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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탄광도시를 살려낸 윙크하는 다리

  • 장철기 한남대 교수

    입력 : 2017.05.21 15:16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탄광도시를 살려낸 ‘윙크하는 눈’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Gateshead Millenium Bridge)는 타인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영국 뉴캐슬어폰타인(Newcastle upon tyne)과 게이츠헤드(Gateshead)를 잇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100여m 정도의 크지 않은 다리이다. 그러나 이 다리는 기능적 요소와 미적 요소가 잘 어우러진 걸작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모든 디자인 분야를 합쳐서 선정한 ‘올해의 디자인 10선(選)’에 선정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방식이 독특하다. 대개 다리보다 높은 배가 지나가면 다리 가운데 부분이 들어올려져 양쪽으로 갈라지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커다란 아치 형태의 구조물 둘이 양쪽 끝 축을 중심으로 서로 올라가서 비스듬히 기울어져 배가 지나갈 수 있는 높이를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다리가 올려지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눈(eye)이 윙크하는 것 같아서 ‘윙크하는 눈’ 혹은 ‘깜빡이는 눈’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영국 북동부 소도시인 게이츠헤드에 건설된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 길이가 100m도 안되는 작은 다리이지만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다리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의 건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이츠헤드 지역의 도시 재생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잉글랜드 북동부 인구 20만명의 소도시인 게이츠헤드는 19세기까지 탄광산업, 1970년대까지는 석탄과 제철, 정유, 조선업 등으로 번창하던 도시였다. 하지만 1970년대 말 이후 대처 정부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광산 폐쇄 조치를 내린 뒤 경기 침체에 따른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에 빠졌다.

    1990년대 들어 게이츠헤드는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문화 시설을 건립하는 등 문화와 예술을 통한 경제 회생 해법을 시도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도시 재생 사업의 총감독을 건축가나 도시 계획가가 아닌 연극을 전공한 예술가가 맡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철거하려던 밀가루 공장을 리모델링해 문화 공간으로 만든 발틱현대미술관, 건축가 노만 포스터(Foster)가 디자인한 소라고둥 모양의 세이지음악당, 그리고 다리라는 기능의 고정 관념을 깬 창의적인 모습의 다리를 건설했는데 이 다리가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다.

    1996년 8월 게이츠헤드 상공회의소는 기존 타인강의 6개 다리를 보완하고 강 양쪽을 잇는 다리 설계안을 공모했다. 설계 기준은 다리 아래도 배가 지나갈 수 있어야 하며, 타인강의 기존 다리의 멋진 모습을 무색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150여개의 설계안 중 주민 투표에 의해 윌킨슨 에어 아키텍츠(Wilkinson Eyre Architects)와 구조 전문회사인 기포드앤파트너스(Gifford & Partners)에서 제출한 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선정됐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다리 밑으로 선박이 지나가야 할 경우 양쪽 아치가 40도 각도로 올라가면서 공간을 확보한다.

    ■두개의 아치가 기막히게 조화된 디자인

    독특한 디자인은 한 쌍의 철골 구조물을 기본으로 한다. 하나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통로로서 강과 거의 수평인 상태에서 곡선을 이루는 다리가 되고, 다른 하나는 이 다리를 받쳐주는 아치형 구조물이 된다. 아치가 낮아지면 보행 통로(다리)가 들려지고, 그 반대로 보행 통로가 낮아지면 아치가 들리면서 상호 균형을 이루게 된다. 다리가 들려질 때 다리 전체가 기울어져 경사진 형태는 큰 아치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된다.

    두 아치 형태의 구조물은 현수 구조로 연결되어 안정감을 준다. 구조체가 회전함으로써 발생하는 변형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힘과 안정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보행자·자전거 이용자의 통로가 되는 다리는 초승달 모양 아치의 50m 고공에 설치된 850t의 구조물을 지지할 수 있는 케이블로 지지되며, 아치와 다리는 각 끝 지점에서 연결된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다리가 들려질 때 소모되는 전기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다리가 닫혀있다가 열리는 최대 각도인 40도로 들리는 데는 바람의 영향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4.5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교량 하부를 지나가는 선박을 위해 들려지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에도 관광객을 위해 주기적으로 들어올려지기도 한다.

    다리는 볼튼에 위치한 제작 장소로부터 부재별로 운반된 후 각 부재들을 용접해 하나의 형태로 만들었다. 제작 완료된 다리는 6마일의 강을 거슬러 최종 설치 장소인 게이츠헤드에 2000년 11월 운반됐다. 운반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부유 크레인인 아시안 헤라클레스 II(Asian Hercules II)를 이용하기도 했다. 드디어 2000년 11월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가 처음으로 들려졌는데, 이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인파가 3만 6000명이나 됐다.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의 아치 공사 장면(왼쪽)과 다리가 있는 게이츠헤드 지역의 위치.

    ■안전과 환경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아

    이 다리는 미적 요소와 기능 요소 외에도 보행자의 안전과 환경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보행자의 시야 확보와 안전을 위해 보행자 통로는 자전거 길보다 30㎝ 정도 높게 설계됐다.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가 흘리는 쓰레기는 별도로 치울 필요없이 다리가 들릴 때 자연스레 각 끝 지점에 설치된 트랩으로 굴러 들어가게 돼 있다. 배가 교량 하부를 통과할 때는 배를 혼란스럽게 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조명이 켜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통로와 난간에는 하얀색 LED 조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각각은 단지 3w(와트) 전력만 필요하다.

    다리 건설에는 총 2200만 파운드가 들었는데 밀레니엄위원회, 유럽지역개발기금 등으로 충당했다. 사업 기간은 1996년 8월 설계안 공모에서 2001년 대중 개방까지 5년이 걸렸고 이후 2002년 5월 영국 여왕이 참석하는 공식 개통식을 거행했다.

    게이츠헤드는 문화를 모티브로 한 도시 마케팅과 재생 프로젝트 추진으로 도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예술성과 창의적 디자인을 도입한 건축물과 조형물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는 타인강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교량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는 게이츠헤드의 르네상스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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