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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공중 도시

  •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입력 : 2017.09.18 06:5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태양 제국 잉카의 마지막 도시

    1530년대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파괴된 잉카문명의 유일한 흔적 '마추픽추'. 이 도시는 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김석호 제공

    고대 잉카의 꽃으로 불리는 마추픽추(MACHU PICCHU). 세계의 ‘신(新) 7대 불가사의’로도 선정된 이 도시는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페루 남부 쿠스코시에서 아마존강 원류인 우르밤바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약115㎞ 떨어진 안데스산맥 위 해발 2280m에 있다.

    마추픽추는 잉카인들이 세운 마지막 도시이자, 잉카문명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유일한 도시다. 땅에서는 볼 수 없고 하늘에서만 도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중 도시’ 혹은 ‘하늘 정원’으로 불린다.

    ■황금 제국의 멸망

    현재의 페루,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까지 안데스 지방의 광대한 지역을 지배했던 잉카제국은 태양을 숭배하고 황금이 많아 ‘태양의 제국’ 혹은 ‘황금의 제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15세기에서부터 16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잉카제국은 황금이 많다는 소문으로 1530년대 초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1475~1541)가 이끄는 200여 명의 군사에 의해 정복당했다.

    잉카제국을 정복하기 위한 파사로의 전략은 당시 안데스 산기슭의 카하마르카 온천지에서 휴식하던 잉카의 황제 아타왈파를 납치하는 것으로, 이 전략은 나라의 존재가 왕의 신권에 달려 있는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페루 쿠스코. 마추픽추는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115km 정도 떨어져 있다.

    피사로는 전략대로 아타왈파왕을 납치하는 데 성공했고, 왕은 많은 양의 금·은 등 보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 보물을 받은 뒤 반란을 두려워해 1533년 우상 숭배와 근친혼 등의 죄를 물어 아타왈파를 사형시켰다. 결국 파사로는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를 점령하고 이를 스페인의 왕에게 바쳤다.

    왕이 처형당하고, 쿠스코가 점령당하자 많은 잉카인들이 황금을 숨겨 정글과 산악 지대로 피신한다. 그렇게 산속에 건설된 도시가 ‘빌카밤바’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잉카인들은 지속적으로 스페인 군대에 저항했다. 그렇지만 내부 분란으로 제국은 혼돈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제국이 멸망하면서 스페인 속국으로 남게 됐다. 빛나던 잉카문명은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그 제국에 건설된 많은 유적들은 정복자들에 의해 파괴됐다.

    ■잃어버린 ‘공중 도시’

    스페인 정복자들을 피해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든 잉카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 ‘마추픽추’는 이후 400여 년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다가, 1911년 미국 예일대 교수인 하이럼 빙엄(Hiram Bingham)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빙엄 교수는 잉카제국 최후의 도시이자 전설적인 황금의 도시로 알려진 ‘빌카밤바’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안데스산맥의 오지인 우루밤바강을 따라 탐험을 하다가 우연히 인디오 소년에 의해 이곳으로 안내되어 마추픽추를 발견하게 된다.

    마추픽추를 처음 발견한 미국 예일대의 하이럼 빙엄 교수. /연합뉴스

    대부분의 잉카 도시들이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군에 의해 파괴됐지만 마추픽추는 용케도 400년 간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 이유는 이 도시가 뾰족한 봉우리 두 개 사이의 말안장 형상에 있고, 주위가 모두 성벽으로 둘러싸여 완전한 요새 모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건설돼 아래에서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고 접근조차도 매우 어렵다.

    ■원칙에 의해 건설된 도시 마추픽추

    잉카제국은 전성기에 인구가 1100만명에 이르는 대제국으로 사회 제도나 계층 분화가 잘 이루어져 있었고 의학과 함께 건축 기술도 상당히 발전했다. 제국 전역에 걸쳐 광대한 도로망을 건설했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도시를 지었다. 이 원칙은 ①도시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요새화하고, ②‘태양의 제국’답게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신전을 건설하며, ③신성한 도시의 모든 시설들을 그들이 신봉하는 동물 등의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도시를 배치하는 것이다.

    마추픽추는 5㎢ 정도의 작은 규모로, 여느 잉카제국의 도시와 같이 이 원칙에 따라 건설됐다. 이 도시와 마주보는 케추아어로 ‘젊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와이나픽추(Huayna Picchu)’라는 봉우리는 잉카인들이 신봉하는 퓨마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면 마추픽추가 콘도르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유적지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우물, 신전, 가옥, 창고 등이 들어서 있는데 200여 개의 건물이 있고 지형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건설됐다. 그리고 모두 석축물이다.

