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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수입하는 타일과 벽돌, 결국 건물 망친다"

  • 심영규 건축PD

    입력 : 2017.08.28 06:50 | 수정 : 2017.08.28 15:29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⑦ 정확한 치수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초콜릿색 벽돌의 삼봉집(2016년), 붉은색 이형벽돌을 불규칙하게 쌓아올린 이-집(2015년), 지붕까지 회색조 콘크리트벽돌로 덮은 별똥집(2014년), 붉은색이 강렬한 붉은 벽돌집(2014년)까지 다양한 주택에 다른 색상의 벽돌을 사용한 건축에스아이의 정수진. 그를 만나 벽돌에 빠진 이유를 물었다.

    삼봉집(2016년)은 벽돌을 한 켜 한 켜 정성스레 쌓아올렸다. 벽돌 특유의 단정함과 자체의 물성이 도드라진다. /사진= 남궁선 작가
    ◆삼봉집 건축개요
    설계: 정수진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대지면적: 239㎡
    연면적: 222.48㎡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지정 치장벽돌
    완공: 2016년
    사진: 남궁선

    -주택에 사용한 벽돌을 보면 색감과 크기가 미세하게 다르다. 벽돌을 사용하는 이유는?
    “벽돌이 좋은 이유는 그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한 장씩 보면 크기가 작아 정교하면서도 뭉쳐내는 큰 덩어리의 힘이 가장 크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여린 느낌의 흰색 벽돌마저도 무게감이 있다. 돌을 쌓아서 만든 것과 벽돌을 쌓아서 만든 것, 판재를 붙여 만든 것 모두 느낌이 다르다. 또한 타일을 붙인 것, 벽돌을 쌓은 것도 느낌이 다르다. 재료 자체가 가진 무게감 때문이다.”

    -벽돌은 단순해 보이지만 최근 크기와 색 그리고 질감이 다른 벽돌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벽돌을 싫어했다. 붉은색 벽돌 일색의 건물은 오래될수록 때가 낀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경동교회 앞을 지나면서 보니 마치 보기 좋은 주름살처럼 곱게 늙어간 느낌에 놀라웠다. 그 때부터 관심을 가지면서 작업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벽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감이다. 통상 흰색, 붉은색, 갈색, 검은색, 황토색으로 약 다섯 종류의 색을 주로 사용한다. 생산업체마다 색상이 거의 비슷한 탓이다. 벽돌의 디테일도 중요하다. 설계부터 철저히 계산해 규격 크기 이외로 쌓는 부분이 없도록 디자인한다. 우리는 벽돌 자체를 더욱 드러내기 위해 줄눈을 얇게 시공하는데 크기가 정확해야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벽돌은 정부 주도의 주택 보급 정책으로 전성기를 맞았다가 사용량이 점차 줄었다. 최근에야 주택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흙의 배합과 성분 조합에 따라 색상 변화 폭이 큰데, 이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는 회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이것이 다양한 색상의 벽돌 제작에 큰 벽이다. 구워낼 때마다 색상이 달라지는 어려움도 있다. 근본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과거만큼 제대로 작업하는 조적공이 없는 것도 문제다. 벽돌의 제한된 크기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건축가가 공감하는 문제일 것이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이형벽돌을 시도하려고 하면 개발 비용이 너무 비싸다. 어떤 재료든지 어떻게 시공하고 디자인에 입히는지가 중요하지, 재료 자체의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집(2015년)은 기본 규격보다 얇은 황토벽돌을 쌓아올려 벽돌 특유의 자잘함보다는 견고한 덩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남궁선 작가
    ◆이-집 건축개요
    설계: 정수진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대지면적: 255.10㎡
    연면적: 217.04㎡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지정 벽돌
    완공: 2015년
    사진: 남궁선

    -벽돌은 유리나 콘크리트, 철에 비해 낡은 건축 재료라는 인식이 있다. 벽돌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나?
    “현재 외국에서 타일, 벽돌이라고 보기에 애매한 재료가 저렴한 가격에 무턱대고 수입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풍토에 맞지 않는 재료다. 과거 벽돌은 싸구려 이미지였지만 요즘엔 장당 1만 원을 넘어가는 고급 벽돌도 많다. 공사비에 많은 지출을 하면서 대부분 수입재료를 이용하는 데 비용을 할애한다. 앞으로 벽돌 수입 비용이 대리석보다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백색벽돌은 대부분 호주에서 수입되는데 한국과 호주는 땅도 다르고 기후도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엉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재료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수입 재료는 쓰지 말자는 주의다. 기후와 풍토, 온도 등을 고려해 자체 개발이 필요하다.”

    -벽돌의 재료는 시공상 하자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시공상 팁이 있다면?
    “백화(白化)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 최소한 벽같은 구조체에서 3㎝ 정도는 띄어야 한다. 발수제는 절대 금지다. 벽돌 자체는 천연 재료여서 스스로 호흡해야 하는데 발수제를 쓰면 얼굴에 니스를 바르는 것과 같다. 시멘트를 되직하게 반죽하는 것도 중요하고 겨울에는 절대 시공하지 말아야 한다. 하자가 생기면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금액을 철저히 준수하는 시공사들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서리마다 얽혀들며 건물 전체를 자연스레 연결시킨 회색벽돌은 별똥집(2014년)을 더 담백하고 잔잔하게 만든다. /사진= 남궁선 작가
    ◆별똥집 건축개요
    설계: 정수진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대지면적: 232.10㎡
    연면적: 180.27㎡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지정 석재(목화석, 콘크리트 벽돌)
    완공: 2014년
    사진: 남궁선

    정수진 건축가
    정수진 건축에스아이 대표는 영남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 파리-벨빌 건축대학교에서 수학했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주택 뿐만 아니라 미래나야 사옥, 해인사 무릉헌, 의왕 선물 등 다양한 건축 작업이 있다. 경기도 건축상 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심영규 건축PD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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