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2 06:40
[공간의 변신] 인천 동화마을 ‘도라미상점’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은 차이나타운과 맞닿아 있다. 옛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동네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담벼락이나 골목길에 다양한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전봇대는 하늘을 향해 자라는 ‘잭과 콩나물’ 모형이 됐고 디즈니만화의 라이언킹은 골목 계단에 그려졌다.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리고 데이트 명소가 됐다.
류리(37)씨는 결혼 5년차인 2015년 봄, 이 동네 꼭대기에 집 한채를 샀다. 1968년 지어진 집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면서 불법으로 확장되고 덧붙여진 상태였다. 류씨는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품어왔던 집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내 집 앞은 조금 한가로운 풍경이길 바랬어요. 더불어 전망좋은 집을 짓고 싶었어요. 예산을 고려했을 때 맞아 떨어진 동네가 송월동이에요.”
인천에 연고는 없었다. 인연이라면 경기 안양에 살던 류씨가 중구 일대의 맛집이며 명소에 빠삭할 정도로 학창시절부터 애착이 많았다는 것. 제주도나 지리산 아랫동네로 집을 옮기고 싶었지만 직장 문제가 걸렸다.
큰 기대를 걸고 시작했던 집짓기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신축 계획은 땅아래 암반층이 발견되면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고 이후에는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말썽을 일으켜 직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직영공사란 건설업체에 맡기지 않고 건축주가 현장소장처럼 각 분야의 일꾼을 직접 부리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결혼 준비할 때처럼 결정할 게 너무나 많았어요. 직영으로 하다보니까 타일, 수전, 가전제품, 바닥 등 모든 걸 결정해야 하잖아요. 예산도 고려해야 하고 좋은 건 눈에 들어오고…”.
우여곡절 끝에 집을 사고 2년 만에 리모델링을 마쳤다. 집값과 리모델링을 포함해 들어간 돈은 3억대 초반. 원래 살던 경기 안양의 아파트 전세금에 맞출 계획이었는데 돈을 조금 더 보탰다. 옆집과 딱 붙어있고 경사가 심해 철거비만 2000만원쯤 들었다. 1층은 16㎡, 2층은 40㎡, 3층은 28㎡ 크기다. 현재 1층은 만화캐릭터 도라에몽의 여동생 이름을 따와 ‘도라미상점’으로 꾸몄고 2~3층을 가정집으로 쓴다. 소위 말하는 상가주택이다.
■침실은 아래층, 주방은 위층…“거꾸로 설계”
집이 리모델링에 들어갈 즈음 회사를 관둔 류씨는 현재 1층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고, 뜨개질로 만든 상품을 팔고 있다. 테이블 2개를 놓고 장사하는데 주말에는 제법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1층에서 2층 가정집으로 올라가려면 밖으로 나와 왼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집이 리모델링에 들어갈 즈음 회사를 관둔 류씨는 현재 1층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고, 뜨개질로 만든 상품을 팔고 있다. 테이블 2개를 놓고 장사하는데 주말에는 제법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1층에서 2층 가정집으로 올라가려면 밖으로 나와 왼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2층 대문을 열면 마당이 나온다. 마당은 외벽을 높여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했다. 이전에는 집 밖에서 2층이 보였다. 집을 설계한 ‘푸하하하 프렌즈 건축사사무소’ 한양규 소장은 “답답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현관문을 열고 마루에서 마당을 보면 아늑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집주인 류씨도 동의한다. 막상 살아보니 “건축소장 말을 듣기를 잘했다”고 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 왼편에 게스트룸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1인 관광객을 상대로 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류씨의 파우더 룸이 됐다. 문은 달지 않고 커튼을 쳤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안으로 수납공간을 만든 점이 눈에 띈다. 세탁기를 넣는 다용도실은 평상시에는 미닫이 문으로 닫혀있어 나무벽처럼 보인다.
침실은 가장 안쪽으로 깊숙한 곳에 있다. “침실은 클 필요가 없다”는 류씨 부부의 뜻을 반영해 침대와 수납가구 정도만 들어가도록 했다. 침실의 미닫이 문을 닫으면 아늑하게 변한다. 빔 프로젝트를 설치해 벽면으로 빔을 쏴 TV를 본다. 거실은 따로 없다.
3층에는 주방과 다이닝 룸 외에 화장실이 하나 더 있다. 집 크기를 봤을 때 1, 2층에 화장실이 각각 있는 것이 낭비로 비칠 수 있으나 류씨 부부의 생활스타일에 맞췄다. 테라스도 제법 널찍하다. 계단을 올라가 옥상에 서면 월미도쪽 인천 앞바다가 시야에 잡힌다.
대개 2층짜리 집은 아래층에 주방과 거실, 윗층에 방을 설계하는데 이 집은 정반대이다. “주부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공간이 주방이잖아요. 제일 좋은 위치에 주방을 놓아달라고 했죠. 3층이 햇볕도 좋고 전망도 좋거든요.” 류씨의 말대로 식탁에 앉아 넓직한 베란다 뒤로 보이는 자유공원의 산자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불법 증축 덜어내고 꼭 필요한 공간만 남겨
리모델링은 공간을 한 평이라도 넓히려는 쪽으로 진행하기 마련이다. 이 집은 반대다. 워낙 불법 증축된 부분이 많았던데다 불법적으로 늘린 공간이 옆집 대지경계선을 넘어 양성화할 수 없었다. 건폐율, 용적률 제한에 걸려 추가 증축도 불가능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고 널찍한 마당과 베란다, 옥상 활용도를 높였다.
집의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실제 쓸 수 있는 집 크기는 많이 쪼그라들었다. 리모델링 이전 2층과 3층의 넓이는 126㎡였지만 이제 68㎡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땐 넓어 보였죠. 계약할 때 불법 증축됐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집이 줄어든다니 아쉬웠어요. 그래도 예전에 살던 집이 둘이 살기에는 많이 넓었기 때문에 사는데 불편한 점은 없어요”
지금 집 크기가 전에 살던 전셋집의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생활에 변화가 찾아왔다. 냉장고가 양문형에서 일반형으로 바뀐 것을 비롯해 살림도 줄이고 틈새 공간도 더 알뜰하게 쓰게 됐다. 설계를 수십번 뒤집고 나서야 류씨 부부의 스타일에 딱맞는 집이 나왔다.
“아파트에 살았을 때 집은 넓지만 쓰지 않는 공간이 많았어요. 지금은 내가 꼭 필요한 공간만으로 집이 돼 있으니까 사는데는 불편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신혼살림을 이 집에서 했으면 모르겠는데 어느정도 살아보고 이사해서 나한테 이 정도 살림이면 되겠구나 하는 그런 계산이 섰어요. 원래 잘 못버리고 모으는 성격이었는데 제가 많이 바뀌었죠.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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