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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위에 달걀을 세웠던 천재 공학자의 건축 걸작

  • 유현준 홍익대 교수

입력 : 2017.07.09 06:4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건축의 한계를 뛰어넘은 여덟번째 기적

‘꽃의 성모 마리아’란 뜻을 가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Santa Maria del Fiore)’은 직경 42m, 높이106m, 무게 2만 5000t의 8각형 2중쉘 구조의 돔을 가졌다. 최대 3만 명을 수용하는 피렌체의 대성당이다. 1436년 완공된 이 성당 앞에는 8각형의 산 지오반니 세례당이 있고, 오른쪽에는 82m 높이의 종탑이 있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이 완성되기 전까지 피렌체 대성당은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으며,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피렌체 대성당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에 따라 기공한 후 설계 변경과 공사 중단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1369년까지 라포 기니(Lapo Ghini)에 의해 돔을 제외한 구조물이 완성됐다. 특히 성당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돔은 필립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년)가 1420~1434년까지 14년에 걸쳐 완성한 걸작이다.

여덟번째 기적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흑사병과 경제난을 이겨내고 150년에 걸쳐 완성됐다. /조선DB

이 성당은 다른 지역의 대성당과는 달리 녹색, 분홍색, 흰색의 대리석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부드럽다. 다른 성당과의 확연한 차별은 돔이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외부와 달리 높이 146m, 길이 106m의 내부는 검소하다. 돔의 안쪽 천정화인 ‘최후의 심판’은 조르지오 바사리와 주카리의 작품이며, 스테인드글라스는 도나텔로와 로렌쪼 기베르티가 만들었다. 중앙 제단 왼쪽의 피에타상은 미켈란젤로가 75세에 시작, 미완성으로 끝나 더 의미있다.

■최대 규모 성당을 향한 자존심 싸움

기독교 사상 가장 큰 ‘신의 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든 피렌체 대성당은 당시 최고의 부(富)를 가지고 있던 피렌체의 경제력과 시민적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피렌체 정부가 대성당 건립을 추진했던 13세기 말, 적대국이던 피사와 시에나는 대성당을 이미 완성했거나 건립 중이었다. 반면, 당시 피렌체가 대성당으로 사용하던 산타 레파라타 성당은 규모 면에서 이에 미치지 못했다.

피렌체가 자신들보다 더 큰 성당의 건립을 추진하자 시에나인들은 더 큰 초대형 성당을 다시 계획했다. 그러나 흑사병 창궐 이후 불어닥친 경제난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흑사병에도 불구하고 피렌체는 계획대로 대성당을 완성했다. 총 공사 기간이 150년에 달해 종탑과 건물 구조는 중세 양식으로 시작했지만 돔 부분과 조형 정신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한 건물 안에 두 시대의 양식이 도입된 아주 독특한 건물이 만들어졌고, 이를 피렌체 고딕 양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바라보는 모습의 '천재 공학자' 브루넬레스키 조각상.
■달걀을 깨뜨려 세운 브루넬레스키

피렌체 대성당은 길었던 공사 과정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진행 과정을 가지고 있다. 돔 건축을 남긴 상태에서 최고 책임 건축가가 죽는다. 설상가상 당시 돔을 짓는데 필수적인 비계를 만드는 나무의 가격이 너무 올랐다. 기술적으로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온 건축가들은 엄청난 돔을 만들 때 필요한 만큼의 강력한 목조 비계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다.

