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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황제 푸이가 쫓겨난 그 궁궐, 방이 9999.5칸인 이유

  • 장유진 서울대 박사

    입력 : 2017.09.03 06:35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明·淸 500년 중심이었던 중국 건축의 진수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황실로 썼던 자금성은 14년간 20만명이 동원돼 건설됐다. 남쪽에 천안문, 북쪽에 경산이 있다. /조선DB

    중국 베이징 중심의 천안문 정문으로 들어가 양 옆의 울창한 가로수길을 걷다 단문과 오문을 지나면 보이는 곳이 있다. 우리에게 ‘자금성’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곳의 정식 명칭은 ‘북경 고궁박물원’. 지금의 자금성은 명나라 영락제를 보좌했던 어떤 스님의 꿈에서 탄생했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 황제는 인간 세계와 자연계 사이의 조화를 유지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천자(天子), 즉 하늘의 아들이다. 스님은 천제가 살고 있는 천상의 도시를 꿈꾸고, 이와 똑같은 수도를 만들라고 황제에게 진언했고, 황제는 지상의 중심으로서 천제의 도시를 재현하겠다면서 자금성을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여러 요소를 동원해 자금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붉은 기가 감도는 자색(紫色)은 중국식 우주론에서 하늘의 유일한 고정점인 북극성을 의미하는 빛깔이다. 일반인 접근을 금지하는 자색의 성, 즉 자금성이란 별칭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

    명나라 제3대 황제 영락제(재위 1403~1424년)가 난징에 있던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길이 960m, 폭 750m의 거대한 부지를 마련하고 그 안에 또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면서 자금성의 건축이 시작됐다. 자금성은 약간 비대칭적이지만 중국의 전통적 건축 방위 원칙에 따라 남북 방향으로 배열했다. 남쪽으로 천안문광장이, 북쪽으로 경산이 있는데 경산은 자금성 주변 폭 52m의 해자(垓字)에서 파낸 흙으로 쌓은 약 49m 높이 인공산이다.

    1407년부터 14년 동안 약 20만명이 72만㎡ 규모의 왕궁을 만드는 작업장에 노동력을 제공했다. 건축에 필요한 돌은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팡산의 채석장에서, 대리석은 장쑤성의 쉬저우에서 각각 가져왔다. 벽돌은 베이징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 떨어진 산둥반도의 룽커우에서 만들었다. 골조용 목재는 쓰촨성, 구이저우성, 원난성 등 베이징에서 직선 거리로 2000㎞나 떨어진 곳에서 운반했다. 그 중 4분의 1 정도가 황제의 운하라고 불리는 대운하를 통해 이동됐다. 1421년 드디어 영락제는 새 거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금성에는 총 9999.5칸의 방이 있는데,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1만 개의 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0.5개라는 여지를 두었다는 설이 있다.
    자금성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청나라 황제 푸이. /코르비스
    500여 년 동안 자금성은 행정 중심으로 명대 14명, 청대 10명 황제의 거처였다. 마지막 황제 푸이(재위 1908~1911년)는 이곳에서 다섯살까지 황제로 살다가 공화정이 수립된 후 1924년 군벌들에게 쫓겨났다. 그 이듬해 자금성은 박물관이 됐고, 198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황제들의 거처

    고궁 남쪽 입구인 오문(午門)에서 북쪽 입구인 신무문(神武門)까지 일직선상에는 각종 궁전이 있다. 세계 최대의 성문인 오문을 지나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조각된 금수교(金水橋)를 건너면 태화전(太和殿)에 이른다. 자금성 안에서 가장 광대하고 화려한 태화전은 중화 제국의 중심으로서, 황제가 옥좌에 앉아 귀빈들을 접견하던 곳이다. 내부에는 2m높이의 수미단(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단) 위에 아홉 마리의 황금룡이 새겨진 옥좌가 있다. 옥좌 주위에는 금칠(金漆)의 반용문(蟠龍紋) 기둥이 있고 단상에는 금칠한 병풍이 보존되어 있다. 건물의 크기는 폭이 64m, 길이가 37m로 규모, 모양, 장식, 비품 등이 모두 황제의 권력을 느끼게 한다.

