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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층 재건축 강행” 서울시에 맞서 총대 멘 은마

    입력 : 2017.03.05 19:19 | 수정 : 2017.03.06 09:35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시는 이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35층 이하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건축 추진위는 3일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연내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이태경 기자

    “은마아파트는 49층 재건축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은마아파트 재건축 주민설명회’. 연단에 오른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주장하는 ‘35층’ 제한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억압”이라며 49층 재건축 추진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은마아파트와 같은 ‘주거지역 아파트’에 대해서는 35층 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500여명이 가득 들어찬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옳소!” 외침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여러분이 49층으로 가자면 그대로 가겠다” “서울시는 도대체 소통을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가 강남구 지원을 등에 업고 서울시 ‘35층 제한’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은마아파트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초고층 지어 이익 늘리고 세금 더 내겠다”

    재건축 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내년부터 다시 시행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다. 재건축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인근 땅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 내년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이 제도를 적용받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적어도 지금 조합설립 인가는 나와 있어야 올해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 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수도권 142개 단지·8만9000여가구가 초과이익환수제 사정권에 든다. 은마아파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은마아파트 설명회 현장에서도 위원장을 상대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고 했지 않느냐” 등 항의가 있었다. 은마 측은 “남은 기간을 따지면 (환수제를 피하는 게)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어차피 늦었으니 서울시와 싸워서라도 재건축 이익을 극대화하겠다’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자’는 계산이 깔렸다.

    ◇‘시장 교체’ 기대감에 강공

    1980년 준공한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단지(4424가구) 아파트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최고 49층 5940가구 규모로 재건축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마아파트의 ‘저항’ 이면에는 무엇보다 ‘서울시장이 바뀌면 현행 35층 제한도 폐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실제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에는 한강변에 최고 50~60층 아파트들이 잇달아 허가를 얻었다. 다음 지방선거는 2018년. 신연희 강남구청장도 은마아파트의 우군이다. 신 구청장은 앞서 ▲구룡마을 개발 ▲제2시민청 강남구에 건립 등을 놓고 박원순 시장과 부딪혔고,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일부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도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은마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이 뭉쳐 국회의원들을 표로 압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기대를 갖고 있다.

    ‘환수제 회피’가 가능한 다른 강남권 아파트들은 ‘초고층’ 대신 ‘속도전’을 선택했다. 50층 재건축을 계획했던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 사거리 주변 4개동 외 지역은 35층으로 짓겠다며 높이 제한을 수용했고, 반포 주공 1단지와 신반포3차 등도 서울시 규정을 받아들여 정비계획안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 단지들도 은마아파트 상황을 주시한다. 강용덕 신반포3차 조합장은 “최대한 속도를 내서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만약 은마아파트와 강남구가 이긴다면 우리도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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