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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 올리는 최대 주범은 쓸데없는 창문"

  •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입력 : 2017.03.28 06:40 | 수정 : 2017.04.04 08:59

    [남자의 집짓기] 밑그림이 좋아야 좋은 집을 짓는다(하)

    설계 작업은 단순히 건축도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일이다. 건축주와 설계자의 생각을 모두 담고 걸러 가는 과정을 통해 실제로 집을 지을 때 겪게 되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상당부분 추려진다. 물론 건축사에게 돈만 주고 통째로 맡겨 놓기만 한다면 이런 사전작업의 의미가 반감된다. 건축가와 수많은 대화와 학습을 통해 도면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전문업체가 이런 과정을 거쳐 제공하는 규격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계가 완벽하면 시공업체가 자의적으로 공사를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 설계도면이 상세할수록 공정별 건축비 배분이나 자재 선택의 스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어도 집을 제대로 짓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눈이 열린다.

    기본도면만 작성된 건축신고용 도면(아래)과 실시설계 도면이 포함된 건축설계도면(위). 도면의 두께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공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Tip1. “집짓기는 설계가 절반이다”

    성공적인 전원주택 설계와 시공을 위해서는 3가지를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

    우선 설계작업을 완벽하게 하고 나서 공사를 발주한다.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은 공사대금과 관련된 건축주와 시공업자의 갈등이다. 대개 3.3㎡(1평)당 얼마에 지어주겠다는 시공업자의 말을 믿고 건축계약서를 쓰고 공사를 시작했다가는 백전백패. 명확하고 꼼꼼한 설계도면과 견적서, 공정표가 없으면 시공업자가 제멋대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공사기간이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건축은 앞 공정, 즉 설계작업이 길어지면 시공기간은 대체로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설계가 완성된 다음에 공사를 발주할 때의 얘기다. 대개는 기본도면만 완성되면 일단 공사를 발주하고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사양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도면에 반영되지 못한 건축사항은 현장에서 견적을 산출해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전에 점검해보지 않은 사항의 경우 건축주는 시공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특히 공사의 세부 근거인 실시설계 도면이 없으면 건축업자의 세세한 계약 위반은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 설계도면은 가장 강력하고 힘있는 근거자료다. 거기엔 필요한 자재의 종류와 수량, 규격, 재질은 물론이고 공사기간, 소요 비용을 산출할 수 있는 모든 자료가 담겨 있으며 건축 허가, 자금계획, 자재 선택의 근거도 된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설계도면이 나오면 사실 건축은 반 이상 끝난 셈이다.

    이런 정보를 모두 담으려면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설계도면이 수십 장에 이른다. 그만큼 설계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건축과정에서 낭비되는 돈에 비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대부분의 전원주택이 200㎡ 미만 중소형 주택이어서 신고(도시지역은 100㎡ 미만)만 하면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도면 몇 장으로 집을 짓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게 아낀 설계비는 공사 과정에서 다 날아간다. 차라리 처음부터 설계를 제대로 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사각형의 단순한 구조로 열효율을 극대화한 경기도 가평의 목조 전원주택 건축현장. 사방으로 창을 낼 수 있는 단독주택은 같은 사각형이어도 아파트와는 평면이 완전히 다르다.

    ■Tip2. “주택 구조는 단순화해라”

    다음으로 가장 경제적으로 집을 지으려면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는 건축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하자 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것만 포함시켜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붕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한다거나 불필요한 창을 지나치게 많이 내는 것은 공사비 올리는 주범이다. 가급적 주택의 구조를 단순화시키되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 생활여건, 사용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형태의 구조와 모양, 외양, 인테리어, 건축자재를 결정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가장 경제적인 주택의 구조는 물론 아파트식 사각형 집이다. 아파트의 사각틀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아파트 같은 사각형 집을 왜 짓느냐고 한다. 그러나 아파트 평면은 수십 년 간의 시행착오와 수요자 취향을 반영해 보편화된 가장 효율적인 평면이다. 단독주택도 아파트식 평면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단독주택이 아파트처럼 되지는 않는다. 아파트는 양쪽 벽면을 옆집과 공유하는 구조다. 창문이 앞뒤로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사방에 창문을 낼 수 있다. 창문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같은 사각형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평면이 나온다.

    단열과 열효율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고 아파트보다 난방비가 덜 나오는 단독주택이 대세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설계란 단순히 공사비가 덜 들어가는 집에 그쳐서는 안된다. 입주 후에도 유지·관리비가 최소화되는 집을 지어야 하고 열효율이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벽이 한번 꺾일 때마다 열효율은 반감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각형 아파트가 열효율이 가장 좋은 이유다. 그러나 아파트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목구조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단열 성능이 3분의1 이하로 떨어진다. 이런 목구조의 강점을 살리면 사각형의 단순함을 피하면서도 열효율이 아파트의 2배이상 높은 고효율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조명 스펙북(spec book) 사례. 가장 나중에 들어가는 자재를 가장 먼저 결정해 놓으면 공사비의 배분을 짜임새있게 할 수 있다.

    ■Tip3. “주요 자재는 미리 발주해라”

    마지막으로 주요 자재는 시공 전에 모두 결정하고 설계도면에 반영한다. 단독주택을 처음 짓는 사람일수록 집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자재를 사전에 확정하지 않고 공사하면서 결정하다보니 앞 공정에 들어가는 자재에 욕심을 부리다가 공사비가 바닥나서 마지막 공정으로 갈수록 싸구려 자재로 마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감재에 해당하는 가구, 위생기, 조명기구, 바닥재, 벽지, 천장재 등 주요 마감재는 설계 단계에서 미리 결정하고 가능하면 발주까지 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공정에 들어갈 자재를 미리 발주하고 공사비를 배정해 놓으면 앞 공정에 들어갈 자재를 선택할 때도 스스로 한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자재는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좋은 자재를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주요 자재를 미리 결정해 두고 시공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가외 비용 지출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시공자와의 마찰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 건축주는 일단 건축을 시작하고 나서 마감재를 보러 다닌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좋은 물건을 보면 탐나기 마련이고 마감재를 고를 때마다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주요 자재를 미리 결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스펙 북(Spec Book·모든 자재 사양과 샘플 사진을 도면으로 정리한 도서)까지 만들어 놓으면 더 완벽하다. 준비된 건축주가 좋은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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