    자금성 안에서 황제들이 업무를 보던 태화전. 가운데 대리석으로 된 조각물은 무게가 300t이나 된다. /PNAS 제공

    그 뒤쪽으로는 태화전과 마찬가지로 3층 대리석 기단 위에 세워진 중화전, 보화전 등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다. 중화전(中和殿)은 정자식 건물로 중앙홀은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장소였다. 마지막 관청 건물인 보화전(保和殿)은 연회를 열 때나 과거 시험을 치를 때 사용했다.

    내정으로 통하는 정문인 건청문을 지나 서있는 건청궁은 황제의 침실이면서 일상 업무를 처리하던 곳이다. 내부 중앙에는 황제가 앉는 보좌가 있다. 그 뒤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고 금박 장식을 한 병풍과 칠보학, 향로가 있다. 명대에 처음 지어질 때 건청궁은 황제의 침실, 곤녕궁은 황후의 침실로 지어졌으나 뒷날 그 사이에 교태전(交泰殿)이 지어졌다. 교태전은 내관들의 알현을 받는 곳으로 1740년까지 25개의 옥새를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황제들이 주로 거처하며 침실로 사용했던 건청궁. /위키피디아

    교태전 뒤의 곤녕궁(坤寧宮)은 황후의 침전으로 명나라 마지막 황후는 만주족 군대가 들이닥쳤을 때 여기서 자결했다고 한다. 훗날 청대에 이곳은 혼례를 치른 신부가 사흘 동안 기거하는 장소로 썼다. 이 궁전의 양 옆에는 후궁과 황족이 거처하는 여섯 채의 서궁과 여섯 채의 동궁이 있다.

    ■15세기 중국 건축술의 진수

    만주족이 베이징을 정복한 이래 특히 강희제와 건륭제 연간에 수리와 복원이 자주 행해졌지만 천안문에서부터 궁궐의 최북단인 신무문까지 중심축에 놓여 있는 궁전들은 15세기 면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궁전들은 중국 건축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돌로 만들어진 직사각형 토대 위에 높다랗게 솟은 궁전들은 한결같이 단층으로 되어 있다. 교묘하게 배치된 S자형 까치발을 이용해 둥근 기둥들이 무거운 지붕을 떠받치고 있으며 기와에는 유약이 발라져 있다. 태화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내부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지붕이 바깥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지붕보다 더 높이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마치 지붕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시대 서유럽 궁전들과 달리 자금성은 밖에서 보기에 놀랄 만큼 다양한 색채를 자랑한다. 붉은색 벽, 진홍색 벽기둥, 치켜올라간 지붕, 그 위에 장식이 달리고 노랗게 빛나는 기와 등이 화려한 인상을 준다. 지붕에는 반으로 쪼갠 대나무 줄기처럼 반원형으로 굽은 기와들을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이 맞물리도록 해 얹었다.

    자금성은 내부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지붕이 바깥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지붕보다 더 높이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보면 마치 지붕이 이중으로 된 것처럼 보인다. /픽사베이

    자금성의 지붕에는 화재를 막기 위해 용이나 물고기처럼 물과 관련된 형상을 만들었다. /픽사베이

    지붕 마룻대의 끝에 얹힌 기와는 화재를 막는다는 의미에서 용이나 물고기처럼 물과 관련이 있는 형상으로 만들었다. 지붕, 벽, 벽기둥의 색채는 건물들 사이의 공터에 사용된 흰 대리석과 연회색 벽돌과 대비돼 더욱 강조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건물 복합체

    중국에는 긴 역사와 넓은 영토만큼이나 많은 도성과 궁전이 존재했다. 지금은 찬란했던 당시 영광은 사라지고 오직 몇 개의 궁전만이 옛 영광을 간직한 채 보물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서 명과 청에 걸쳐 황궁으로 쓰던 자금성은 온전하게 보존된 역사적 건물 복합체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어느 궁전보다 방대해 광활한 중국 대륙을 통치하려는 권력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한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성은 수많은 희생과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예술품이며, 명과 청대의 궁정 생활과 의식 구조를 보여주는 역사적 유물이다. 비록 많은 유품이 대만으로 빠져 나갔다고 하지만 자금성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중국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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