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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7兆 잡기… 프리미엄 브랜드 전쟁

    입력 : 2017.08.27 19:18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단지. 최근 입주를 시작한 이곳 36층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센터를 가봤다. 전용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피트니스센터 유리벽 너머로 삼성그룹 사옥부터 삼성동 무역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 등 강남 일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201동과 202동 26층을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에는 라운지와 카페, 와인셀러 등 입주민 전용 휴게시설들이 가득했고, 창밖으로 시내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단지 정문에는 ‘SUMMIT(써밋)’이란 영문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고, 그 아래 작게 대우건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가 달려 있었다. 대우건설이 내세우는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써밋’ 단지였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이제 그냥 명문 건설사 명함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라야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일대에서 8~10월 재건축 아파트 단지 10여 곳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건설사들이 대부분 기존 브랜드에 수식어를 더 붙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조합원들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 6월 완공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의 모습. 삼호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26층 높이에 ‘스카이브리지’가 만들어져 있다(위쪽 사진). 스카이브리지 안에는 북카페 등 주민 편의 시설이 꾸며져 있어, 도심 경관을 감상하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다(왼쪽 아래). 단지 안에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주민을 위한 쉼터도 조성돼 있다./고운호 기자

    조선DB
    ◇‘프리미엄 브랜드’ 각축장 강남 재개발

    10월까지 두 달간 강남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모두 7조원 규모.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가 전국에서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규모인 6조4500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 전장(戰場)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다. 2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한 조건이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The H)’를 걸어주는 것이었다.

    다음 달 9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써밋’을 적용하고, 외벽 전체를 유리로 감싸는 ‘커튼월’ 방식에 스카이라운지 등 고급 시설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맞서 롯데건설은 아직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범하지 않은 상태. 롯데건설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후보 3~4개를 압축한 상태에서 최종 선정만 남겨두고 있다”며 “해당 단지에 처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입주민 대상 호텔 서비스(청소나 세탁·주차 대행 등)도 제안한 상태다. 대림산업도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 기존 ‘e편한세상’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를 들고나왔다.

    ◇소비자 ‘고급 선호’ 심리도 한몫

    아파트 ‘프리미엄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3년부터다. 대림산업이 ‘아크로’를 기존 ‘e편한세상’ 상위 브랜드로 출범시키면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에 적용했다. 이어 대우건설 ‘용산푸르지오써밋’(2014년), 현대건설 ‘디에이치 아너힐즈’(2015년)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이후 한동안 프리미엄 브랜드 소식은 잠잠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만 높아질 뿐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본격화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프리미엄 브랜드가 붙으면 분양가가 올라가 돌아오는 혜택은 커지고 나중에 집값 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친다는 장점이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권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 소비자보다 ‘고급 주택에서 산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건설사들이 이러한 심리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8·2 부동산 대책 등 규제 여파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이 올해보다 못하기 때문에, 건설사들로서는 하반기 재건축 수주전에 역량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결과가 프리미엄 브랜드 대전(大戰)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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