브루넬레스키 역시 대규모 비계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해 각국에서 온 건축가들이 함께 참가할 공모전 개최를 제안했다. 이에 성당 제작을 책임졌던 ‘두오모 길드 위원회’는 1418년 현상설계를 내걸었다. 각국 건축가들은 여러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브루넬레스키는 나무로 만든 비계없이 돔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계획안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황당했다. 심사위원들은 브루넬레스키에게 건축 모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를 거부했다. 대신에 대리석 판 위에 달걀 하나를 똑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에게 돔 제작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예상대로 아무도 달걀을 대리석 판 위에 세우지 못했다. 브루넬레스키는 달걀의 공기층이 있는 아래쪽을 깨뜨려 판 위에 수직으로 세웠다. 다른 경쟁자들이 “그렇게 하면 성공 못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때 브루넬레스키는 자신이 설계도와 모형을 보여준다면 경쟁자들은 달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런 돔 건축은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우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넬레스키는 네 명의 벽돌공이 직경 4m 정도의 원형 돔을 팔각형 돔 안에 들어가도록 축소 모형을 만드는 시범을 보인 후, 현상설계가 시작된 지 2년 후인 1420년 최종 승리했다.

■혁명적 공법과 디자인의 돔 탄생

브루넬레스키는 리브(부재(部材)를 보강하기 위해 부착한 가늘고 긴 판 모양의 것)를 이용해 지지대 없이 돔을 만들었다. 나무로 된 비계없이 벽돌과 돌로만 만들어진 스스로 지탱하는 수평 부재 링을 만들고, 이러한 링이 연속으로 쌓여 전체 돔을 구성한다.

피렌체 대성당의 돔 내부 구조에 이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발명한 크레인, 기중기 등 기계 장치들.

공법이 천재적이기도 했지만 디자인도 혁명적이었다. 돔의 큐폴라를 두꺼운 안쪽 쉘과 얇은 바깥쪽 쉘로 나눠 돔의 경량화에 성공했다. 바깥 쉘은 바람과 비를 막는다. 이 때 두 쉘 사이에 생긴 공간에 계단실을 넣어 검사·보수 등이 쉽게 진행되도록 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이 계단으로 관광객이 돔의 꼭대기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피렌체 대성당은 황갈색과 회색빛이 도는 사암으로 만들어진 24개의 리브가 돔의 꼭대기로 모여지는 형태다. 24개의 리브 중 8개가 8각형의 코너를 형성하고, 나머지 작은 16개 리브는 돔의 안쪽에서 구조를 잡아준다. 100m 높이의 돔 꼭대기에는 직경 6m짜리 둥근 창이 있다. 그 위에 브루넬레스키가 디자인했지만 죽은 다음에야 완성된 랜턴이 올라갔다.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명은 체인과 꺾쇠를 이용해 돔의 구조를 보강한 점이다.

돔 제작에 필요한 건설기계도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했다. 소가 돌리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중기를 나무로 제작해 무거운 돌을 플랫폼까지 올리고, 회전하는 크레인을 만들어 옮겨진 돌을 지정된 위치에 설치했다. 돔 꼭대기의 랜턴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크레인은 롤러 위에서 회전하는 방식이었다.

기계 장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건설관리 방식도 도입했다. 돔이 올라갈수록 인부들이 오르내리는 일이 불편해지자 브루넬레스키는 돔 안에 와인 주점과 식당을 만들어 인부가 한번 올라가면 저녁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진정한 르네상스의 출발점

피렌체 대성당은 인간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준다. 먼저 흑사병과 경제난을 극복하고 원래의 성당 계획안을 추진해 나간 피렌체 시민들의 정신이다. 건축 재료의 부족과 새로운 규모의 돔 건축이란 도전을 창조적인 생각으로 새 공법과 기계 설비를 발명해 극복한 건축한 지혜도 대단하다. 그래서 피렌체 대성당의 돔은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이은 여덟번째 기적으로 불린다.

피렌체 대성당의 입구에 있는 반원형 모자이크.

르네상스는 인본주의 사상과 이상적인 미(美)의 추구, 측정에 기초를 둔 이성주의, 사물의 모방과 장식의 단순화 등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브루넬레스키는 금 세공가, 조각가, 수학자, 시계탑 설계자, 건축가로서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근대 건축공학의 아버지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수학자적인 원근법의 첫 발견자이자, 중앙 중심 설계의 교회를 만든 사람이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이루어낸 진정한 르네상스맨이었다. 이런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피렌체 대성당의 돔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도시 피렌체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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