    전체적인 배치를 살펴보면 남쪽은 도시 전체의 절반에 해당되는 비탈면으로 계단식 밭의 농업 지구로, 북쪽은 도시 구역으로 구분된다. 북쪽의 도시 구역에서는 중앙광장 중심으로 서쪽에 태양의 신전과 왕궁, 탑, 그리고 귀족 계급을 위한 건물이 주로 건설됐다. 동쪽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주거 시설이다.

    마추픽추에 있는 종교 건축물은 중앙광장 중심으로 정교한 부조가 새겨져 있고 반원형 탑이 있는 태양 신전, 세 개의 창문이 있는 신전, 그리고 ‘왕의 묘’가 그것이다. 신전 근처 왕의 궁전에는 식당과 거실 등이 있고 마추픽추에서 유일한 화장실이 있다.

    마추픽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적 꼭대기에 위치한 커다란 돌을 깎아 만든 케추아어로 ‘태양을 잇는 기둥’이라는 뜻을 가진 ‘인티파타나(Intihuatana)’라는 제례용 석조물이다. 이 석조물 위에는 높이 1.8m, 너비가 36㎝의 돌기둥이 솟아 있는데 잉카인들은 천체의 궤도가 바뀌면 재앙이 닥치게 된다고 믿어 매년 동짓날(남반구에서는 6월 20일 전후)이 되면 사제들이 하루 동안 여기에서 제물을 바치며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 석조물을 천문 관측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건축물, 즉 해시계로 보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것은 이 기둥이 만드는 그림자가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양을 잇는 기둥이라고 부르는 석조물. 해시계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달의 신전은 유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와이나픽추’ 중턱에 있다. 천연 동굴을 이용해 다섯 군데의 벽감을 만들고 부조를 장식했다. 신전 안에는 바위 가운데를 파서 만든 옥좌가 있었지만 전설 속의 황금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빙엄은 제단 구역에서 많은 인골을 발견했는데 발견된 175구 가운데 80%가 여자였고 나머지 20%는 남자와 아이들이었다. 이 인골의 대다수가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선택된 여자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잉카제국의 석축 기술

    마추픽추에 건설된 모든 건물은 돌을 쌓아 만든 석축물이다. 하지만 해발 2280m에 이르는 험준한 계곡에서 수레와 같은 운반 도구도 없이 돌을 나르고 가공하기 위한 어떠한 도구도 없이 수많은 건물을 건설할수 있었는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문명의3대 이기라 할 수 있는 쇠, 화약, 바퀴를 알지못했던 잉카인들의 이러한 건축 기법은 석조기술자들을 통해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이 건물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돌을 절단하고 재단하는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작업을 수행했을 것이다. 600m 아래 깊은 골짜기에서 채취한 큰 돌을 건설 현장 가까운 채석장에 운반해 1차 가공(돌 절단)을 하는데, 이를 위해 큰 돌에 나란히 구멍을 여러 개 뚫고 구멍 크기에 맞게 나무를 돌안에 박아 넣는다. 그리고 물을 붓는다. 시간이 지나면 물을 머금은 나무가 부풀어 큰 바위가 쪼개지게 된다.

    이렇게 큰 바위가 1차 가공되면 현장으로 옮겨져 바로 건설에 이용되기도 하고, 돌의 용도에 따라 표면을 매끄럽게 해야 할 경우 2차 가공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젖은 모래를 사용해 오랫동안 비빈 다음 매끄럽게 표면을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으로 다듬은 돌을 쌓았다. 두개의 돌을 서로 붙여 놓되, 틈이 생기면 튀어나온 부분을 망치로 다듬었다 .
    마추픽추에 있는 경사 계단식 농경지, 맨 위에 망지기의 집이 보인다. /함정임 제공

    ■잉카문명의 상징 ‘마추픽추’

    13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중앙 안데스 일대를 지배했던 황금 문화의 꽃 잉카제국은 16세기 초 스페인에 의해 정복되면서, 쿠스코의 태양 신전 터를 비롯해 마지막 잉카의 왕 망고가 무너진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최후까지 싸웠다는 삭사이타만(Sacsayhuaman)까지 잉카문명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철저하게 파괴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추픽추’가 정복자들에게 발견되지 않고 400여년 간 잊혀 있다가 발견되어 신비에 싸인 잉카문명의 상징이 되어 ‘세계의 불가사의’로 꼽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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