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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재료를 알면 내가 짓고 싶은 집을 발견하죠"

    입력 : 2017.08.30 07:00 | 수정 : 2017.09.01 09:05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을 개설합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땅집고는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1기 과정을 이끌 교수진을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미리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②윤재선 대표 “집짓기는 설계에서 시작해 재료로 귀결”
    윤재선 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석사를 받았다. 한건건축사사무소(옛 남산건축)와 미국 힐리어 설계사무소 등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1년 독립했다. 2013년부터 대한건축사협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건축재료 시리즈 도서 '감(GARM)'을 펴냈다.
    윤재선 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오는 9월 4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9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다. 34편의 영화가 ‘도시/나누다’를 주제로 서울역사박물관, 이화여대 등에서 상영된다. 2009년 시작된 영화제는 여러 나라의 건축영화를 국내에 소개해 건축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있다. 영화 앞뒤로 건축전문가들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지식과 해설을 곁들인다. 윤 대표는 5년째 집행위원장으로 영화를 매개로 대중과 건축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 재료에 꽂혔다. 빈약한 국내 건축재료 정보에 대한 문제 의식이 건축재료 시리즈 ‘GARM(감)’으로 이어졌다. 목재, 벽돌, 콘크리트의 종류, 특성, 시공법과 해당 재료를 잘 쓰는 건축가의 인터뷰를 엮어 책 3권을 펴냈다. 업체별 특성과 세부 정보가 푸짐하다. 건축의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건축재료를 갖고 대중과 소통에 나선 것이다.

    윤 대표는 발간사에서 “전문 시공기술을 몇 번의 실습으로 터득할 수 있는 ‘중간기술’의 영역으로 끌어와 일반인들에게 전수하려고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윤 대표를 만나 건축재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건축주의 뜻에 따라 공간적인 요소보다 외부로 비취는 힘에 집중했다. 전면 지붕의 선을 살린 입면이 거친조각 느낌이 나도록 벽돌의 한면을 깨고 쌓았다. 검증된 재료(토울콘트리트+벽돌+유리)만 사용했다./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책에는 건축가로서 아쉬움도 반영된 것 같았어요.
    “국내 실정을 반영한 건축재료 정보가 거의 없어요. 건축설계는 설계 도면에 집의 정보를 입히는 과정이에요. 그 정보가 현장에 전달돼 현장에서 실현이 돼야 하는데 도면과 시방서에 다 적어도 막상 시공사조차 재료 특성과 시공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재료 정보를 구축하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해요. 연말쯤 페인트, 타일, 바닥마감재 등을 정리해 책을 낼 계획이에요.”

    -건축주가 재료까지 알아야 하나요.
    “사람들이 어떤 건물에 호감이 생긴다면 건축 재료의 영향일 겁니다. 외관이 유리냐, 패널이냐, 콘크리트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재료의 세세한 지식까지 몰라도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집짓기는 설계에서 시작해 재료로 귀결됩니다.”

    -건축주가 재료를 알면 뭐가 달라질까요.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건축가에게 설명할 수 있죠. 눈에 익숙해서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목재, 타일, 바닥마감재 등 건축재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에 대한 접근도 달라질 수 있어요.”

    -비용도 아낄 수 있나요.
    “건축재료는 유통단계를 한 단계 거칠 때마다 대략 30% 정도 금액이 올라가요. 재료 특성을 파악하고 발품을 팔면 유통단계를 건너뛰게 되니까 절약할 수 있죠. 재료 선택 폭도 넓어집니다. 원목이 좋다면 천연목재를 쓸 수 있지만 관리가 부담되면 원목 느낌의 필름을 붙인 목재를 써도 돼죠. 나무집으로 이사한 뒤 비염이 낫는 경우도 있는데, 나무재료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죠”

    -요즘 건축 재료와 관련한 이슈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재료를 많이 써요. 단열방식도 외단열로 옮겨가면서 그에 맞는 재료들이 각광을 받고 있죠. 유지비가 적게 들고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쿨루프(cool roof) 시공으로 옥상바닥을 페인트로 칠하면 열과 햇볕을 반사해 꼭대기층 집안 온도가 2~3도 가량 내려갑니다.”

    판교의 근생건물. 전면을 커튼월로 처리해 외관이 시원하게 보인다. 창문을 열면 커튼윌에 변화가 생겨 건물의 생동감을 준다./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건축 재료를 배우는 순서가 있나요.
    “나무가 만지기 제일 쉽죠. 공구도 잘 갖춰져 있구요. 나무에서 시작해 못같은 연결재, 그러다 보면 철(鐵)에 관심이 가요. 나무를 보호하려면 도장(塗裝)에도 관심이 갑니다. 단계적으로 발전이 됩니다. 벽돌쌓는 것부터 배우는 건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재료를 선호하나요.
    “벽돌은 전통적인 느낌이 나서 좋아요. 콘크리트와 달리 픽셀(pixel)이 모였을 때 나오는 육중한 힘도 좋습니다. 수려함도 빼놓을 수 없죠. 벽돌 끝을 깨서 쓰면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나무는 시공이 편안하고 현장에서 공정을 컨트롤 하기 쉽죠. 저희 집은 상가주택인데 아랫층은 노출콘트리트로 하고 집은 한옥처럼 기둥과 보로 된 나무 구조로 뼈대를 세우고 벽돌로 마감했어요. 내부는 나무, 외관은 벽돌이에요.”

    -예비 건축주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어떤 집을 짓겠다고 기획하고, 땅을 찾고, 건축가를 만나고, 집이 올라가고 나서 유지관리까지 모두 건축행위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집짓는 행위 자체에만 관심을 둬요. 아마 예비 건축주들은 나무집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어요. 헌데 유지관리가 만만치 않거든요. 그런 생각까지 하지 않으면 허덕이게 됩니다.”

    서래마을에 있는 상가주택. 1~3층의 노출콘크리트로 건물의 부드러운 선을 살렸다./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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