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기울어진 싱가포르의 상징

  •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입력 : 2017.01.29 03:3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복합 리조트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2511객실 규모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5만 4000명을 수용하는 컨벤션센터, 2000석 규모의 극장 2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연꽃을 닮은 아트뮤지엄, 싱가포르 대중교통 수단의 핵심인 MRT, 쇼핑센터, 1만명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 발주처인 샌즈그룹의 CEO 셀던 아델슨은 이 놀라운 설계(jaw-dropping design)를 “싱가포르의 미래 경제를 위한 촉매제”라고 표현했다.

    쌍용건설이 2010년 6월 싱가포르에서 준공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더 기울어져

    2010년 6월 준공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대지면적 2만 3400㎡, 연면적 30만 2171㎡ 에 지상 55층 3개 타워로 구성된다. 지상 약 200m 높이에서 3개 타워의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파크(Sky Park), 그리고 저층부를 관통하는 아트리움(Atrium)로 있다. 미국의 모세 샤프디(Moshe Safdie)가 설계했고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이 시공했다.

    이 건물은 싱가포르에 처음 카지노를 도입했다 점과 함께 독특한 건물 구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대 경사가 피사의 사탑보다 10배나 기울어져 있다. 또 3개 동(棟)의 55층 꼭대기에 대형 구조물인 스카이파크를 올린 것은 공학적으로도 매우 믿기 힘든 모습이다. 영국의 세계적 구조설계회사로 유명한 아룹(Arup)사조차 “전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7년 입찰 당시 총 14개의 글로벌 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쌍용건설과 일본, 홍콩, 프랑스 등 4개사로 좁혀졌다. 이 중 2개 사는 시공법을 찾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나머지 1곳도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이 48개월의 공기를 27개월로 단축하는 신공법을 제시해 최저가를 제시하지 않고도 시공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각 동의 측면 ‘들 입(入)’자형 구조로 형상화해 지면에서 최대 52도의 경사로 기울어진 동측 건물이 지상 70m(23층)에서 서측 건물과 만나 55층까지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런 구조의 건물 3개 동이 나란히 건축되고 옥상의 스카이파크는 거대한 선박 모양으로 그 길이만 340m에 달한다. 면적은 축구장 2배 크기로 무게도 6만t에 달한다. 수영장 3개와 전망대, 레스토랑, 스파를 갖추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물로 꼽힌다.

    스카이 파크에 설치된 약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망대는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70m 정도가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외팔 보(cantilever) 구조를 하고 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 파크의 수영장.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제공

    ■교량에 쓰던 특수공법 사용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정도 더 기울어진 호텔을 짓기 위해 쌍용건설은 교량 건설에 쓰던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휘어진 건물 지하에 고정점을 만들어 놓고 건물이 안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아래에서 쇠줄로 잡아당기면서 층(層)을 높여간 것이다.

    여기에 휘어진 건물 안쪽 세 곳에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두 가지 공법을 함께 사용한 것은 쌍용건설이 세계 최초다.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도 동원했다. 대표적인 게 지하 흙막이 공사다. 지하 흙막이 구조에는 도넛과 땅콩 모양으로 생긴 가설 벽체(D-Wall)을 적용했다. 또 지하의 토압(土壓)을 스트러트(버팀대) 없이 지지해 지반의 안정성과 공간을 확보하고, 자재와 장비 진입이 원활해져 주요 공정인 타워 골조공사와 동시에 지하층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08년 12월 골조 공사가 한창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현장.

    지상에서 만든 스카이 파크는 무게 6만t에 길이 347m, 폭 37m, 높이 16.4m에 달한다. 면적도 약 1만 2000㎡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거운 ‘옥상공원’을 휘어진 건물 위에 올리는 일. 일직선 건물은 무게를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법은 휜 건물에 적용되는 무게를 곧게 선 옆 건물로 분산하는 기술이다. 트러스에 사용한 부재는 80㎜ 철판 2개로 이루어졌다. 600㎜ 두께의 벽체 내부에 설치되고 콘크리트를 부어 일체화한다. 200t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한 개의 트러스는 30개의 유닛으로 분리해 들어올린 후 조립했다.

    매우 높은 난이도의 공법을 요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세계 유수 건설업체들도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국내 건설사 공기까지 단축해 가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난이도가 높은 공사였던 만큼 완성된 건물이 보여주는 신선한 충격은 이를 건축한 건설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고급 기술만이 가질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물로 꼽힐 만큼 시공에 어려움이 많았다.

