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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는 3층 넘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깨뜨린 이 남자

  • 심영규 건축PD

    입력 : 2017.08.14 07:00 | 수정 : 2017.08.14 09:19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②국내 첫 4층 목구조 건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은 2013년 설계를 마치고 2016년 7월 완공된 국내 첫 4층 규모의 목구조 건축물이다. 경기도 수원시 국립산림과학원 안에 있고 대지면적 2만 3000㎡, 연면적은 4552㎡에 이른다. 해외의 고층 목구조 건축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국내에선 실험적인 건물이다. 평소 목구조에 관심이 많던 배기철 아이디에스 대표는 2001년부터 제주도에 로드랜드 클럽하우스, 한밀숲도서관 등 다양한 목재 건물을 설계했지만 실제 건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목조건축대회에 참여하는 등 목구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 대표를 만나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은 국내 최초로 4층을 적층하여 만든 목조건축물이다./사진=박영채 작가

    -국내 최대 4층 목조건물 설계를 맡은 배경은? 목구조를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나?
    “평소 목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산림과학원에서 프로젝트를 공모한다는 것을 알았고, 디자인공모를 거쳐 종합연구소 설계에 당선됐다. 원래 테스트베드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공사 직전에 가서야 구조 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가 생성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목조주택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파이널 프로젝트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국내 최초의 4층 적층 목조건축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주요 골조에 국산 낙엽송을 사용했다는 것과 4층 건물을 지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의도였다. 나머지는 미송을 사용했다.”

    -1년 8개월의 시공 기간에 어려움은 없었나?
    “무엇보다 설계 데이터가 부족했다. 건축가가 설계할 때는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는 신뢰할 수 있는 목재시스템이 없다. 단지 기둥을 세우고 보로 연결한다는 간단한 원칙만 있다. 1시간 내화 검증 외에는 목재가 수축·팽창에 따라 10년, 20년 지나면서 어떻게 변형된다는 참고 자료도 없다. 수축률이 서로 다른 콘크리트와 목재는 구조를 평행 계산해야 하는데 국내엔 데이터가 없어 이를 시행할 수 없었다.

    둘째 난관은 목구조 엔지니어가 없다는 것이었다. 4층 높이 건물에 사용될 부재의 크기와 간격, 부재간 결합 등을 검증할 엔지니어가 없다 보니 정확한 재료 크기나 물량 산출이 어려웠고, 현장에서 임기응변이 과도하게 요구됐다. 여기에 구조까지 드러낼 정도로 깨끗한 마감으로 시공하려면 제한된 예산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연스레 구조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했다.

    셋째는 법적으로 많은 제한이 있었다. 법적 제약이 많다는 건 아무것도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작업은 테스트 형식이 강해 목업(mock-up) 제작 예산조차 없어 시공자와 설계자가 짓기 전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끝으로 시공자도 나중에 결정돼 결국 시공자가 경험해 봤거나 실현 가능한 것만 하게 됐다. 시공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시공자 선정 과정만 1년 넘게 걸렸다.”

    -시공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위에서 언급했듯 발주 시스템이나 정부의 진행 상황상 그것을 바꾸기가 어렵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도면을 만들어내면 현장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상황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럴려면 사전에 건축가와 시공자가 많은 소통을 하고 시공자들이 무엇을 잘하고, 시공에 무엇이 유리한지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시공사 선택에 따른 당위성을 갖고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은 목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구조의 솔직함이 느껴진다./사진= 박영채 작가

    목재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건축가는 시스템만 알뿐, 현장에서 목재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모른다. 미국의 경우 구조 체크를 반드시 받는다. 허가를 위한 건축사의 도장이 없어도 구조기술사, 특히 지붕의 구조 체크는 반드시 받도록 돼 있다. 우리도 한국형 목조주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에서 단기간에 목조건축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목조 건물을 시도해 볼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내에는 18층 높이 목조 건물 기숙사가 표본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공되고 있다. 이 대학은 그린 캠퍼스를 추구하며 지속가능성을 내세워 캠퍼스 내에 많은 목조 건물들을 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림과학원과 산림청이 실험적인 목조 건물 관련 정책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기관에서는 층간 소음이나 수축, 팽창, 온도, 구조에 따른 목재 변형 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

    이는 건축가나 소비자가 할 수 없다. 목재는 내화 구조를 인증받은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데 기술 장벽을 치면 그 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1시간 내화 성능은 목재 40㎜만 더 붙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옥의 역사, 나무에 대한 DNA를 갖고 있다. 목재가 드러나지 않는 경골목구조에서 중목구조로 바꿔야 하는 것이 단기적인 과제다. 서양으로부터 수입된 경골목구조를 답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재를 외부에 드러내 전통 건축의 틀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중목구조는 경골목구조에 비해 비용은 약간 더 들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

    -중목구조처럼 외부에 드러날 때 얻는 장점은 무엇인가?
    “경목구조에는 없는 표현 방식이다. 중목구조에서는 구조의 솔직함이 표현되는 방식을 볼 수 있는데 목재가 공학적인 가공을 거쳐도 나무가 갖는 재료의 솔직함을 없앨 수는 없다.

    중목구조는 내부 공간을 과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구조 자체로 안정적인 비례를 갖는다. 30~40㎝ 두께의 목재는 대기가 습할 때 습기를 먹고, 건조해지면 습기를 다시 내뿜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 목재로 집을 짓는다면 자연환경과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겠다. 그러나 경골목구조에서는 나무가 가려져 있고 2×6 목재로는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할 수 없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에 사용된 목재는 공학적인 가공을 거쳤지만 여전히 나무가 갖는 재료의 솔직함을 드러낸다./사진 박영채 작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나무는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시트지나 필름 사용 등 나무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시트지 접착에 대한 거부가 없다. 알루미늄 프레임 사용도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비닐장판과 비닐프레임, 시트지를 사용해도 집이 깨끗하면 좋다고 한다. 설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건축을 소비하는 방식은 유명 브랜드이거나 굉장히 저렴한 것, 둘 중 하나이다. 그 예로, 소비자들은 삼성브랜드 아파트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려 마음먹은 사람 중 좋은 건축주들은 자신의 삶에 맞는 주택을 경험하고 체험하겠다는 태도로 주택에 접근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설계뿐 아니라 재료 역시 다양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다른 글에서 CLT를 사용한 ‘목조 아파트’를 언급했다.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목조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이유는, 도시 목조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이나 석회는 수만 년 동안 지구가 축적해야 하는 유한 자원이지만 나무는 약 30년만 자라면 사용할 수 있는 무한 자원이라는 면에서 효용성이 있다. 그리고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제로에너지와 주택을 지향하면서 왜 건축 재료로 철과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가. 재료의 가공 방식도 무한하고 자원도 훌륭하다면, 도시 목조화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진보된 목조 기술도 개발되고 있으니 점진적으로 사용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종합연구동 건축개요
    설계: 배기철(울산대학교)+㈜건축사사무소 아이.디.에스(이도형)
    협력설계: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최기철)
    위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대지면적: 22,982㎡
    연면적: 4,552.55㎡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구조: 목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목재널, FC패널, 징크
    완공: 2016년 7월
    사진: 박영채

    배기철 건축가
    배기철 이디에스 대표는 1985년 홍익대 조소과, 1988년 중앙대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1994년 일리노이 공대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COSMA디자인연구소, TLPA(미니애폴리스), RTKL(LA) 등에서 근무했다. 2000~2007년 중앙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강의했고, 현재 울산대 건축학부 객원교수로 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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