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25 01:03 | 수정 : 2017.10.25 10:12
[작은 집 열풍 선구자, 임형남 가온건축 대표]
지하철 다니는 가평·강촌·용문… 땅값 빼고 평당 600만원 정도 들어
부엌과 거실 합쳐 복합공간으로 4인가족, 건평 25평이면 충분
마당 꼭 필요, 옥상에라도 꾸며라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작은 집 열풍의 선구자인 임형남 가온건축 대표는 "6년 전만 해도 집을 짓겠다고 오는 사람 대부분이 은퇴한 부부였다면, 지금은 신혼부부와 은퇴한 부부가 반반"이라며 "하우스푸어 등이 등장하며 집이 반드시 부(富)를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이 국내 주거 문화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업계에서 말하는 작은 집 열풍이란, 서울 외곽에 20평 내외의 땅을 사 그 위에 집을 짓는 것을 말한다.
임 대표는 1999년 아내이자 동료인 노은주 건축가와 함께 가온건축을 설립한 후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 등을 수상했다. 작은 집 짓기를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그는 "작은 집은 일반적인 건축 해법으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묘수 풀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집을 짓는 사람은 자금에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재료나 공간 구성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작은 집을 지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쓸데없이 공간을 넓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쓰지도 않는 거실을 크게 만들고, 잘 보지도 않는 TV를 거실에 놓는다. 침실에 들어가는 침대는 꼭 크길 바라고, 손님방 하나 정도는 만들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기 때문에 부엌과 거실이 합쳐진 '멀티스페이스(복합 공간)' 하나면 충분하다"며 "이렇게 줄이다 보면 1인당 4인 가족 기준으로 건평이 25평만 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대신 다른 공간을 줄이더라도 마당은 꼭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집은 오래될수록 낡지만, 마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며 "마당은 바깥과 집의 완충 효과를 하는 곳이고, 전망을 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작지만 집에 주는 효과는 크다. 공간이 부족할 경우 옥상에라도 마당을 꾸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최근 작은 집 열풍을 주도하는 건 신혼부부"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20대 젊은 신혼부부가 서울에 살기엔 집값이 비싸기도 하고,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기도 하다 보니 지하철이 다니는 가평, 강촌, 용문, 양평 등에 땅을 싸게 사서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땅값을 제외하고 평당 60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집을 짓는다는 건 환금성(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은 보장하기 어렵지만, 웬만한 서울 전셋값보다 저렴하게 개성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선비들의 방을 보면 딱 필요한 것만 있고 군더더기가 없다"며 "작은 집이란 단순히 크기가 작다는 것이 아니라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남 가온건축 대표가 들려주는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이야기’는 10월 26~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하는 ‘2017 조선일보 라이프쇼’에서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