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0 06:54 | 수정 : 2017.09.21 09:26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⑩ 지붕까지 목재로 마감한 시어하우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⑩ 지붕까지 목재로 마감한 시어하우스
경북 예천의 시어하우스(Shear House)는 마을 입구 서쪽에서 보면 전형적인 박공(牔栱·‘人’자 모양) 지붕 집이다. 반면, 주택의 입구인 동쪽에서 보면 입면과 지붕이 빗겨난 모양의 반전이 있다. 건축가는 박공지붕을 하나의 나무 덩어리로 표현했고 탄화처리된 적송(赤松)으로 마감했다. 변형된 지붕 덕분에 남쪽으로 깊은 차양이, 북쪽으로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깊게 내민 지붕 처마는 여름과 겨울의 직사광선을 막아준다. ‘stpmj건축사사무소’ 임미정 대표를 만나 시어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목재의 ‘가능성’과 ‘감각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목재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어하우스를 디자인하면서 한국에서는 목재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조 설계사를 구하기 어려워 구조 검토를 받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시공자들은 통상 경험으로 시행하는데 구조 설계사의 검토가 왜 필요한지를 물었다.
구조사도 RC(철근콘크리트) 분야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목구조는 찾기 어렵다. 국내에 경량목구조가 주택이 숱하게 많은데 목조 구조사는 단 한 명 뿐이라는 걸 알았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시어하우스는 2층 30평 규모로 구조 검토를 받아야 할 규모는 아니지 않나.
“물론 이 건물은 법적 검토 대상이 아니었지만 구조 검토를 받아야만 했다. 특이하거나 독특한 공간이 들어가면 구조를 검토해야 하지 않나. 국내 유일의 목조 구조사는 비용이 매우 비쌌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목조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축주가 내진설계 검증을 받길 원했지만 내진설계에 맞는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지붕까지 목재로 짓는 주택은 한국에서 시도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국내에서 목조주택 설계의 어려움이 기후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은 겨울에 한국보다 춥고 눈폭풍도 불지만 목재를 지붕재로 많이 사용한다. 미국 건축주들은 주택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한국 건축주들은 주택 유지보수와 관리를 귀찮아한다. 이 점이 한국에서 목재 사용이 어려운 이유라고 본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목구조가 튼튼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있다. 시어하우스의 목재는 열처리한 적삼목을 사용했다. 이론상 탄화목은 목재 내에 함수율이 없어 수축이나 팽창이 원래 목재보다 덜해 변형이 없기에 사용했다. 현재는 자외선으로 인해 색은 변했으나 아직까지 뒤틀림이 발견되진 않았다.”
-처음부터 탄화목을 사용할 예정이었나?
“그렇다. 탄화목은 효율적인 재료라고 생각하고 결과에도 만족한다. 국내에는 스타코로 마감하는 건축물이 많다. 2009년 당시 미국 뉴욕이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유학 중이던 많은 한국인 건축가들이 귀국했다. 그리고 디자인과 맞춤형이 갖춰진 집을 2억 원 안팎에 지을 수 있다는 흐름이 붐을 일으킨 것이 그 배경이다. 기준치에 따라 효율성은 달라지는데, 시어하우스는 그와 비슷한 가격에 자신만의 색깔을 정확히 갖고 있는 집이기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어하우스를 시작할 때 건축주의 특별한 요구가 있었나?
“건축주는 목재로 된 별장을 짓고 싶어했다.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가 소일하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건축 재료로 목재를 이야기했다.”
-일반적인 목조주택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일반적인 목조주택이라면 경량목구조, 통나무집이지만 건축주는 실험적인 디자인에 개방적이었다. 그러나 처음에 전형적인 박공지붕 형태에서 벗어나 어긋난 부분들을 보고 우려했다.”
-건축주를 어떻게 설득했나?
“형태 자체가 대지에 환경적으로 적응하는 형태라고 했다. 북쪽이나 서쪽으로는 동네가 열려 있는 반면 경치는 좋다. 앞쪽으로는 동네를 내려다보는 향으로 어느 향으로 놔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건물이 언덕에 있고 남서향을 보고 있으니 해를 받고 차양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으로 설득했다.”
-결합 부분과 단열 방염, 방부처리 등이 궁금하다.
“레인스크린 개념이다. 비가 나무 사이로 뚫고 들어와도 방수처리돼 있어 떨어져 나간다. 나무가 빗물을 막는 것이 아닌 그 아래에 설치된 방수처리가 비를 막는다. 방수시트는 가로세로로 교차하도록 두 개의 레이어로 씌어 방수처리한 다음 외장재로 막았다. 목재는 붙이지 않았고 일정한 틈을 갖고 평행으로 끼어 있는 상태다. 이는 경량목구조 주택에서 쓰는 기술을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단열을 더한다는 개념은 없었다. 시공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박공지붕이 아닌 살짝 비틀어진 지붕인데 막상 바닥에서 지붕을 다 짜서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고 구조가 세워지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전체 시공은 4개월 걸렸다.”
-앞으로 목재로 다른 실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를 받아줄 수 있는 클라이언트가 있을지 모르겠다. 만일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목재만을 사용하고 싶지만 건축주의 유지보수가 문제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건축 재료로 목재를 많이 쓰지 않는 것 같고 보통 황토집에 올리는 재료 정도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지붕재는 다양하지 않다. 주로 강판을 쓰는데 그것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적으로나 하나의 덩어리로 위아래를 같은 재료로 사용한다는 데에서 하나의 재료만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
-한국은 기후와 독특한 건축문화, 시공사 때문에 새로운 실험이 힘들다.
“목재 시장이 열려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하기 힘든 것도 목재를 안 쓰는 이유가 되겠다. 한국의 시공사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의지가 다소 약하다. 낮은 공사비로 시도하려는 것이 시간과 비용 대비상 맞지 않기 때문에 그 태도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시어하우스(Shear House) 건축개요
설계: 이승택, 임미정
위치: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내신리
대지면적: 647㎡
연면적: 99.16㎡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위 경량목구조
완공: 2016년 4월
사진: 송유섭
임미정 stpmj 공동대표는 연세대에서 주거환경학을 전공하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건축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건축학 석사를 각각 받았다. 미국 건축사로 뉴욕의 앤드류 버만 아키텍츠에서 근무했다. 뉴욕 젊은건축가상(2012), 뉴욕 신진건축가상(2016),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2016), 그리고 한국 젊은 건축가상(2016)을 수상했다. 현재 홍익대 겸임교수,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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