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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비중 줄이고 잔금은 늘려… 아파트發 가계빚 증가 막기로

    입력 : 2017.09.09 03:11

    [정부, 현행 '계약금 10%·중도금 60%·잔금 30%'를 '10%·40%·50%'로 변경 추진]

    - 당첨자들 중도금 마련에 '숨통'
    8·2대책으로 대출이 40%로 묶여… 20%는 자력 조달해야 되는 상황
    중도금 비중 40%로 줄면 걱정 덜어

    - 건설사, 공사 비용 부담은 커져
    중도금으로 건설비 충당해왔는데 앞으론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자체 조달해야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장인 김명수(41)씨는 집값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8억원인 분양 대금의 60%인 4억8000만원의 중도금은 대출 외에 마련할 길이 없다. 그런데 최대 대출 한도는 집값의 40%인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포함) 아파트 대출 한도(LTV)가 집값의 40%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납입해야 할 중도금과 대출액의 차액 1억6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김씨는 "친지에게 손을 벌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분양 대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김씨와 같은 아파트 당첨자들의 초기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가계 대출 폭증의 주범 격인 아파트 집단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아파트 분양 대금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 비중을 4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 경우 건설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늘 수 있고, 아파트 당첨자들의 잔금 지급 부담이 더 커지는 문제점은 있다.

    아파트 중도금 비중 축소해 가계 대출 줄이자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투기지역 아파트 대출 한도를 집값의 60%에서 40%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중도금으로 집값의 60%를 내도록 하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집값의 최대 20%를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아파트 중도금 비중을 60%에서 40%로 줄이면 이자가 싼 아파트 집단 대출(중도금 대출)로 중도금을 전액 충당할 수 있어서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융 당국 입장에선 가계 대출이 줄어 가계 대출 급증세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도금 비중 축소는 투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집단 대출 잔액 추이 그래프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잔금 부담이 30%에서 50%로 커지는 부담이 생긴다. 중도금으로 나눠 내던 분양 대금을 입주 전 한꺼번에 내야 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통상 실수요자들은 살던 집을 팔거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대금 대부분을 마련하면서 잔금 납입은 물론 중도금 일부도 상환한다"며 "중도금이 줄면 잔금을 치를 때까지 이자 부담도 줄어서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건설사, 건설 비용 자체 조달 부담 커져

    건설사들은 분양 과정에서 계약금으로 집값의 10%, 중도금으로 집값의 60%를 받아 공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중도금 비중이 40%로 줄어들면 나머지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공사 비용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그만큼 기업 대출을 받아야 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집값의 20% 금액이 가계대출에서 기업 대출로 전환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건설사들은 경영난이 가중될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이하 업체들은 아파트 공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 부처 협의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중도금 비중 축소 방안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후분양제로 가는 중간 과정?

    그러나 정부 부처 간 최종 협의 과정에서 '현실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8·2 대책으로 투기지역에 대한 중도금 대출 한도가 40%로 내려간 상황에서 중도금 비중 60%를 그대로 유지하면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청약을 포기하면서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온 아파트 건설 대금 부담을 건설사나 시행사가 부담하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도 감안됐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는 계약자 돈을 미리 받아 아파트를 지으면서 공사 주체들은 별로 부담을 지지 않고 있다"며 "중도금을 많이 내는 것은 물건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 값을 대부분 치르는 것과 다름없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금 비중 축소는 '후분양제'로 가는 중간 과정일 수 있다. 후분양제는 건설사 부담으로 아파트를 거의 다 지은 후 분양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모델하우스가 아닌 실물을 본 후 입주 시점에 즈음해 돈을 내고 들어가면 된다. 공사 대금을 미리 내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파트 잔금 비중이 30%에서 50%로 늘어나면 후분양을 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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