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05 02: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700년을 버틴 ‘불안정 속의 완성품’
‘피사의 사탑’(Leaning Tower of Pisa)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사시의 피사 대성당에 위치한 세계적 관광 명소다. 이 사탑이 유명한 이유는 금방 쓰러질듯 한쪽으로 기울어져 기술적 측면에서 실패한 건축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아직도 무너지지 않아 ‘불안정 속의 완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피사의 사탑은 1173년 이탈리아 건축가 보라노 피사노의 설계도에 따라 착공했다. 하지만 3층까지 공사가 진행됐을때 지반 한쪽이 붕괴돼 기울어지고 말았다. 피사노는 새로 층을 올릴 때 기울어져 짧아진 쪽을 더 높게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무게 때문에 더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공사가 중단되고 약 100년 뒤인 1272년 대(代)를 이어 공사하던 지오반니 디 시몬네라는 건축가가 기울어짐을 막기 위해 반대편 기둥을 짧게, 기울어진 쪽 기둥을 길게 세워 균형을 맞추는 기상천외한 비체계적 건축 기술로 꼭대기 층까지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700년을 버틴 ‘불안정 속의 완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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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은 1173년 이탈리아 건축가 보라노 피사노의 설계도에 따라 착공했다. 하지만 3층까지 공사가 진행됐을때 지반 한쪽이 붕괴돼 기울어지고 말았다. 피사노는 새로 층을 올릴 때 기울어져 짧아진 쪽을 더 높게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무게 때문에 더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공사가 중단되고 약 100년 뒤인 1272년 대(代)를 이어 공사하던 지오반니 디 시몬네라는 건축가가 기울어짐을 막기 위해 반대편 기둥을 짧게, 기울어진 쪽 기둥을 길게 세워 균형을 맞추는 기상천외한 비체계적 건축 기술로 꼭대기 층까지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사탑은 쓰러지지 않도록 공학 기술 기반의 공사가 아닌 수차례에 걸친 임시방편 보강 공사로 완성된 건축물이다. 1319년 마침내 꼭대기 7층까지 완공되고 1372년에야 종탑으로서의 모습이 완성되었으니 단일 건축물 공사 기간으로 약 200년이라는 놀라운 기간이 걸렸다.
■200년에 걸친 임기응변 공사
피사의 사탑은 흰 대리석으로 된 둥근 원통형 8층 탑으로 최대 높이는 58.36m, 지름은 15m, 무게는 1만 4453t이다. 2008년 측정된 기울기의 각도는 중심축으로부터 약 5.5도이고 297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다.
피사의 사탑은 1173년 8월 착공해 1372년까지 3차례에 걸쳐 약 200년간 공사가 진행됐다. 1173~1178년에 진행된 1차 공사 이후 지반 침하로 기울어짐이 발생했다. 이후 2차 공사에서 보강 작업을 했지만 탑은 계속 기울어졌다. 완공 후에도 약 600년 동안 조금씩 기울어져 1990년에는 붕괴 직전까지 이르렀다. 1990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이탈리아 정부가 추가 보강 공사를 했고 지금은 5.5도에서 기울어짐이 멈춘 상태이다.
탑이 기울게 된 이유는 탑 터의 토질이 점토와 모래로 된 연약한 충적토이기 때문이다. 공사가 3층까지 진행됐을때 지반 약화로 부등 침하(differential settlement) 현상이 나타났다. 초기에는 북쪽으로 기울어졌다. 당시 건축가와 기술자들은 북쪽 기둥과 아치를 남쪽보다 조금 높게 세워 똑바로 보이도록 시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탑을 즉시 해체하고 지반을 충분히 다진 후 재공사를 하거나 다른 위치로 옮겨 세웠어야 했다.
약 100년이 흐른 1272년 공사가 재개됐을 당시 탑 밑 지반을 다지는 공사부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남쪽으로 기울어짐이 발생했다. 그러자 당시 건축가들은 4층부터는 남쪽 기둥과 아치를 더 높게 세우는 일시적 보강에만 치중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계속 임시방편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문제점을 안고도 탑 건설을 계속해 1278년 7층까지 쌓아올렸다. 이때 탑은 1도나 기울었고 중심에서 0.8m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다가 1360년경 새로운 건축가들이 나서 8층에 마지막 종루를 쌓을 때에도 탑은 계속 남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남쪽에 계단을 추가하는 임기응변으로 1372년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초의 기울어진 수직 건축물이 완성됐다.
■5세기 동안 조금씩 더 기울어져
피사의 사탑은 1372년 완공 후에도 5세기에 걸쳐 매년 평균 1.12㎜씩 남쪽으로 기울어 탑의 아랫부분이 지하 3m까지 내려앉았다. 이때는 탑의 기울기가 5도에 달했고, 탑 윗쪽은 수직선상에서 바깥쪽으로 4.5m나 튀어나와 보는 사람마다 두 손으로 떠받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랫단 회랑(回廊) 부분이 흙에 묻히자 1838년 탑 밑동을 파냈다. 그러나 문제가 부등 침하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하중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신중했어야 하지만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하지 않은 채 3m 두께의 석조 기단 아랫부분을 굴토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사탑은 결국 0.5도 더 기울어졌다. 이후 사탑은 누구도 손댈 엄두를 못 내고 방치됐다.
거의 100년이 지난 1934년 무솔리니 시대에 새로운 기술자들이 나섰다. 더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하 기초에 361개의 구멍을 뚫고 콘크리트 80t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남쪽으로 더 기울고 말았다. 1990년 정밀 측정에서 북쪽은 21㎝ 가라앉은 반면 남쪽은 두 배가 넘는 43㎝나 내려앉은 것으로 판명났다.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즉시 관광객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복구 공사 목표는 ‘무너지지 않을 정도만 세운다’였다. 이는 기술적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목표였지만 사탑의 명목을 지키고 관광객 호기심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기울어진 채로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3년이 흐른 1993년에야 660t의 납덩어리에 의해 다행히 사탑은 북쪽으로 조금 기울어졌다. 그러나 사탑의 외관은 마치 공사가 진행 중인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형태가 되었다. 위원회가 거듭된 논란 끝에 1995년에 두번째로 제시한 대안은 탑 기초 부위에 콘크리트 링을 두르고 그 링에 10개의 케이블을 달아 지하 45m 깊이의 다진 모래바닥에 고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굴착 작업을 하는 도중 이미 160년 전에 타설된 콘크리트가 발견됐다. 이 콘크리트를 제거하는 도중 탑에 연결됐던 쇠파이프가 잘리면서 그 충격으로 탑이 1.5㎜ 더 기울었다.
■북쪽 흙 파내기로 기울기 조절 성공
기술자들은 또 다른 방안을 모색했다. 상대적으로 올라간 북쪽 지반의 흙을 파내 기울기를 조절했다. 사탑을 붙들어 맨 강철선은 그대로 두고 굴착을 시작했다. 지름 20㎝로 12개의 구멍을 비스듬히 뚫어 북쪽의 흙을 파내기로 한 것이다. 1999년 2월 시작한 굴착은 2001년 6월까지 계속됐다. 탑의 기울기를 19세기 초 수준(4.1m)으로 되돌려 놓은 상태에서 흙 파내기는 중지됐고, 이는 11년 만에 거둔 대성공이었다. 1372년 완공 이후 630여년만에 결국 흙 파내기가 기울어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알맞은 공법으로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 300년은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앞으로도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불완전한 작품에서 오히려 성공적인 관광 명소가 된 피사의 사탑은 기술자에게 체계적인 원칙만이 꼭 정답은 아니며 타협과 모험, 행운이 공존해야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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