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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원빈 집에서 리조트까지 '대박'…노출콘크리트의 비밀

  • 심영규 건축PD

    입력 : 2017.09.01 06:40 | 수정 : 2017.09.01 09:25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⑧콘크리트로 자연과 인공을 빚어내다

    콘크리트를 빚어 독창적인 조형의 세계를 구축해온 이뎀도시건축의 곽희수. 그는 2003년 이뎀도시건축을 설립한 이래 14년간 거의 모든 건물의 외장재료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최근작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상업공간 웨이브온(2016년)과 강원도 홍천군의 숙박시설 유 리트리트(2016년), 그리고 김포시의 가까운 교회(2015년), 장동건과 고소영의 집으로 알려진 경기도 가평의 신천리 주택(2013년)을 둘러보며 그가 줄곧 노출콘크리트를 고집한 이유와 10여 년간 쌓아온 이뎀도시건축의 노하우에 대해 들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뎀도시건축 사무실에서는 친환경과 콘크리트의 미래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장 웨이브온(2016)은 임랑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절벽에 위치해 여러 각도에서 모래사장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기장 웨이브온 건축개요
    설계: 곽희수
    위치: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월내리
    대지면적: 1,381.53m²
    연면적: 497.33m²
    규모: 지상 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6년 12월
    사진: 김재윤

    -그동안 거의 모든 프로젝트의 외장재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노출콘크리트는 내외부를 함께 만들기 때문에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다. 인체에 비유하면 뼈대인 구조이자 외피와 같다. 인체의 피막은 근육과 신경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끊기지 않는 근육과 피부처럼 콘크리트는 외부와 내부를 단단하게 결속하고 연결한다.

    콘크리트 건물의 일차적인 디자인은 건축가가 한다. 하지만 원하는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원료를 주입하고 성형하는 틀인 거푸집을 만들어야 한다. 콘크리트는 ‘철과 목재로 짜인 거푸집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거푸집을 떼어낼 때 현장의 광경은 나비가 누에고치를 탈피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건축가의 창작은 제도판이 아니라 목수의 첫 못질에서부터 생사를 가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숨막히는 과정이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콘크리트를 탐구하고 있다.”

    -콘크리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콘크리트는 건축가에 따라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한다. 보석도 가공 방법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재료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 가능성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야 원하는 보석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원석의 가공 못지않게 건축은 시대정신과 병렬적 관계로 진행되어 왔다. 건축가는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복잡한 상황에 놓여왔다. 우리는 이미 건축이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임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재료도 시대에 따라 그 수명을 달리할 것이다. 다만, 현존하는 재료 중 콘크리트는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솔직한 표현 방식일 뿐이다. 나는 자르고 잘라도 단면이 유지되는 콘크리트의 진솔함에 매력을 느낀다.”

    가까운 교회(2015)는 구조와 마감을 동시에 수행하는 콘크리트만의 재료적 특성을 이용해 큰 공간들을 공중에 띄워 내, 외부에 생동감 있는 공간을 만든다. /사진= 신경섭 작가
    ◆가까운 교회 건축개요
    설계: 곽희수
    위치: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대지면적: 929.3m²
    연면적: 2,328.67m²
    규모: 지상 7층, 지하 1층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5년 3월
    사진: 신경섭

    -그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연구하면서 가장 구현하기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복잡한 설계를 구현할 수 있는 건설사를 찾는 일과 건축주를 설득하는 것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창작물이라도 경제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동의를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술과 경제성에 대해 현장과 긴밀하게 상의해야 한다. 콘크리트를 부었을 때의 압력을 견디는 거푸집, 재료, 기술적인 문제, 해체 후 재사용 방법 등을 논의한다. 이 부분은 건설사의 경험과 장인정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겪지만, 이 문제로 극심한 좌절감을 맛보곤 한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구현된 결과물에 매료되어 사무실을 찾는 클라이언트가 많아졌다.”

