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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건축주의 공통점 "알아서 잘 해주세요"

    입력 : 2017.09.08 06:50 | 수정 : 2017.09.08 09:13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을 개설합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땅집고는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1기 과정을 이끌 교수진을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미리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③심영규 대표 “건축에 대한 안목 키우는 건 여행이 최고”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대표는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사진)와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등에서 건축 관련 포럼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대표는 건축 기획, 전시, 출판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PD(프로듀서)다. 젊은건축가포럼과 서울시 건축문화행사 등의 대중건축행사 기획과 진행을 여러 번 맡았다. 조선일보 건축주대학에선 실무를 맡아 10주간의 건축 여행 길잡이로 나선다. 대중과 건축가, 건축주와 건축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전문지 기자 출신으로 건축가와 교수 등 전문가그룹 300명을 인터뷰하면서 만든 그물 같은 네트워크가 심 대표의 자산이다. 최근에는 건축재료 처방전 시리즈 감(Garm)의 편집장으로 목재, 벽돌, 콘크리트를 분류하고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심 대표에게 실패하지 않는 건축주가 되는 방법을 물었다.

    -실패하지 않는 건축주의 첫째 조건은 뭘까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기지피(知己知彼)’. 너무 뻔한 말이지만, 자기를 먼저 알아야 상대방도 알 수 있다는 말이에요. 주변에 건축가를 만나서 ‘어떤 건축주가 가장 힘드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이들은 기본적인 공부나 조사가 안 된 상태에서 덜컥 건축가부터 만나려다 보니 자기의 취향이나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지 못해요. 당연히 건축가에게 제대로 요구할 수도 없죠. 쉽게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고 결정을 뒤집어요. 당연히 예산도 넘치고 결과적으로 좋은 집을 지을 수 없죠.”

    -건축가를 선택하는 노하우는 뭘까요.
    “건축가마다 특성이 달라요. 잘하는 분야가 다 다르다는 거죠.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오피스나 상업시설, 혹은 호텔과 펜션 같은 숙박시설 등 프로그램(용도)에 따라서도 다르고 ‘협소주택’, ‘대지 활용’, ‘리모델링’ 등 분야마다도 강점이 달라요. 가장 먼저 언론에 소개된 기사를 단서로 그 건축가의 홈페이지부터 둘러보세요. 건축가 홈페이지에는 포트폴리오가 잘 정리돼 있어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이는 회사 면접과 비슷한데 자기가 지원하는 회사의 특성이나 장점, 단점도 파악하지 않고 면접을 보면 당연히 뽑힐 확률이 낮죠. 많이 만나기보다 자기와 잘 맞는 건축가 1~2명을 골라서 만나보는 게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건축가를 확정지었다면 다음 단계는요?
    “나와 상대방을 파악했다면 전체 과정에 대한 ‘마스터플랜’, 즉 계획을 짜야 합니다.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소스’(resource)인 예산과 시간이죠. 대부분 공사가 예상된 금액과 시간보다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까지 미리 계산해서 자본을 준비하고, 금융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해요. 작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이 들어가는 주택을 지을 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규모가 크고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는 상업 건물이나 임대 건물의 경우는 훨씬 더 중요하죠. 대부분 대지나 다른 담보로 은행에 빚을 지고 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시간을 잘 계산해야 이자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건축주가 전체 공정을 파악하고 금융계획을 세우는건 무리아닌가요.
    “물론 시공사나 건축가 같은 전문가가 훨씬 더 잘 알지만, 건축주도 건물이 지어지는 전체 과정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단계마다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계획을 짜야죠. 집을 완공할 때까지 수개월에서 1년을 넘길 수도 있어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일정이 크게 밀립니다. 당연히 예산도 많이 초과하죠.

    기초공사 과정에서 땅을 파다가 물이 나올 수 있고, 자연재해가 닥칠 수도 있고, 골조 공사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죠. 현장에 사고가 나기도 하고, 자재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어요. 당초 계획과 달라져 공사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여유 있는 비용과 시간을 잡아 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항상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죠. 이전에 건축을 경험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대표는 서울 금천구의 금나래중앙공원을 건축가 9명과 함께 폴리파크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기획을 맡았다. /사진=노경 작가

    -건축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많은 곳을 다니고 나름의 평가를 해보세요. 여행도 많이 다닌 사람이 잘 알죠.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알고요. 일단 주택에 대한 좋은 안목을 키우려면 다양한 숙박 시설을 고루 다니면서 경험해 보는 게 좋아요. 무작정 유행이나 트랜드에 따라가거나 잡지나 미디어를 보고 쉽게 믿지 마세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데만 가는 게 아니라 카페나 오피스 펜션, 호텔를 다녀보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 안목과 취향을 키우는 좋은 훈련이 됩니다. 다른 건축가들이 지어놓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만큼 좋은 훈련은 없습니다.”

    -보통 설계비를 아까워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계비를 아까워하는 경향이 많아요. 왜냐하면 설계는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설계비를 ‘0원’으로 생각해요. 설계비 깎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시공하면서 설계비를 추가로 얹는 경우가 있거든요. 설계비를 총공사비의 10% 정도로 해요. 규모가 작은 건물이면 감리도 같이 해주죠. 그런데 설계 잘 받아놓고 시공은 따로 견적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저렴하게 집 짓겠다고 수 십개 업체에 의뢰해서 받는 거에요. 궁합이 맞는 건축가 찾는 것도 일인데 제대로된 시공사 찾는 것은 오죽할까요. 집을 망치는 길이죠. 금액에 맞춰 시공사를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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