    "천사의 디자인" 미켈란젤로도 감탄한 건축물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알프스산 2000m 뚫은 기적의 터널 강상혁 인천대 교수
    '에펠탑 꿇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이복남 서울대 교수
    런던의 명물 거킨빌딩 '여섯 손가락'의 비밀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진동·매연 어쩌고… 아우토반 위에 지은 아파트 김우영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33년째 공사 중인 '가우디 최고의 걸작'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바다와 800년 사투" 20세기 최대 불가사의 구조물 박원호 기술사
    2000년 넘게 중력만으로 버티고 서 있는 '악마의 다리'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철(鐵)의 괴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지하 150m 아래에 지어진 스탈린의 인민궁전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하루 40가지 색으로 변신하는 '총알 빌딩' 이복남 서울대 교수
    미국의 세계 제패를 이끈 불가사의 구조물 박원호 기술사
    3일에 1개층씩 골조 올라간 '마천루의 제왕'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미술관으로 변신한 화력발전소...매년 400만명 불러모아 박원호 기술사
    136개의 음향판이 춤추는 '카라얀의 서커스' 이광표 홍콩이공대 연구원
    24년 대역사 끝에 완공한 세계 최장 해저터널 이복남 서울대 교수
    여의도 18배 바다를 메운 '서해의 기적' 이복남 서울대 교수
    130년 넘게 뉴요커 사랑받는 세계 최초 강철 현수교 유위성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건축가의 성지가 된 20세기 최고 걸작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건들수록 기울었던 사탑, 630년만에 찾아낸 해법은... 유위성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60도 살인 더위와 96명의 희생 딛고 완공한 미국의 랜드마크 장철기 한남대 교수
    27년 단명 왕조가 만든 세계 7대 불가사의 건물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4500년을 버틴 대피라미드, 외계인설 나오는 이유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102층 짓는데 불과 11개월 걸린 마천루의 아버지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모두 안된다고 한 '해저 50m' 세계 최장 터널 뚫은 뚝심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죽음의 땅을 옥토로 바꾼 1만리 인공 물길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기둥도 없이 45년째 중력과 바람에 맞서는 기이한 지붕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어떤 공사였길래" 2만명 넘는 근로자가 죽어간 기적의 운하 최석인 건설산업硏 실장
    태양왕이 50년 공들인 佛 최고 건축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항공모함이 부딪혀도 끄떡없는 다리"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죽어가던 탄광도시를 살려낸 '윙크하는 다리' 장철기 한남대 교수
    왕비의 죽음이 낳은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건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하늘에서 보면 열쇠처럼 생긴 가톨릭의 보물 박철한 건설산업硏 부연구위원
    "루브르를 망친다" 프랑스가 경악했던 이 건물의 반전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 이복남 서울대 교수
    샴페인 뿌리던 박정희가 "大예술작품"으로 칭찬한 이 사업 김원태 전 건산연 연구위원
    "300m 높이 가로등 기둥"이란 혹평 딛고 일군 철의 혁명 신승우 이화여대 박사
    대리석 위에 달걀을 세웠던 천재 공학자의 건축 걸작 유현준 홍익대 교수
    정글에 은둔한 수수께끼 문명… 흙으로 쌓은 탑의 도시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곧 무너진다" 조롱 딛고 중국의 자존심이 된 '냐오차오' 김진범 건축사
    "1년 반이면 된다" 장담하던 9289km 철도 25년 만에 완성 강상혁 인천대 교수
    해발 300m 산 하나를 바다에 통째로 메운 20세기 최대 역사 박원호 기술사
    [주간베스트클릭]2600년전 바위로 만든 불가사의 도시 이복남 서울대 교수
    5차례 폐쇄로 유럽을 공포에 떨게한 192km 인공물길 이영환 건설산업硏 본부장
    [주간베스트클릭] 자금성 방이 9999.5칸인 이유 장유진 서울대 박사
    '파리에 착륙한 우주선'으로 불리는 기묘한 건물 장유진 서울대 박사
    '현대판 만리장성'이 된 25조짜리 세계 최대 댐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공중 도시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1m당 25cm 기울기로 해발 3454m를 오르는 기적의 열차 송병관 전 건설산업硏 연구원
    金 14톤·銀 40톤으로 만든 1조원짜리 궁전 이복남 서울대 교수
    "격식을 파괴한 자연형 궁궐…압권은 뒤뜰" 이덕수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세계 최대 조각상'으로 불리는 불가사의한 다리 최석인 건설산업硏 실장
    2000년을 쌓아올린 지구 최대 인공 구조물 이영환 건설산업硏 본부장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