    -단열에 대한 노하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다른 설계사무소보다 탁월한 방법은 없다. 다만, 단열 두께를 확보하고 내외 단열재를 중복 사용하는 방법으로 콘크리트의 단점을 보완한다. 이중 바닥을 만들어 공기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금속으로 제작되는 창호는 다르다. 금속 자체의 열전도율은 콘크리트에 비해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은 단열을 의식해서 비싼 금속 창호를 사용하지만 내외부 온도 차가 심한 계절엔 무용지물이다. 일반 창호만으로도 훌륭하다. 결국 현명한 대처법은 설계자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해서 환기, 채광 면적, 창호 디테일 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창호와 외기에 접한 중간 영역에 빛과 바람, 온도 등을 제어하는 중성적인 공간을 배치하는 것도 건축적 해결 방법이다.”

    -에너지 절약 관점에서 최근 관공서나 대형 공공프로젝트는 노출콘크리트를 지양하는 추세다.
    “이 문제는 지역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건축 관행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전 국토의 기온은 도시와 산간, 강우량과 지형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건축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착상하고 적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설계 공모로 진행되는 관공서의 평가 기준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막연하게 콘크리트와 유리의 사용 여부가 에너지 낭비라는 단순한 등식이 성립된다. 만약 이것이 건축을 결정하는 결정적 단서라면 수많은 건축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북유럽은 과다한 적설량과 낮은 기온 탓에 가파른 경사지붕의 집을 짓고 창의 면적을 최소화한다. 열대지역에 북유럽 스타일 건물을 짓는다면 열 때문에 죽을 것이다. 결국 지역적 조건이 배제된 관공서 건축을 국제적 스타일과 경제 논리로만 따진다면 도시와 건축의 핵심에서 벗어난 논쟁이 된다. 건축의 주체는 사용자이고 사용자는 미세한 공간의 차이와 질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천리 주택(2013)은 건물을 비틀어 각 실을 바라보면서 주변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비틀린 건물의 일부는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인다. /사진= 윤준환 작가
    ◆신천리 주택 건축개요
    설계: 곽희수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
    대지면적: 1,250㎡
    연면적: 1,021.17㎡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3년 12월
    사진: 윤준환
    유 리트리트(2016)는 유리창과 콘크리트의 플랫폼을 통해 절벽의 다채로운 장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진= 김재윤 작가
    ◆유 리트리트 건축개요
    설계: 곽희수
    위치: 강원도 홍천군 서면 대곡리
    대지면적: 4,929.00m²
    연면적: 1,595.29m²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6년 4월
    사진: 김재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할 때 인근 대리점에서 일률적으로 보내주는 동일한 품질의 레미콘을 사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품질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나?
    “물론 콘크리트의 강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레미콘의 빠른 조달도 중요하지만, 빈틈없이 시공하기 위해 현장 관리나 인원 배치도 중요하다. 거푸집 설치까지 오랜 시간을 거쳤다면, 콘크리트를 붓는 과정은 거의 찰나에 가깝다. 현장 요원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달라붙어 작업에 참여한다. 이 작업은 그래서 항상 장관이다. 양생 과정을 마치고 형태가 완성되면 공극이 생기거나 오염된 표면을 갈아내고 보수한다.

    노출콘크리트임을 고려하면 양생된 날것의 상태가 주는 생동감이 있지만 구두에 구두약을 바르는 행위가 내구성을 위한 것인지, 멋내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결국 건축의 목적에 따라 보수의 강도를 조절하고 발수제와 같은 도막을 입힌다. 이후 품질 관리는 클라이언트의 몫이다. 우리 사무실의 매뉴얼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하고 발수제를 바르게 되어 있다. 건축물의 오염은 도시의 공기 오염도와 연관되고 클라이언트의 관리 능력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다만, 겨울에 새파란 인공잔디가 어색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건축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오염으로 인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곽희수 건축가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이뎀도시건축을 설립했다. 일간지에 ‘건축가 곽희수의 단편도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2016년 아메리칸 건축상 금상, 제 22회 세계건축상, 2016년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42nd 루트하우스(원빈 주택), 테티스(고소영 빌딩), 모켄펜션 등이 있다.

    심영규 건축PD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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