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4 06:31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여·38)씨는 현재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일산 식사지구로 이사하기 위해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이다. 이씨 부부가 주거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요소는 6살 딸이 다닐 학교와 교육 환경이었다. 이씨는 “고양시 주민들 사이에선 식사지구 학군이 좋다고 소문나 있어 아이들 때문에 이사한 집도 많다”며 “아파트도 신축이어서 아줌마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식사지구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일대122만여㎡에 조성된 미니신도시급 민간도시개발 지구다. 2007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2010년 9월 말 첫 아파트 입주가 이뤄졌다. 현재 아파트 8200여가구가 입주해 있다. 최근 바로 옆에 추진 중인 식사2지구(23만㎡)가 개발되면 1만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타운이 형성된다.
올해 입주 7년차를 맞은 식사지구는 ‘일산의 대치동’이란 평가가 나올 만큼 교육 여건이 좋아 맹모(孟母)들의 선호도가 높다. 반면 식사지구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평가도 있어 이른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린다.
땅집고는 교육 1번지로 떠오른 식사지구를 찾아 실제 교육 여건과 주거 환경, 향후 발전 전망 등을 점검해 봤다.
■학원가 형성돼 ‘학군의 마지막 퍼즐’ 완성
지난 10일 오후 일산 식사동 식사중앙공원 앞 학원가. 나란히 들어선 원중초등학교, 양일중학교, 저현고등학교 앞으로 4~5층짜리 상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일대 상가는 두 곳 중 한 곳이 영어·수학이나 체육 학원 아니면 독서실이었다. 4~5층 건물이 통째로 학원인 곳과 영어 유치원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식사동 명품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식사지구에 사는 학생들은 일산 백마동이나 후곡동 학원가로 버스타고 다니면서 공부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식사지구에는 좋은 학교가 많아 개발 초기부터 교육 특화 단지로 주목받았다. 현재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이 지구 내에 있다. 고등학교 2곳은 일반고가 아닌 고양국제고교와 자율형 공립고인 저현고등학교다. 저현고는 식사지구 거주 학생들이 배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학원이었다. 명문 학군이 되기에는 학원가가 탄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 중심가에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유명한 학원 밀집 지역은 학군 우수 지역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자 학군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학군 우수 지역으로 평가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소득·교육 수준을 갖춘 주민들이 들어오고, 주변에 초·중·고교가 있어야 한다.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식사지구 주민들의 평균 연 소득은 6511만원으로 고양시 평균(3816만원)의 1.5배 수준이며 서울 강남구 평균(5501만원)보다 높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역 내 학교들이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학부모 만족도 역시 높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식사지구는 대치동이나 목동만 못해도 필요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다. 2017년 기준 고양국제고는 서울대 합격자 수에서 고양시 2위(13명), 저현고는 5위(5명)에 올랐다. 초등학교는 학업 성취도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학교 분위기나 학부모 교육열은 주변에 입소문이 날 만큼 좋다.
식사지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개교한지 6년 만에 학업 수준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명문 학교로 소문나면 점점 더 우수 학생이 몰리면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신도시 주민들의 학군 수요 몰려
식사지구가 빠르게 교육 중심지로 자리잡은 이유는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와 관련이 깊다. 일산에서 새 아파트와 우수 학군을 모두 만족시킬 곳은 식사지구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분당도 아파트가 낡아가면서 학군 수요의 상당 부분이 2기 신도시인 판교로 옮겨간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산 주민들 중에는 이달 말 분양이 시작될 식사2지구를 눈여겨보는 대기 수요도 적지 않다. 식사2지구에는 1지구와 달리 어린 자녀를 둔 가구가 입주할 만한 중소형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식사2지구 ‘일산자이 2차’ 아파트의 정명기 분양소장은 “일산자이 2차는 802가구가 모두 전용면적 85㎡ 이하로여서 식사지구 교육 여건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형 아파트밖에 없어 꺼리던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대대적인 교통 인프라 확충도 추진
그러나 식사지구는 걸어다닐 만한 지하철역이 없어 대중 교통이 최대 단점으로 지적된다. 식사지구에서 경의중앙선 백마역이나 지하철 3호선 원당역을 이용하려면 차로 10분쯤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도 비싸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식사동 '위시티일산자이2단지' 전용 115㎡는 이달 초 23층이 5억원에 실거래됐다. 2012년 입주한 고양 삼송지구 '동산마을 호반베르디움' 전용 84㎡가 5억47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저평가된 셈이다.
하지만 교통 여건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2020년이면 서울~문산고속도로가 뚫린다. 식사동에 IC가 생겨 서울 상암동DMC와 강서구 마곡지구까지 차로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도 파주~일산구간이 지난 8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사실상 확정됐으며 2023년 개통 예정이다. 이 경우 차로 약 15분 거리인 대곡역에서 GTX를 탑승할 수 있게 된다.
고양시가 추진 중인 신분당선 경기 서북부 연장 노선이 식사지구를 지나도록 설계돼 서울 도심까지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돼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식사지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교육 인프라가 뛰어난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다만, 교통망 확충이 최대한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통상 자녀가 초·중·고를 마치는 12년 동안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다니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매물이 귀하고 집값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