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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정원처럼 끌어들인 통유리 주택

    입력 : 2017.01.28 03:00

    [공간의 변신] 아이 셋과 부부를 위한 통유리 주택
    집주인은 주변 주택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리모델링을 주문했다./사진=황효철 작가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대구 어린이공원 인근에 오래된 단독주택 단지가 있다. 마당과 다락방을 갖춘 2층 주택이 20여채 가까이 줄지어 서있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풍경과 비교돼 사뭇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삼각형 지붕이 30년 넘는 동네의 역사를 보여준다.

    아이 셋을 가진 30대 부부는 이 동네에서 공원을 남향으로 바라보는 대지 203㎡, 건물 110㎡ 면적의 첫번째 집을 2015년에 사들였다. 집안에 볕이 잘 들고 나무가 우거진 공원도 앞마당처럼 볼 수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30년이 넘은 집이다보니 부부는 당초 집을 헐고 새로 짓고 싶어했다. 그런데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신축하면 건축법에 따라 집 앞 도로 폭을 4m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땅 일부를 무상으로 내놔야 했다. 1억원 가까운 땅값이 날아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네 풍경을 자신의 집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전면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의뢰를 받은 원유민 제이와이아키텍츠 소장은 집 안에서 숲이 잘 보이도록 테라스에 통유리(커튼월)를 달기로 했다. 집 구조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강했다.

    원 소장은 사무실이 있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1주일에 서너차례 KTX에 몸을 실었다. 철거에 한 달 남짓, 공사는 석 달이 걸렸다. 원 소장은 “보통 건축사가 설계하면 시공업체가 공사하는데, 리모델링의 설계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만큼 현장에 돌발 변수가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테라스를 마주하게 된다./사진=황효철 작가

    테라스에서 바라본 다이닝 룸과 부엌./사진=황효철 작가

    ■시원한 통유리로 살아난 주택

    오래된 단독주택은 대개 단열 문제를 안고 있다. 거실과 다이닝 룸 같은 공유 공간도 부족하다. 이 집도 그랬다. 방 구조 역시 30년 전 가족관계에 멈춰 있었다. 어린 아이 셋과 취미를 즐기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개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지하주차장은 좁고 습했다. 1층은 공간 효율성이 떨어졌다. 다락방으로 쓰려던 2층은 너무 낮았다. 어떻게 할까. 원 소장은 “지하 주차장에 대문을 두기로 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고 했다.

    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1층에 거실, 다이닝룸, 테라스가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테라스는 미끄럼틀과 연결돼 마당까지 이어져 있다. 테라스 면적은 12㎡, 높이 3m의 통유리로 에워쌌다.

    커튼월을 단독주택에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름철 실내 온도를 높여 에어컨을 돌리면 ‘전기료 폭탄’이 우려되는 탓이다. 집주인은 숲을 더 온전하게 보기를 원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커튼월을 사용했다. 창을 내고 테라스 쪽에 홀딩도어를 달아 통풍을 고려했다.

    커튼월에는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커튼을 달았다. 마(麻) 원단의 패브릭에 1원짜리 동전 크기의 구멍을 촘촘히 내 햇빛이 실내로 들게 했다. 커튼을 걷으면 숲이 성큼 다가온다. 파도 모양의 기하학적 줄무늬 패브릭은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이라는 발랄함을 준다.

    1층에는 천장을 떠받치는 갈색 빔이 바닥의 원목과 색깔 대비를 이룬다. 색을 칠하거나 특수 처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빔을 노출했다. 아이들이 빔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낙서하면서 재밌게 쓰고 있다고 한다. 안방에는 옛 집 천장을 뜯어내면서 높아진 층고를 활용해 남편만의 다락방을 만들었다.

    2층은 원래 다락이었는데 단열과 방수에 문제가 있어 기존 지붕을 철거하고 목구조로 새 지붕을 얹혔다. 내벽을 헐어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천장에 구멍을 뚫어 2층의 자연 채광이 1층까지 흐르도록 만들었다. 아이들이 커서 공간을 분리해야 때를 대비해 벽과 문자리도 계획했다.

    테라스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사진=황효철 작가
    테라스에서 마당쪽으로 미끄럼틀을 설치했다./사진=황효철 작가
    2층 아이들 방. 2층 침대로 공간을 나눴다./사진=황효철 작가
    리모델링 이전 모습./제이와이아키텍츠

    -공사비는 얼마나 들었죠?
    “애초 집주인의 계획보다 60%쯤 더 들었어요. 전면 리모델링의 경우, 비용은 예상하기 힘들죠. 집을 뜯어보기 전까지는 얼마가 들어갈 지 알 수 없거든요. 철거에 며칠이 걸릴지, 구조보강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상황에 따라 다 달라요. 통제 가능한 신축과는 차이가 있죠.”

    -예상보다 좀 많은 것 같은데.
    “리모델링은 비유하자면 핸드메이드라고 할 수 있죠. 모든 공사를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작업합니다. 돌발 변수도 많구요. 그러다보니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요.”

    -집주인 불만은 없었나요.
    “공사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쪼개고 한 단계가 마무리되면 집주인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허락 받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했어요. 공정마다 들어간 비용에 대해 이해하면 잡음이 생길 여지는 없어요.“

    -리모델링이 어려운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을 더 많이 해야한다. 내가 원하는대로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들면 실측한 방 크기가 5㎡인데 실제 철거하고 구조보강하면 50% 줄어들 수 있어요. 이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주도 현장에 와서 설명을 듣고 그래야죠.”

    -리모델링이 좋은 점은.
    “내 예산에 맞춰 고쳐서 살 수 있어요. 전면 리모델링만 있는 것은 아니죠. 예산이 5000만원이 있으면 5000만원 어치 만큼 공사가 가능하죠. 집을 다 뜯어고칠 수 없다면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요”
    원유민 제이와이아키텍츠 소장
    원유민 제이와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소장은 2013년 문체부 주최의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 건축에 애정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 원 소장은 “건축은 흥미로워야 한다고 믿는다”며 “건축은 물리적, 사회적, 기능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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