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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잘못 만나면 집짓다 10년은 늙는다"

    입력 : 2017.02.08 04:30

    [건축人] ‘건축계 흥신소’ 자처하는 심영규 대표

    “명함을 내밀면서 우스갯소리로 저를 ‘건축계의 흥신소’라고 소개하면 금방 이해하더라구요. 하하!”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대표는 건축PD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다. 건축 기획, 전시, 출판 등의 컨텐츠를 만드는 PD(프로듀서) 역할을 하면서 건축가와 건축주를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그는 “건축의 테두리에 있는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심영규 건축PD(오른쪽 둘째)가 제1회 제주국제포럼에서 프리츠커상을 받은 미국 유명건축가 톰 메인에게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 1회 제주국제건축포럼의 전시와 서울시 도시재생 책자도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달 서울 금천구의 금나래중앙공원을 건축가 9명과 함께 폴리파크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기획·총괄을 맡았다. 폴리파크는 공원의 벤치, 자전거 거치대, 파고라 등에 획일적 디자인이 아닌 예술성과 실용성을 높인 것이다.

    심 대표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배경에는 건축전문지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월간 공간’에서 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것이 자산이 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가와 교수 등 전문가그룹 300여명을 인터뷰하면서 그물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땅집고(realty.chosun.com)가 심영규 대표를 만나 집 지을 때 ‘건축가 잘 고르는 법’에 관해 물었다.

    -건축가 선택 노하우는.
    “건축가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어요. 협소주택, 대지 활용, 리모델링 등 분야마다 강점이 있거든요. 언론에 소개된 기사를 단서로 그 건축가의 홈페이지부터 둘러보세요. 건축가 홈페이지에는 포트폴리오가 잘 정리돼 있어 판단하는데 도움이 돼요.”

    -너무 간단한데요.
    “기사에 나왔다고 덮어놓고 찾아가지 말라는 뜻이에요.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비교해 봐도 늦지 않아요. 그렇게 5~10명을 추리고 건축가를 만나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져요. 뉴스 검색보다 홈피 순례가 정보를 얻는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 다음은요.
    “홈페이지의 설명, 사진, 기사만으로 건축가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죠.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을 함께 투어하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어요. 건축가가 건축주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은 집 짓는 과정이 매끄러웠고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거든요. 투어를 해보면 어떤 건축가인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기사검색→홈페이지 정보 수집→건축가 미팅→건물 투어’ 순을 따르면 좋은 건축가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지인 소개로 건축가를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인연은 꼭 지인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지어진 '땅콩집' 내부.

    -반대로 조심해야 할 건축가는.
    “예술가처럼 행세하는 사람이죠. 내 작품은 건들지마라는 식이에요. 고집이 합리적이고 전문성이 있다면 괜찮은데 건축주 의견을 원천봉쇄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설계비를 얼버무리거나 안 받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의심할 필요가 있어요. 싼게 비지떡이고 탈이 생겨요.”

    -보통 설계비를 아까워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계비를 아까워 하는 경향이 많아요. 왜냐하면 설계는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설계비를 ‘0원’으로 생각해요. 설계비 깎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시공하면서 설계비를 추가로 얹는 경우가 있거든요.”

    -설계비로 어느정도가 적당할까요.
    “설계비를 총 공사비의 10% 정도로 해요. 규모가 작은 건물이면 감리도 같이 해주죠. 근데 설계 잘 받아놓고 시공은 따로 견적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저렴하게 집 짓겠다고 수십개 업체에 의뢰해서 받는 거에요. 궁합이 맞는 건축가 찾는 것도 일인데 제대로된 시공사 찾는 것은 오죽할까요. 집을 망치는 길이죠. 금액에 맞춰 시공사를 찾아야죠.”

    -집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는데.
    “건축주가 견적, 가설계 등 집짓기 관련된 모든 걸 다 알아서 하려면 그렇게 됩니다. 자재나 기술적인 면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수많은 정보를 걸러내고 시공사 찾는 노력도 필요하죠. 음식이라면 레시피를 참고하면 되는데 수억원이 들어가는 집짓기는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아무래도 지치게 됩니다.”

    부산시 장전동에 지은 협소주택 '화양연화'.

    -건축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예산 책정을 잘못해요. 설계비, 시공비, 공사단계 마다 들어가는 예산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건축비가 넘친다’, ‘사기당한 것 같다’는 등 뒷말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변심이에요. 애초의 기획이 튼튼하지 못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죠. 예를 들어 시공하고 있는데 방을 3개에서 4개로 늘려달라거나 엘리베이터를 넣어달라고 하면 추가 설계비가 들고 건축가와 다투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예산, 땅 면적, 용도 이 세 가지가 명확해야 해요. 대개 건축주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몰라요. 대강의 콘셉트만으로 집을 짓고자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에 건축가를 골라야죠.”

    -건축가와 잘 소통하려면.
    “화성남자-금성여자, 일본사람-한국사람처럼 건축가와 건축주는 서로 사고방식이 달라요. 이걸 이해하고 소통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림으로 대화를 하거나, 시험문제를 풀게 해서 건축주의 의중을 파악하는 사람도 있어요. 각자에 맞는 대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요즘 건축 시장 트렌드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건축’의 시대가 왔어요. 협소주택(아껴쓰고)같은 작은 집이 주목받고, 셰어하우스나 공간 공유 개념(나눠쓰고)이 널리 퍼지고 있어요. 집을 사무실로 바꾸는 용도 변경(바꿔쓰고)의 흐름이 있습니다. 리모델링(다시쓰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한번에 갈아엎는 게 힘들어졌거든요. 새롭게 집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아나바다’ 건축이 요즘 시대에 맞는거죠. 서울 연남동이 대표적이죠.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상업공간(근린생활시설)으로 ‘바꿔쓰는 건축’이 유행이에요. 잘 하면 가치가 팍팍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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