도를 찾아냈는데 110도로 기울인 등판은 결핵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한 최적의 각도이고 팔걸이 앞부분의 곡선은 환자가 일어나기 쉽도록 고려한 것이다. 등받이의 가느다란 선으로 뚫린 패턴은 앉았을 때 목이 닿는 위치로 통풍구 역할을 한다. 이후 점차 늘어난 수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1935년 3명의 동료들과 함께 설립한 ‘아르텍(Artek)’에서 그가 디자인한 의자들을 꾸준히 생산·판매하고 있다.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는 상명대에서 목공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아카데미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목조형 작품인 얼레빗 벤치 ‘여인의 향기’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됐다. ‘정은미의 목조형 가구여행기’와 ‘나무로 쓰는 가구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리빙오브제(LIVING OBJET)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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