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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지붕이 삼각형인 이유, 아파트엔 없는 이것때문

  •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입력 : 2017.06.14 06:50

    [남자의 집짓기] 건축주의 관심에서 소외된 공정

    아파트 분양받아 입주할 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단독주택을 건축할 때는 꼼꼼히 챙겨야 하는 건축 공정이 두 가지 있다. 기초와 지붕공사다. 아파트에서는 이 두 가지 건축공정이 수직으로 연결된 전체 세대가 공유하는 부분이어서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직접 연결되는 1층(기초)과 꼭대기층(지붕) 세대조차도 신경쓰지 않는다. 관심이 있더라도 입주자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처음 집을 짓는 건축주들이 가장 헤매는 분야이기도 하다. 단독주택에서는 집 전체의 안전, 수명, 기능을 이 두 가지 공정이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오늘은 지붕에 관해서 풀어 보고자 한다.

    천장이 낮은 다락방을 AV룸으로 활용한 경기도 가평의 단독주택. /북한강동연재 제공

    ■콜드 루프와 웜 루프의 차이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구조적으로 다른 세 가지가 있다. 이 칼럼을 시작할 때 언급한 평당가 논쟁에서도 얘기했지만, 바닥(기초)과 지붕, 그리고 벽체를 독립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와 공유하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단독주택에는 공유면적이라는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독립성과 개성이 두드러진 부분이 지붕이다. 지붕은 외관 디자인을 완성하는 마지막 포인트이기도 하고 기능적으로 가장 많은 역할을 한다. 비바람과 강한 햇빛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고 기능성을 극대화하면서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붕의 기본 기능이다. 바로 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단위면적당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주들의 관심영역에서 가장 소외된 부분이다.

    목조주택의 지붕을 구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지붕의 단열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콜드 루프(찬 지붕·Cold Roof)’와 ‘웜 루프(뜨거운 지붕·Warm Roof)’로 나눈다. ‘콜드 루프’라는 것은 일사량에 따른 복사열을 지붕 안으로 끌어 들여서 내보내는 방식으로 지붕을 차갑게 식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콜드 루프(Cold Roof)의 기본 구조. /캐나다우드 제공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지붕 자체에는 별도의 단열재를 충전하지 않고 트러스 구조에 지붕재만 입혀 놓고, 박공구조의 지붕 내부로 열을 끌어 들여 별도의 환기창을 통해서 공기를 순환시킨다. 따라서 단열재는 지붕이 아니라 천장 윗 부분에 깔리게 된다. 이렇게 하면 박공구조의 지붕 전체가 두꺼운 단열층을 형성해 단층이든, 2층이든 지붕 바로 아래 공간의 단열 성능이 아주 좋다. 국내에서 건축된 목조주택은 도입 초기에 대부분 이런 구조로 건축됐고 지금도 북미지역의 목조주택은 주로 이런 구조로 건축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짓는 목조주택에는 이 공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공법이 한국에서만 사라지게 된 이유는 기술적인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한국적인 현실 때문이었다. ‘콜드 루프’ 방식의 지붕 구조가 갖는 치명적인(?) 단점은 박공 지붕의 아래 공간, 즉 다락방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비용으로 최대 면적을 뽑아내는데 혈안이 돼 있는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한뼘이라도 가용면적을 늘리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를 가장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곳이 다락방이다. 비록 천장이 좀 낮아지더라도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다락방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단독주택 건축설계시 필수 반영항목이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박공지붕 전체를 단열공간으로 제외해야 하는 ‘콜드루프’ 구조가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사실 ‘콜드 루프’ 구조는 단열재의 성능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지붕의 단열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고성능 단열재가 많이 개발된 지금은 박공지붕 전체를 단열공간으로 제외할 필요는 없어졌다. ‘콜드 루프’ 구조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파트에선 누리기 힘든 다락방

    ‘웜 루프’는 태양열을 지붕구조에서 흡수, 차단해 말 그대로 지붕이 뜨거워지는 구조를 말한다. 지붕 구조 자체에서 단열과 환기 기능을 모두 수행해 외부 열기가 지붕 아래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구조다.

    웜 루프(Warm Roof)의 기본 구조. /캐나다우드 제공

    단열재는 지붕 하부에 충전되고 상부에는 태양열로 뜨거워진 지붕을 식히기 위해 별도의 환기층을 둔다. 약 300㎜ 두께의 지붕 구조 내부에서 단열과 환기 기능을 모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해야 하고 지붕 상부에는 별도의 열반사 단열재[직사 내양광을 반사하여 복사열을 차단하는 단열재]까지 사용한다. 또 지붕재도 단열 성능이 좋은 재질로 마감해 2중, 3중의 단열구조를 적용한다.

    이렇게 상부층의 천장과 박공 지붕 사이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독주택에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서재나 침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물론 다락방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박공 구조의 천장을 설치해 공간감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다락방이 건축 신고·허가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는 사례가 많다.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 전용하거나 증축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우선 다락방의 높이는 평균 1.8m를 넘을 수 없다. 여기서 평균이라 함은 다락방의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단순히 최저 높이와 최고 높이를 산술평균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락방의 높이는 천장 마감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붕 외곽선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지붕 두께 300㎜를 빼면 실제 허용 평균 높이는 1.5m에 불과하다.

    다락방을 만들지 않고 거실 천장을 높게 설치한 단독주택. /북한강동연재 제공
    이 범위내에서 생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높이가 나오게 하려면 다락방 지붕을 가능한 길게 빼야 하기 때문에 설계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여러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다락방은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공간의 확장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축주는 ‘웜 루프’ 구조의 지붕을 선호한다.

    지붕재도 중요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아스팔트슁글재는 내구 수명이 30년 안팎이다. 기와는 외관이 아름답지만 가격이 비싸고, 칼라강판은 내구성이 좋고 유지관리가 편리한 반면에 단열 기능이 취약하다. 최근에는 내구성을 반영구적으로 높인 고성능 아스팔트슁글재가 개발돼 있으나 가격이 비싼 편이다. 유지관리만 제대로 하면 기본수명 백년을 보장하는 목조주택의 내구성을 감안하면 지붕재도 내구성이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좋다.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더라도 투자비 대비 주택의 기능성 제고 측면에서는 지붕재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다. 지붕은 집을 가리는 우산이 아니라 집이라는 우주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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