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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4만원" 렌탈 시장에 신흥 강자가 떴다는데...

    입력 : 2017.02.22 07:00

    [그림@인테리어] “렌탈은 영원하다”는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

    “렌탈 서비스가 불황을 먹고 사는 산업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림 렌탈 만큼은 앞날이 창창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구매 여력이 없어 빌려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경제 사정이 나아져도 렌탈 수요는 여전할 겁니다. 여러 그림을 다양하게 보고 싶은 욕구, 구매 전에 먼저 경험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겠죠.”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국내에 상륙한 렌탈 서비스. 최근 이 시장에 신흥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그림’이다. 그림 렌탈 서비스는 복제품이 아닌 원작 그림을 매월 원작 가격 1~3% 수준에 빌려쓸 수 있어 호평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테리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림 인테리어’ 열풍의 1등 공신이 그림 렌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을 내고 그림을 빌려볼 수 있는 그림 렌탈 서비스는 올해 트렌드인 그림 인테리어 열풍을 이끈 1등 공신이다. 사진은 그림 렌탈 업체 오픈갤러리 큐레이터가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해 그림을 설치하는 모습./오픈갤러리 제공

    국내에서 그림 렌탈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를 땅집고(realty.chosun.com)가 만났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오픈갤러리 사무실은 오픈갤러리의 세 번째 보금자리다. 사무실을 세 번 옮기는 동안 직원 수는 10명 남짓에서 30여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고, 보유 작품 수는 500점에서 8500점으로 17배 증가했다.

    한번 사면 환불도 안되는데 너무 비싼 그림. 아무리 신중하게 고민해도 집에 한번 걸어보지도 않고 사기엔 망설여지는 인간의 심리에서 박 대표는 힌트를 얻었다.

    ■작은 그림은 한달 4만원에 빌려줘

    “갤러리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고가 제품만 유통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비싼 그림을 사는 건 쉽지 않다. 그림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늘어나는데 작품을 소비하거나 경험할 곳이 없다. 합리적 비용으로 그림을 경험하면 구매 의향도 생기고, 질릴 수 있으니 바꿀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그림 렌탈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설사 갤러리에서 파는 비싼 그림을 살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나와 주인 뿐인 그 공간은 선뜻 찾아가기엔 너무 부담스럽다. 박 대표는 누구나 쉽게 미술품을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세계적 컨설팅 그룹 부즈앤컴퍼니, 딜로이트 등에서 10년간 컨설턴트를 하다가 그림 렌탈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픈갤러리 제공

    그렇게 시작한 오픈갤러리의 그림 렌탈 서비스는 먼저 박 대표가 의도한 대로 그림을 구매하기 전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는 “비싼 돈을 들여 샀는데 막상 우리집에 걸어보니 벽지, 가구 등과 맞지 않거나 구매자는 좋은데 가족들은 탐탁치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럴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오픈갤러리의 그림 렌탈 서비스 가격은 그림 크기에 따라 다르다. 10호 이하(약 50x45cm) 작은 그림은 80만~120만원에 판매하지만 1개월 렌탈 요금은 3만9000원이다. 20호 이하는 6만9000원, 30호 이하는 9만9000원, 50~60호 이하는 15만원 등이다.

    오픈갤러리엔 그림을 구매하기 전에 맛보기를 위해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렌탈을 이용해 다양한 그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박 대표는 “그림을 구매하지 않고 렌탈만 이용하는 고객들은 변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계절따라 인테리어를 바꾸려면 벽지, 가구 교체 등 큰 공사가 필요하니 물리적으로 힘들다. 작품 하나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니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낸다고 다 빌려주는 건 아니다”

    오픈 갤러리엔 현재 총 8502점의 그림이 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많은 그림 중 우리 집에 어울리는 그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오픈갤러리는 ‘가상 인테리어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고객들이 그림을 걸 장소 사진을 찍어 오픈갤러리에 보내면 큐레이터들이 고객의 니즈, 공간의 특성, 작품의 의미 등을 고려해 공간에 맞는 추천 작품 이미지를 합성해 3~4개를 먼저 제시한다. 선택지가 8500여개에서 4개 미만으로 줄어들어 고객 입장에선 편리하다.

    오픈갤러리는 그림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가상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그림을 걸 장소 사진을 찍어보내면, 소속 큐레이터들이 고객의 니즈 등을 고려해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오픈갤러리 제공

    그러나 오픈갤러리는 돈을 낸다고 누구나 그림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그림을 빌려주기 전, 먼저 그림을 걸 장소의 조건을 확인한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 직사광선 등 빛의 노출 정도는 적절한지 등을 따진다.

    “그림이 망가질 우려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크릴박스나 액자를 제작해 함께 걸기도 하고, 높이를 조금 올려 걸기도 한다. 설치팀이 직접 방문해 그림을 걸어주기 때문에 현장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파손율은 높지 않지만 정말 안되겠다 싶을 땐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무리해서 그림을 빌려주는 것은 서로의 시간을 뺏는 행위일 뿐이다.”

    ■그림 모르던 경영학도 10년만에 창업까지

    창업 이후 연 매출이 꾸준히 200~300%씩 신장하고 있는 오픈갤러리이지만, 박 대표가 처음부터 그림 사업을 했던 건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솔직히 미술을 잘 몰랐다. 미술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그저 미술을 전공한 동창 친구 전시회가 썰렁하지 않도록 자주 갔을 뿐이다.”

    박 대표는 “나처럼 그림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미술 시장 자체는 감소하고 있었다. 비즈니스란 수요가 늘면 공급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이상했다. 이 문제에 천착해 알아보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박 대표가 보는 그림 렌탈 서비스 시장의 앞날은 밝다.

    “작품 한 점을 구매했다고 해서 그림 렌탈 서비스에 완전히 발을 끊는 고객은 드물다. 다른 그림을 살 때, 또다시 렌탈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림 구매가 끝났다고 해서 고객이 이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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