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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다가 아이디어 번뜩! '건축 수출' 역군을 꿈꾼다

    입력 : 2017.11.12 07:00

    [건축人] 김명규 마실와이드 대표 “건축가도 수출해야죠”

    김명규(34) 마실와이드 대표는 ‘국내 건축가의 해외 전시’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건축가들이 해외 전시에 참여한 이유, 배경, 현지 언론 반응 등을 묶어 분석했더니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다. 2008년을 정점으로 확 줄었다는 것.

    “전시회에서 국내 건축가에 대한 현지 언론 호평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국가 지원이 줄었어요. 만약 지원이 지속됐다면 우리나라 ‘건축 수출’이 활발해졌을텐데 아쉬움이 컸죠.”

    김명규 마실와이드 대표

    김 대표는 논문을 쓰고 졸업과 동시에 2014년 봄 창업했다. 그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인터뷰했던 건축가들이 해외 진출에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해외 홍보를 돕는 회사를 차리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지금은 국내 건축가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 외에도 국내 홍보와 출판기획, 건축월간지 제작, 국제현상공모 운영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창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중소기업청 창업맞춤형 사업에 선정돼 초창기 어려움은 없었다. 운이 좋았지만 선정되기 전까지 마음을 졸였다. 건축을 해외로 홍보하겠다고 했더니, 심사위원이 삼성이나 현대를 홍보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건축과 건설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았다. 해외 건축가들이 국내 건축물을 짓고 있으니 반대로 우리 건축가들도 해외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득했다.”

    -해외홍보 전략은 무엇이었나.
    “일본에선 건축전문지를 만들어 해외에 파는 방식으로 효과를 봤다. 자본력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해외 현지 매거진에 국내 건축가를 소개하려고 했다. 건축전문지 기자를 영입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건축가 모집에 어려움은.
    “무작정 찾아다녔다. 건축가들이 강연하는 장소에 찾아가 인사드리고 명함드리는 식이었다. 해외에도 우리와 같은 콘셉트의 회사가 있어 그 금액에 맞춰 제안했더니 손사래를 치더라. 고전 끝에 김찬중 경희대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다. 교수님의 작품이 해외매체에 실리고 해외에서 연락도 오고 성과를 거뒀다. 회원들의 작품은 지금까지 60건 가량 해외 매체에 실렸다.”

    -회사 운영은 잘 됐는지.
    “건축가로부터 데이터, 도면, 사진, 글 등을 받아서 정리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는 일을 패키지를 만든다고 하는데, 한 명이 설계사무실 3곳의 홍보를 맡아도 인건비가 빠듯했다. 회원수를 늘리기보다 감당 가능한 선에서 홍보의 질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다. 홍보비를 책정한 건축사사무소가 거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마실와이드를 통해 해외매체에 소개된 건축가와 건축물./마실와이드

    -건축가 호응이 생각보다 약했다.
    “건축가들은 언론을 탄다고 해서 건축 설계 수주와 연결되지 않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인 소개로 설계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홍보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 ‘설계를 열심히 하면 누군가가 알아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건축가들도 많다. 과거에는 건축가가 소수여서 알아줬겠지만 지금은 수백 명, 수천 명의 건축가가 경쟁하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국내 건축가의 해외홍보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건축페스티벌에 4회부터 참여하지 않고 있다. 참가비가 고액인데 정부 지원이 끊겨서 그렇다.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 건축가들이 항상 1등을 한다.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 나라 협회에서는 자국에서 상을 받으면 해외 어워드에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우리도 각종 건축상이 많은데.
    “올해의 대표 건축물을 뽑아 놓고 우리나라에서만 홍보한다. 다른 나라에선 건축가들 해외 홍보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에 우리 건축가 소개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건축가들 스스로도 해외에 많이 나가야 한다. 건축은 도면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국내 공모전에서 해외건축가가 1등을 하면 왜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하느냐고 푸념한다.”

    2015년 지은 김해시 타워 하우스 전경. 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건축가가 설계를 했다. 마실와이드를 통해 아크데일리를 비롯해 11개 해외 매체에 소개됐다./ 사진 = 윤준환 작가

    -그래서 해외 출판사업을 하는건가.
    “현지 언어로 된 책을 해외 현지 서점에 깔리도록 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로 나가려는 건축가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하느냐, 현지에서 살 수 있느냐는 것은 천지차이다. 일본은 이런 출판 전략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

    -일본에서 배울 점은.
    “일본은 출판 문화의 힘을 알고 있다. 여러나라에서 출판하는데, 국내 출판사와 접촉도 많다. 그런 것을 해외 진출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저서나 그에 관한 책은 국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반면, 우리나라 건축가들은 빨리 효과를 보고, 피드백도 바로 나타나길 바란다.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제현상공모 기획을 맡은 계기는.
    “서울시에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물 국제현상공모를 시행했다. 이전에는 나라장터에 입찰을 부쳤다. 이때 세종대로 역사문화설계공모를 맡았다. 이후 몇 차례 성공적으로 일을 하면서 공모전 기획, 홍보, 전시, 수상결과 정리, 보도자료 등의 현상공모관리 용역 업무를 맡았다.”

    -향후 계획은.
    “1985년 창간한 월간 건축문화를 올해부터 제작, 편집 대행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해외쪽 매체와 제휴도 맺고, 해외 네트워킹을 넓히게 됐다. 국내 건축가를 해외로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마실와이드에서 진행한 국제설계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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